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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女的烦恼剧本미녀의괴로움

2017-08-31 50页 doc 457KB 62阅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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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女的烦恼剧本미녀의괴로움美女的烦恼剧本미녀의괴로움 미녀는 괴로워 각본/감독 김용화 각 색 노혜영 1. 실내. 역술원. 낮. (타이틀 백) 화면을 가린 거대한 누군가의 뒷모습을 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귀기마저 느껴지는 카리스마의 선녀보살(여, 50대 초반) 선녀보살 (동자승을 명주천으로 닦으며) 자주 온다고 운명이 바뀌나, 응? 그래서 관상이 바뀌고 팔자가 돌아간다면야 나두 신이 나서 하겠어. 아니잖아? (반응 없는 누군가를 잠시 보고) 다시 한 번 얘기해줘?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
美女的烦恼剧本미녀의괴로움
美女的烦恼剧本미녀의괴로움 미녀는 괴로워 각본/감독 김용화 각 색 노혜영 1. 실내. 역술원. 낮. (타이틀 백) 화면을 가린 거대한 누군가의 뒷모습을 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귀기마저 느껴지는 카리스마의 선녀보살(여, 50대 초반) 선녀보살 (동자승을 명주천으로 닦으며) 자주 온다고 운명이 바뀌나, 응? 그래서 관상이 바뀌고 팔자가 돌아간다면야 나두 신이 나서 하겠어. 아니잖아? (반응 없는 누군가를 잠시 보고) 다시 한 번 얘기해줘?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쭉 힘들거야! 그리고, 이 남자하곤 절대 안돼. 될 수가 없어. (너무했다 싶은지) 나두 좋은 얘기해주고 싶어. 근데 어쩌겠어. 관상이 그런데? 누군가 그래도...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선녀보살 (버럭 화를 내며) 그러니까! 그걸 왜 굳이 알려구 그래. (소리 쳐 미안한지)참나...(부적종이와 붓을 꺼내들고) 내가 부적 하나 써 줄 테니까 그 사람 몸에 지니게 해. 잘 된단 보장은 없지만... 돈은 됐구, 이거 받구 얼른 가봐. 신들린 듯 일필휘지로 써지는 부적. 그제야 반응하며 일어나는 거대한 누군가의 뒷모습. 한나(여,20대 중후반) 선녀보살 (왠지 불안해서) 왜, 왜? (육중한 몸을 보며) 야! 야! 하지마!! 한나 (뒤뚱거리며 일어나)절 올릴려구요..감사해서요..제 성의에여.. 선녀보살, 말릴 새도 없이 위태하게 여자절을 올리는 한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뒤뚱거리며 앉는데 육중한 몸과 뱃살 때문에 반쯤 앉다가 그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상 위에 놓여있던 부적용 붉은물감을 뒤집어 쓰는 선녀보살. 난감한 한나, 수습해 보겠다고 보살 얼굴 손수건으로 닦아내는데 점점 더 캐리의 마지막 장면처럼 악화되는 보살의 얼굴. 망연자실한 한나, 하던 행동 멈추고 상밑에 놓인 부적 발견한다. 아무 말 없는 보살에게 어렵게 양해 구하며 상 들어올리는데 그 위에 놓여있던 동자승마저 떨어지며 박살난다. 선녀보살 (초연해져서) 더해? 더~ (깨진 동자승을 집어 포기하듯 박살내며) 응? 이거 안 파는건데..(비트) 참 궁금해..너 도데체 뭐 잘하니? 민망해 하던 한나, 고개 들어 묘하게 보살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2. 실내. 한나의 집. 밤. 화면 밖에서 뇌쇄적이고 갸날픈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 방안의 이곳 저곳을 비추다 벽을 따라 내려 오면, 헤드셋을 낀 채 여유롭게 뜨개질을 하는 한나, 콩알만한 마이크에 연신 신음소리를 뱉는다. 그녀의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가녀리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묘한 아이러니를 준다. 한나, 하얀 마르치스 한 마리 손에 올라와 재롱을 피우자 쓰다듬으며, 한나 어! 그만, 그만... 됐어요. 오늘은 그만해요. (작은 목소리) 국사선생님 들어오세요. (마르치스가 손가락을 물었다.) 아!! (혼내는 표정으로 마르치스 궁둥이 때리면서도 목소리는 교태) 그만... 오늘 오랄박 너무 짓궂어요. - 책상위에 놓여진 녹음테이프가 통화를 녹음하고 있고 노트북 위로 고객의 번호와 이름 특징 등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한나(N) 아름다운 목소리로 왜 이런일을 하냐구요? 이 직장은 면접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떨어질 일도 없죠.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한테 전화거는 사람들요..모두 다 외로운 사람들이랍니다. 전 그런 사람들 위로해 주는 거구요. 통화남(E) (흐느끼며) 너무 외로워..나란놈..의사도 아니고, 좋은 남편도 못되고.. 한나, 자신도 안쓰러운지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통화남(E) 나한텐 너 밖에 없다..(비트) 자, 시작하자. 오늘은 김 간호사로 가자. - 헤드셋 끼고 쭈그려 앉아 손빨래 하는 한나. 배가 눌려 힘든지 숨을 몰아쉰다. - 빨랫줄에 널린 거대한 속옷들. 빨래 너는 한나. 한나 (팬티를 꼭 쥐어짜며) 저 지금 흠뻑 젖어있어요~ (탁탁 털어 널며) 제발 나 좀.. 말려주세요~ 네? - 형광등을 활용해 만든 옷걸이에 거대 사이즈의 바지들을 거는 한나. - 화면을 가득 채운 한나의 씰룩대는 엉덩이. 걸레질 중이다. 통화남2(E) 근데 직업이 뭐야? 이런 거 말고 진짜 직업 있을 거 아냐? 거대한 엉덩이에 감춰졌던 한나, 스윽 돌아보며 한나 난 가수랍니다!! 타이틀 : 미녀는 괴로워 3. 실내. 콘서트홀. 밤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 콘서트 무대. 관객들의 환호성이 아찔하게 공연장을 휘감는다. CUT TO: 전장에 나서는 병사처럼 차례차례 공들여 준비하는 육중한 몸의 한나, 환호성을 배경으로 손수 메이크업을 하고, 목을 가다듬고, 비장하게 헤드셋을 끼고... CUT TO: 현란한 공연장 안, 무대와 관객을 잇는 중간지점 높은 부스에 매력적인 상준(30대 초반, 남)의 콜에 맞춰, 조명, 사운드, 특수 장치가 일사분란하게 세션을 맞춘다. CUT TO: 한나, 준비를 마쳤는지 결연하게 심호흡을 한번하고 무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헤드셋에서 들려오는 신호에 따라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온다. 그녀의 시선, 모니터에 디스플레이되는 한 남자의 옆모습에 멈춘다. 상준의 열정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동시에 무대 위 LED전광판에 AMMY , THE FIRST LOOK! 라는 문구가 스타일리쉬하게 새겨지며, 열광하기 시작하는 관객들의 모습. 상준의 호흡에 정확히 시작되는 한나의 노래. CUT TO: 무대 밑에서 서서히 모습을 노래를 부르며 서서히 등장하는 그녀. 한나가 아니라 농염하고 섹시한 외모의 아미(20대 초반, 여)이다. CUT TO: 무대 뒤 아무도 모르는 곳, 작은 부스 안을 꽉 메우고 선 한나. 모니터를 통해 무대 위 아미의 입에 맞춰 프로급 립싱크 생쇼를 하고 있다. 무대 위 아미의 액션에 맞춰 한나, 거대한 몸으로 아미의 액션을 따라한다. 한나 (N) 얼굴 없는 가수가 어때서요? 진짜 가수는 난데. CUT TO: 무대 왼쪽, 여자 코러스 세 명의 파워풀한 피쳐링. 코러스 중 눈에 띄게 푸짐한 정민(20대 중반, 여)이 보인다. 기죽지 않으려는 듯 눈썹과 코, 입술에 피어싱까지 첨단인 그녀. 관객들의 함성이 응원가처럼 아미를 독려하고,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웅장함을 더한다. 매료되어 가는 관중들. CUT TO: 한나의 둔탁한 몸동작과 함께 그녀의 무대 또한 위태롭게 흔들린다. 모니터속의 상준의 모습이 그녀의 시선에 몽환적으로 느려지기 시작한다. 한나 한상준. 나에게 삶의 이유를 느끼게 해준 유일한 사람. 4. 실내. 오디션장. 낮(과거) 한나 (N) 당신이라면 95kg짜리 여자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내 노랠 눈으로 들을 때 가슴으로 들어줄 자신 있나요? 아마... 힘들걸요? 눈감고 심취해 노래를 하는 한나, 갑자기 들리는 박수소리에 눈을 뜬다. 그녀 앞에 앉아 있는 상준, 감명 받은 듯 그녀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상준의 행동에 뜨악 (무슨 의미지?) 하는 다른 심사위원들. 최사장 (낮은 목소리로 고개 숙여) 파출부 뽑는 거 아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박수를 치는 상준, 무슨 영감을 받았는지 아예 일어나서 박수를 친다. 한나의 얼굴 위로 살짝 수줍고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한나 (N)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난 분명 당신을 사랑하게 될거에요. 5. 실내. 스튜디오 복도. 낮(과거) 한나와 상준, 나란히 복도를 걸어나오고 있다. 한나 (기대에 들떠) 정말. 정말 열심히 할께요. 고맙습니다. 상준 열심히 하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열심힌 누구나 다 하는거니까. (아름다운 미소로) 잘하자구요. 그게 다에요. 난 한나씨 믿어요. 한나, 말 끝내고 미소지으며 떠나는 상준의 뒷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본다. 6. 실내. 스튜디오. 낮(과거)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악보를 보며 한나에게 열심히 이야기하는 상준. 고개를 주억거리는 한나. 눈을 감고 열정적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소파에 방만하게 앉아 롤빗 들고 한나의 노래에 맞춰 립싱크 연습하는 아미. 아미, 콧 웃음 치며 한나의 얼굴이 가득찬 모니터를 꺼버린다. 한나의 노래를 듣는 상준. 한나, 심취해 있는 상준의 얼굴을 살짝 훔쳐본다. 한나 (N) 난 잘 할 수 있어요..당신이 눈치 채지 못하게. 그게 내 특기니까. 7. 실내. 콘서트홀. 밤(현재) 3씬에 노래 계속 이어지며, 춤까지 추느라 힘이 드는지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한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지휘에 여념이 없는 모니터속 상준에게 꽂혀있다. 사비부분, 무대위의 아미에 맞춰 한나의 액션도 함께 커진다. 위태로운 바닥. 한나 (N) 한상준. 당신을 위해서라면..상준씨..저 당신을 사랑해도 될... 순간, 한나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위태하던 바닥 무너져 부스밑으로 빠지는 한나.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노래 부르는 붕어 아미. 당황하는 엔지니어들의 표정. 상준 상황 발생. 드럼 간주 계속 돌리고.. 아미... 아미! (답답하다는 듯) 상황이야! 고개 돌려! 아미 마이크 넣어주고. 그래! 큐 줄때까지 멘트 돌려. 조명 드럼에 맞추고. (다급하게) 한나씨! 한나씨! 어떻게 된 거에요? 한나, 안간힘을 해서 바닥에서 기어올라와 모니터 위 카메라에 얼굴을 바짝 댄다. 한나 이제 괜찮아요..가도 돼요. 상준 자 좋아... 한나씨! 아미야! 드럼 한번 돌면 C에서 다시 간다! 멘트 날리며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아미. 그리고 한나. 상준 자, (드럼에 맞춰) 쓰리, 투, 원. 막혔던 곳이 터지듯 참았던 사운드가 동시에 터지며 다시 열광의 도가니로 변하는 공연장. 한나(N) 보세요. 제가 그랬죠? 눈치채지 못하게 잘 할수 있을 거라고. 한숨 돌리는 상준. 그런 상준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 한나의 모습. <시간경과> 관객들의 함성을 뒤로 한 채 마지막 노래 마치고 무대 뒤로 돌아오는 아미. 얇은 의상이 땀에 젖어 더 섹시하게 보인다. 비오듯 땀 흘리던 한나, 겨드랑이 양쪽에 끼워놓은 흠뻑 젖은 수건을 빼낸다. 힘들었던듯 한숨을 몰아쉬는 한나. 명품으로 휘감은 최사장(30대 중반, 남)이 아미와 스탭들, 댄스팀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오바에 가까운 칭찬으로 아미의 콘서트를 자축한다. 아미, 과장되게 “수고했어~” 하며 다가와 한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걸어간다. 아미 (애써 웃으며) 춤은 추지마~ 응? (사람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복화술로) 망할뻔 했잖니?(한나의 옷을보고) 니가 공연하니? 이런 건 다 어디서 구해? 한나 호흡이 같아야 하잖아요. 춤이 같아야...티가 덜 나는데.. 순간 한없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는 아미, 무대 뒤로 들어오는 상준을 발견했다. 사람들과 수고했다는 악수를 하고 있는 상준에게 다가가 포옹하려는 아미. 상준, 아미의 젖은 머리를 손으로 수고했다는 듯 가볍게 털어주며 미소짓는다. 한나, 그 모습 부럽게 바라보는데, 다가와 한나를 앉아 주는 상준. 놀라는 한나, 엉거주춤하다가 뒤에서 보는 아미를 의식하고는 용기 내어 상준을 꼭 껴안아본다. 8. 실내. 삼겹살집. 밤 지글지글 먹음직스레 익는 삼겹살. 고기를 빨래 걷듯 걷어가는 젓가락. 순식간에 입에 털어 넣는 한나. 정민은 삼겹살 비계를 열심히 떼어내고 있다. 그때 고기 접시 갖다주며 “맛있게 드세요” 하는 친절한 서빙총각. 한나, 정민, 동시에 우아한 미소 보낸다. 한나 (분위기 바꿔) 상황을 한번 종합해 볼 필요가 있을거 같애. 정민 한상준이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 아니야? 그지? 한나, 생긋 웃으며 상준이 포옹한 것처럼 안는 시늉해본다. 한나 좀 각별해서. 날 대할 때 왠지...느낌이 좋아서... 정민 (답답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지랄. 남자한테 여자는 딱 세 종류뿐이야. 봐봐, (뒤쪽 벽의 소주광고모델인 아미의 포스터를 가리키며) 이쁜 여자, 진품이지. (자신을 가리키며) 평범한 여자, 명품이구. (한나를 가리키며) 어? 바로 반품이야, 알아? 세가지!!! (비트) 비계 띠고 먹어 이년아. 한나 야, 나두 직관이란 게 있어. 정민 직관이 아니고 착각이야. 직관은 경험에서 나오는 거야..몰라? 너 사랑 해본 적 있어? 순간 카메라, 한나의 얼굴로 서서히 다가간다. 한나(N) 사랑 해본 적? 있나? 있다...있어요. 내게 예쁘다고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 나한테도 첫사랑이 있었다구요!! 9. 실내. 카페. 밤.(과거) 한나 앞에 앉아 있는 격앙된 표정의 철수. 벌떡 일어나 나가는 철수를 붙잡는 한나. 한나 오빠.. 철수 너한테 언제 내 다이어트약 팔아달라고 한 적 있어? (비트, 차분하게) 난 너한테... 이까짓 삼백만원짜리 약이나 팔아먹는 놈이구나? 그런거야... 한나 오빠...왜 그래? 난 그냥 요새 오빠가 힘들다고 해서...도와줄려구... 철수 힘들어! 니가 이래서 더 힘들어.. (테이블위에 놓인 흰색 봉투를 들어보이며) 너 이런 행동이 오빨 얼마나 당황스럽게 하는 건지 생각해봤니? 한나 잘못했어...오빠. 한나, 미안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를 집어넣으려 하면 간발의 차이로 그 봉투를 집어 드는 철수. 철수 마지막이다. 앞으론 절대 이러지마. 그리고, 약은 정민이 먹여라. 넌 지금도 충분히 이뻐! 너 약 먹고 살 빼면 그땐 정말 끝이다. 알았어? 한나, 안심하며 철수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철수, 봉투를 속주머니에 넣다가 얇다는 것을 느낀 듯. 철수 (한나에게 건네며) 수표구나? 이서해라...번호순서대로면 한 장만 해. 한나 응. 오빠. 철수 (겸연쩍은 듯) 다시 이러면 그땐 나랑 정말 끝이야. 끝. 10. 실내. 한나집. 낮(과거) 한나 (N) 정말 끝이었어요. 그날이... 물건 팔아줬던 그날이. 눈물 그렁그렁해선 편지를 보고 있는 한나. 철수(E) 미안하다. 넌 나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이야. 오빠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길 항상 기도할게. 한나 (N) 그날부터 전 밥을 끊었습니다. 그래, 이참에 살이나 빼자, 앞에 놓인 다이어트 약 봉지를 뜯어 입에 우겨넣는 한나. <시간경과> 퀭한 얼굴로 힘없이 다이어트약을 기계적으로 입에 집어넣는 한나. 그녀의 얼굴위로 선행되는 요란한 앰블런스 소리. 11. 실내. 응급실복도. 밤.(과거) 다급하게 응급침대를 미는 의료진들. 한나, 죽은 듯 널부러져있다. 순간 병원 문턱에 부딪혀 와지끈! 내려앉는 응급 침대. 쿵! 바닥에 떨어진 한나. 차마 한나를 들어 올릴 엄두도 못내고 쩔쩔 매는 깡마른 인턴들. 한나 (미안한) 제가 올라갈께요.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간다) 한나(N) 그날 알았어요. 내겐 사랑도..다이어트도..모두 다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12. 음악 몽타쥬 한나가 부르는 STAND BY ME 의 힙합버전이 시작되면서, <스튜디오> -부스 밖의 상준을 앞에 두고 열창하는 한나, 코러스 넣는 정민. -피쳐링 중간에 끼어들어 장난스레 립씽크하는 상준. -신이 났는지 코러스부분에서 오바하는 정민을 제지하는 상준. CUT TO: <타투샵> -흥겹게 노래 부르며 엉덩이에 독특한 주술 문양을 새기는 한나와 정민. 타투이스트 하쿠나 마타타예요.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이 문양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믿거든요. -옆에 커튼 열리면 문신하고 있는 조폭들. 일순간 얼어버리는 한나와 정민. CUT TO: <순대 포장마차> -순대를 먹고 있는 한나와 정민. -정민, “허파를 니가 다 먹었네 어쩌네” 하면서 한나에게 핀잔준다. CUT TO: <도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있는 할아버지. -갑자기 속도가 붙는 리어카, 할아버지 뒤돌아 보면, 미소 지으며 밀고 있는 한나. CUT TO: <스튜디오 부스 밖> 한나에게 악보 들고 뭔가를 지시하는 상준, 그러다가 갈증을 느꼈는지 한나가 마시던 손에 쥐어진 500미리 생수병을 뺏어 먹어 버린다. 상준, 아무렇지도 않게 한나에게 다시 지시를 하지만 한나는 상준의 입이 닿은 물병 황홀하게 쳐다본다. CUT TO: <한나의 집> 한나, 부적을 뜨개질하던 니트 TAG 부분에 바느질하고 있다. 책상위에 고이 모셔놓은 500미리 생수병을 쳐다보며 행복한지 미소가 번지는 그녀. CUT TO: <스튜디오> -“darling, darling~~" 사비부분에서 상준이 눈을 감은 틈을 타 구애하듯 손길을 내밀며 부르는 한나. -그 모습을 상준에게 들키자 민망해 하는 한나. CUT TO: <콘서트홀> -함성과 함께 열기 넘치는 콘서트홀. 이미 노래는 아미가 부르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한나, 늘 그랬던 것처럼 상준을 바라보며 무대 뒤에서 립싱크 하고 있다. 13. 실외. 도로. 밤. 퇴근길인지 택시 잡기가 쉽지 않은 도로. 한나, 손을 흔들며 잡아 보려 하지만 좀처럼 여의치 않다. 한나, 택시 한대 가까스로 서는데 뒤에 서있는 할머니에게 택시를 양보한다. 할머니 (어쩔줄 모르며) 아이구..너무 고마워. 한나 아니에요. (뒷사람들 눈치보며) 먼저 가셔야죠. 할머니 힘들텐데..(한나의 배를 보고) 몇 개월이야? 애가 발로 막차지?? 한나 (주위 눈치 한번 보고 미소지으며) 예? 예. 애는 잘 키울께요. 타세요. 행인 아줌마. 뒤로 가요. 한나 네? 행인 안 탈거면 뒤로 가라고. 공익이야? 씨바. 바빠 죽겠구만. 한나, 대꾸해 보고 싶지만 할말이 없다. 순간, 그녀 앞에 나타나는 승용차. 상준 (밝게 미소지으며) 한나씨. 타요. 14. 실내. 상준의 차안. 밤. 한나, 틈틈이 운전중인 상준의 얼굴 훔쳐보며 수줍은 듯 무릎 위에 놓은 악보에 무엇인가를 끄적 끄적 거린다.(guide-I'm not in love) 한나(N) (상준 보며) 가능성은 희박한데..왜 기대는 점점 커질까요?? 상준, 한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피식 미소짓고 다시 전면을 응시한다. 15. 실외. 요양원 앞. 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붉은 색 벽돌로 된 건물앞에 서는 상준의 차. 상준 여기 누구 아는 사람이 있나봐요? 한나 네? 네... (수줍게) 사랑하는 사람이요. 상준, 음... 끄덕이는데... 그때 쾅! 한나 쪽 유리창을 덮치는 기괴한 표정의 노인. 상준과 한나, 간 떨어질 듯 놀라고. 아이처럼 고함지르며 도망가는 치매노인 뒤에서 진땀 흘리며 뒤쫓는 남자 간병인. 잠시 정적. 상준, 한나, 좀 뻘쭘해진다. 상준 (분위기 바꾼다) 내일 내 생일 파티 있는 거 알죠? 한나씨도 잊지 말고 꼭 와요. 그럼. 한나, 수줍게 알겠다는 표정지으며 인사하면 상준도 그런 한나에게 미소로 화답한다. <점프> 운전하는 상준, CD 꽂다가 조수석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는다. 한나가 흘리고 내린 연습곡 악보. 곳곳에 음표마냥 잔뜩 그려진 하쿠나 마타타. 가사 속에 “LOVE" "사랑” “KISS" 등, 뜨거운 단어마다 유난히 힘주어 그렸다. 16. 실내. 요양원 복도. 낮 긴 복도 끝 창가에 서서 블루스를 추고 있는 한나와 한나 아빠(60대 초반의 인자한 얼굴). 한나, 아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연신 미소 짓고 있다. 한나가 손에 든 MP3폰에서 흘러나오는 “When I First Kiss You" 풍의 곡이 그들의 춤을 리드한다. 한나(N) 난 아빠와 춤추는데, 아빤 엄마와 춤을 춥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구요? 한나 아빠 여보, 한나 잘 있어? 한나 얘기 했어요. 유명한 가수가 됐다고. (미소, 귓속말)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대요. 글쎄. 아빠, 춤추다 말고 한나얼굴을 천진하게 쳐다본다. 한나 아빠 근데 왜 점점 더 당신이 무겁게 느껴지지? 한나 여보. 그냥 춤춰요. 17. 실내. 안나 수희 부티끄. 밤. 영업 마친 듯 청소를 하고 있는 수희언니. 한나, 매장 쇼윈도우에 진열된 하늘하늘한 시폰원피스에 넋이 나가 있다. 수희 맘에 들지? 사!! 스카프로 쓸 거면. 한나 내일이 좀 특별한 날이라서..언니.(다른 옷 가리키며) 이런 푸대자루 말고.. 수희언니 알지? 그 푸대자루 다 너 때문에 들여논거. 한나, 삐진 표정으로 시폰 원피스의 가격을 쳐다본다. 95.000원 한나 (핸드백에서 돈을 꺼내) 10만원 좋다. 오천원 더 얹어서.. 수희 입지도 않고 모셔 놓을 옷을 왜 파니? 그건 내 옷에 대한 모욕이다. 한나 살빼서..살빼서 꼭 입을께요. 파세요. 네? 수희 살빼구 와. 그럼 그때 팔게. 한나 그럼 돈 받아 놔요. 나중에 팔구서 딴말 하지 말구. 수희언니, 한나가 귀엽다는 듯 그녀의 돈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어준다. 수희 아빠 병원비 보태세요~ 치매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래매. 한나, 그래도 시폰원피스가 눈에 밟히는지 멍하니 옷을 쳐다본다. 수희 강한나. 난 거짓말 안 해. 제발 살 빼가지고 와. 이거 니꺼야. 그때 꼭 좀 사가 줘라. 18. 실내. 한나집. 밤. 한나, 거울 앞에 서서 완성된 니트를 들어 자신의 몸 이곳저곳에 대본다. 정민, 선물 상자를 갖고 들어온다. 빨간색 포장지에 정성스럽게 싼 박스. 정민 퀵서비스랜다. 열어보면 빨간 원피스. 의아한 한나, 포장지에 동봉된 편지를 열어 보면. 정민 한나씨. 항상 당신의 수고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일 파티에 입고 와 주었으면 해요. 한나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번진다. 정민 이건 또 웬 기구냐? 정민, 커다란 은색 링 귀걸이 한쌍 딸랑 거린다. <점프> 빨간 원피스를 입고 뚱한 표정으로 서있는 한나. 한나 (걱정스레) 어때? 쫌 작지? 정민 흠... 내가 볼 땐 말이야... (정의 내리며) 빨간 순대 같다.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는 한나. 정민, 미쉐린 타이어처럼 튀어나온 한나의 살들을 본다. 정민 한상준이 취향 참...(고민끝에) 너 복대 있지? 19. 실내. 나이트클럽 스테이지. 밤. 늘씬한 걸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다이나믹하고 현란한 조명이 그녀들의 모습을 더욱 더 섹시하게 만든다. 어울리지 않는 한나, 정민 뚱자매들. 웨이터1의 안내로 방 쪽으로 계속 들어간다. 중간 중간 남자들과 웨이터들이 희한하다는 듯 둘을 쳐다본다. 상준일행이 있는 룸 앞에 와서야 코트를 벗어보는 한나, 문에 달린 창을 통해 룸 안을 확인해보는데. 술이 어느 정도 돈 듯 한 룸 안. 한나의 시선에 음반관계자, 댄스팀. 최사장, 상준이 보인다. 아미는 아직 안 보인다. 20. 실내. 나이트클럽 상준 일행의 방. 밤. 자신 있게 손 인사하며 들어오는 정민. 아직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 삐죽대는 한나. 정민, 우물쭈물하고 있는 한나의 손을 잡고 룸안으로 들어온다. 빨간 원피스의 한나가 드디어 룸 안으로 들어온다. 한나를 보고 씨가에 불을 붙이려다가 멈칫하는 상준. 알 수 없는 분위기의 실내.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한나, 구석으로 앉으려고 한다. 상준 (씨가에 불을 붙이며) 한나씨 이리로 와요. 야. 뭐해 술 한 잔 돌려. 한나, 상준의 왼쪽에 앉아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군다. 한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상준을 힐끔 보며) 그냥 입어 봤어요.. 한나, 수줍은 듯 머리카락 귀 뒤쪽으로 넘기면, 커다랗게 덜렁거리는 링 귀걸이. 상준 (차라리 못 본 척하자! 휴 그랜트 미소로) 응? 최사장 (끼어들며) 그래. 가끔 그렇게 입어. 한나야. (위로한답시고 사람들에게) 난 괜찮다! 난 한나 괜찮아... 순간, 상준이 최사장을 노려보자 수면 밑으로 들어가는 최사장. 태도 바꿔 괜찮다는 듯 한나를 쳐다보며 그녀에게 술을 권하는 상준.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미의 매니저 현덕. 뒤에서 나이트 고객들이 싸인 한 장, 사진한방만 찍자고 난리다. 현덕 오셨는데요.. 상준 여왕이냐? 뭘 오셔? 늦게 와가지고. 뭐해? 잽싸게 들어오라 그래! 아미, 이윽고 등장하는데 빨간 원피스다. 한나와 똑같은 빨간 원피스와 링 귀걸이. 기겁하는 한나와 일행들.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아미, 상준의 오른쪽으로 들어와 앉는다. 모두가 똑같은 원피스와 귀걸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완전히 달라 보이는 원피스와 귀걸이. 그제야 사연을 알게 된 한나. 망연자실하다. 일동, 긴장해선 한나가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고 있다. 한나 (태연한척 웃으며, 머리로 다시 귀 가리고) 미리 얘기하지 그랬어요. 리허설도 없이 언닌.. <시간경과> 한나 일은 금방 잊은 듯 흥겨워 놀고 있는 사람들. 구석에 앉은 한나, 조용히 폭탄주를 만들어 먹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가끔씩 상준과 눈이 마주치지만 미소 지으며 분위기를 맞춰주는 한나. 한나(N) 다 한솥밥 먹는 식구들인데, 이정도 일로 제가 분위기를 망칠 순 없죠... 막말루 인생 뭐 있나요? (자기 옷을 내려다보며)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아요? 한나, 맥주 한 병을 집어 일어선다. 상준 한나씨. 어디가요? 한나 (빙그레 웃으며) 춤추게요. 한나, 귀여운 몸동작을 한번 하고 스테이지로 나간다. 댄서1 (신기한 듯) 저 옷이...이 옷이었구나.. 야. 이렇게 틀리구나. 댄서2 (장단 맞춰) 야. 나는 귀걸이가 더 설명이 안 되던데? 거의 수갑 아니냐? 상준, 아미를 노려보는 서슬에 댄서 1, 2 입을 닫는다. 21. 실내. 나이트클럽 스테이지. 밤. 아미의 목을 잡고 걷는 상준. 그들의 앞뒤를 따라는 매니져 무리들. 상준 (아미의 목을 잡은채 현덕에게) 배달은 니가 했구나? 분위기 살피며 대꾸 못하는 현덕. 상준 잘해..난 사람 두 대 안 때리니까. 상준 (다시 아미에게) 너 무릎 꿇고 술마시고 싶냐? 아미 아이, 왜 그래~ 재밌는데~ 상준 (웃는다) 재밌어? (노려보며) 재밌어? (미소지으며 싸하게) 밥 먹어, 밥. 뻥튀기만 먹으니까 뇌가 점점 팝콘으로 변하잖아? 못 느껴? 아미 살찌잖아! 22. 실내. 나이트클럽 여자화장실. 밤 화장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상준과 아미. 현덕은 화장실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연신 인사를 하느라 고역이다. 상준 나 발레타인 30년 계속 먹고 싶거든? 우아하게? 근데 너 때문에 다시 소주 마시게 될 거 같다? 포장마차에서 혼자.. 아주 우울하게. (비트, 손에 물을 묻혀 머리를 정리해주며) 너 다시 백댄서 하고 싶어? 아미 지지배가 은근히 사람 약 올리잖아! 상준 그럼 니가 노래를 해!! 할 말 없는 아미, 장난칠 분위기가 아님을 안다. 상준 (화라락 열 솟구치는! 꾹 참으며) 내가 강한나 좋아서 잘해주는 거 같애? 니가 그렇게 지랄 안 해도 걘 거울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는 애야. 그냥 놔 둬두 무너져. 그전에 우리한테 온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몰라? 다시 한번 말하는데... 사람들은 니 노래 안 듣는다. 니 몸에 열광하지. 아미 버릇 고쳐 놓을꺼야. 상준 집키, 카드, 다 내놓고, 차키도 반납하고, 기자들 불러 줄 테니까 너 립싱크가수라는 거 멋있게 기자회견 한번 하고.. 그리고 버릇 고쳐줘라. 아미, 그제야 한풀 꺾이지만 상준에게 압도당한 때문인지 눈물이 고여 있다. 상준 (같잖다) 니가 왜 울어? 울어야 할 사람은 강한나야. 걘 재능 있어도 못생기고 뚱뚱해서 불쌍한 앤거고, 넌 재능하나 없어도 이쁘고 쭉쭉빵빵 복 받은 애고. 니가 다 가졌어. 걘 널 빛내주기 위해 존재해. 그게 전부야. 아니야?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하고) 잘해줘라. (돌아서서 나가며) 세수하고 나와. 깨끗하게 씻고 마음도 씻고. 그리고 나와서 잘해줘. 아미, 상준이 사라지자마자 울던 표정이 눈물 닦으며 돌변한다. 아미 (거울 보며 번진 마스카라를 매만지며 현덕에게) 욜라 멋있지 않니? 그때, 화장실 안에서 툭! 휴지 떨어지는 소리. 현덕 들여다보면, 누군가 잽싸게 변기 위로 발을 올린다. 한나,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 휴지로 입을 틀어막고 있다. 23. 실내. 나이트클럽 상준의 방. 밤. 술잔 돌리는 분위기 속에 아미, 상준 곁에 꼭 붙어 히히덕거리고 있다. 기분 언짢은 정민, 일행들에 끼어 술만 퍼마신다. 한나의 쇼핑백에서 니트를 꺼내는 상준. 상준 이거 누가 선물한 거죠? 정민 아..그거요. 상준 고마워요. 정민씨. 잘 입을게. (빙그레) 감각 있네... 정민 네? ...(부끄러운 듯) 네. 24. 실내. 나이트 앞 도로. 밤. 고개 숙인 채 멍하니 땅만을 바라보는 한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는 택시. 한나 봉천동이요..(고개 든다) 한나의 몰골을 아래위로 훑다가 그녀의 얼굴까지 확인하고 나더니. 그냥 앞으로 가버리는 택시. 십미터 앞에 서서 다른 손님을 태우려 한다. 늘씬섹시녀 아저씨. 봉천동이요. 택시기사, 얼른 타라고 손짓하고, 뒷 좌석에 사뿐하게 타는 늘씬섹시녀. 한나,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표정인데, 그 택시,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후진을 해서 한나 앞으로 온다. 택시기사 타요. 봉천동. 한나, 그냥 한번 웃고는 앞자리에 탄다. 거리옥상, 대형 LED 전광판에 아미의 뮤직비디오가 흐른다. 한나의 차창에 여울지듯 반사되는 아미의 뮤직비디오. 한나 저 노래 내가 부른 건데.. 기사와 늘씬녀. 약간 맛이 간 것 같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한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전광판 아미의 입모양에 맞춰 노래를 작게 부르기 시작한다. 제법이라는 표정의 택시기사와 늘씬녀. 한나,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25. 실내. 한나집. 밤. 가스 밸브를 여는 한나,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 보물1호 상준의 500미리 생수병을 바라본다. 뭔가를 눈치 챘는지 낑낑대는 마르치스. 한나, 벌떡 일어나서 마르치스를 문 밖에 내놓고 문을 닫는다. 그러더니 다시 문을 열고 마르치스를 끌어안는다. 한나 (눈물 고였지만 미소) 삐삐야, 미안해... 언니가 미안해... 삐삐야...다음엔 좋은 주인, 아니 날씬하고 예쁜 언니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돼... 알았지? 미안해. 다시 방으로 들어와 상준의 500미리 생수병을 잡고 침대에 가지런히 눕는 한나. 한나(N) 당신 보며 꿈이라도 꿀 수 있었으니까 행복했는데...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못참고 운다) 잠시나마..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서서히 방안 가득 차오른 가스. 한나의 호흡이 가빠진다.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데, 이 때 전화벨이 울린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한나, 좀 짜증스런 표정이 된다. 한나(N) 그거 참. 죽을 때만큼이라도 좀 우아하게 안되나...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뭐..(계속 울린다) 저 전화 받고 죽으면 진짜 이상할거 같은데.... 자동응답기로 넘어가는 소리. E(전화기 목소리) 나야, 오늘은 장사 안해? 아니, 뭐 잠깐 목소리나 들을까 해서. 자기 말한 대로 와이프 좀 안아 볼라구 하는데, 잘 안되네. 그래서... 한나, 기침을 하며 앤서링 머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묘한 표정에서 CUT TO: 26. 실내. 이공학 병원. 낮. 곳곳에 설치된 보조등과 스틸 소재의 은색 가구, 푸른빛이 도는 벽 등이 조화를 이뤄 의사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벽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많은 자격증들이 의사의 실력을 증명하며 신뢰도를 높여준다. 눈에 눈물까지 고인 남자의사.(40대 초반) 그 앞에 명패 ‘성형외과 전문의 이공학’이 반짝하고 빛난다. 이공학 (눈물을 닦으며) 지어낸 건 아니죠? 얘기 진짜 세다.. 한나의 침묵. 이공학, 자신의 경망스런 태도가 미안했는지 얼른 진료카드를 본다. 한나 사연 들으면서도 할 일은 했는지 차트에 그려진 얼굴과 전신 평면도엔 벌써 빨간 펜으로 가득 표시를 해놓았다. 눈, 코, 입, 턱, 가슴, 배....빈 데가 없다. 한나 (시선은 아래로) 가능하긴 한가요? 이공학 (진짜 의사다) 환자분 의지가 더 중요하죠. (먼 산을 바라보며) 전 영혼에 상처가 나서 혹이 생겼다면 그 혹만을 떼어내는 겁니다. 환자분이 나머지 상처는 치료하셔야죠. . 한나 (입술 앙 다 물고 고개를 끄덕) 수술비는 얼마정도...? 이공학 (약간 흥분해서) 난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삽니다. 상담실장하고 상의하세요. 한나 (집요하게) 비쌀까요? 이공학 (못 참고) 눈, 코, 입, 턱, 피부 등 기본 육천에... 지방 두 번 드러내고.. 칠천오백에...(한나와 눈 마주치고, 실수했다! 다시 히포크라테스로 돌변) 환자의 영혼에 상처가...(꼬인다) 영혼이 아프면.. 한나 한 푼도 빠짐없이. 이자까지 쳐서. 나중에 드릴게요. 이공학 (재빨리 인터폰 누르며) 김간호사. 노실장 들어오라구 그러구.. 여기 환자 출입문까지 안내해드려! 한나 제 목소리 더 들으셔야죠. 어디 주사실로 갈까요, 어젯밤처럼? 이공학, 뭔 소리냐는 듯 한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한나, 가슴속에서 비장의 무기처럼 녹음기를 꺼내 놓는다. 한나 (스타킹 내밀며) 직접 스타킹도 찢으시고... (녹음기 돌아가는데 이공학의 신음소리)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실장. 이공학, 녹음기를 재빨리 끄고, 이공학 (화를 내며) 어제 홍은경환자. 쌍거풀 누가 했어? 누가 인턴 돌리래!! 아니, 그리구 환자들 밥이 왜 그래. 내가 지금 그런 걸로 컴플레인 들어야 돼? 나가봐!! 노실장, 어이없다는 듯 미소 짓고 나간다. 이공학 (최민식이다) 누구냐, 넌? 한나 (송강호다) 난 선생님이 착한 사람이란 거 알아요. 사모님 소원대로 온몸 다 수술해줬지만 지금은 털끝하나 만지기 싫어서, 밤마다 외로워하는 분이라면 제 맘도 알아주실거라 생각해요. 이공학 (자신이 한심하다) 내가 폰섹스 하다가 별 지랄을 다했구나? 한나 성형외과 의사는 왜 인정 못 받냐고 하셨죠? 생명을 다루진 않으니까요, 전 허영 때문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그래서 하는 거니까...선생님이 바라시는 명분도 찾으실 수 있잖아요. 네? 이공학 너 뭐 외우고 왔니? (한숨 쉬고) 너 이거 이렇게 하면 죽을 수도 있어. 한나 (결연하다) 전.. 어제 이미 죽었어요. 결연한 한나를 멍하니 쳐다보는 이공학. <시간경과> 이공학 (안 되겠다 싶은지 방법을 바꾼다) 너, 종아리 퇴축하면 제대로 못 뛰어. 신경 끊어놔서. 한나 지금도 못 뛰어요. 숨차서. 이공학 턱 이렇게 깍아 놓으면 입도 크게 못 벌려. 음식 먹는데 지장있다고. 한나 어차피 줄여야 되요. 음식은. 이공학 애 낳는 거보다 아프다. 한나 (여전히 표정 하나 안 바뀌며) 마음 아픈 거만 하겠어요? 절망하는 이공학, 테이프 잽싸게 집어 손으로 테이프 꺼내 마구 망가트린다. 한나 그러셔야죠. (테이프하나 더 들어 보이며) 혹시 하고 하나 더 떠와봤어요. 이공학 (애써 여유) 이걸로 협박이 될 것 같애? 한나, 들고 있던 테이프를 훼손하기 시작한다. 놀라 한나를 보는 이공학. 한나 전 이제 선생님한테 달렸어요. 이렇게 죽이시든지..살려내시든지. 이공학, 그런 한나를 미동도 없이 심난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만 있다. 이공학 (결심한 듯 인터폰 누르고) 수술일정 다 갖구와!! 27. 실내. 진료실 / 몽타쥬 -3D로 시뮬레이션 되는 모니터. 이공학 얼굴이 심각하다. 모니터에 김태희의 눈, 한가인의 코, 송혜교의 얼굴형, 심은하의 피부 등 최고 미인들의 최고 부위만을 따서 얼굴과 몸매가 조합된다. -한나의 얼굴과 몸이 CG로 현란하게 바뀌며 결국 주연배우의 얼굴과 비슷하게 된다. -아예 살러 온 듯 집채만 한 짐 보따리를 짊어진 한나. 기가 막혀 하는 이공학, 28. 실내. 수술실. 낮. 각종 최첨단 의료기기에 파워가 켜지며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감도는 수술실. 수술복 차림으로 비장하게 서있는 이공학과 간호사들, 마취의, 그리고 인턴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한나. 얼굴 전체가 수술부위를 표시하는 빨간색 마크펜으로 도배되어 있다. 수술용 라이트에 불이 들어온다. 이공학 (마취의에게) 시작해. 마취의 (마스크를 씌우며) 열부터 거꾸로 세어보세요. 자, 열, 아홉, 여덟, 한나 일곱, 여섯, 다섯.. 이공학, 리모콘으로 오디오의 전원을 켜면, 음악 흐르며 한나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흐르는 과거의 인물들과 상황. 마지막 ‘하나’에 상준의 얼굴이 각인된다. 그녀의 감은 눈에 눈물이 살짝 맺힌다. 29. 실내. 한나의 집. 낮. -벽에 걸린 빨간 원피스. 방바닥에 뒹구는 상준의 500미리 생수병. 주인은 없고 기억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나의 공간. -문 앞에 처량하게 쪼그리고 있는 삐삐. 이공학(E) 완전히 다른 사람? 그렇게 만들어줄게. 그런데... 그럴려면 그전에 너 자신도 완전히 버려야 해! 니 과거의 기억, 추억 모두! 싸그리 버려! <인터커트> - 최사장, 상준에게 신문 들이민다. 아미의 사진과 커다란 헤드라인, “아미 2집 소속사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 - 아미, 울며불며 현덕 얼굴에 뻥튀기를 집어던진다. 정민(E) (아주 밝게) 한나야. 회사 아작났다. 아미년 2집 녹음 전면 중단됐고 너 찾는다고 난리야. 이왕 잠수 타는 거 아예 시원하게 잠행해라, 히히. 아미년 울고불고 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냐? 넌 내 친구다. - 낑낑대며 문을 긁어대는 삐삐. 그 앞에 수북이 쌓인 각종고지서들. 그때 삐삐 앞에 다가서는 구둣발. 정민(E) (화났다) 어떻게 니가 나한테까지 이럴 수 있어! 당장 연락안하면 나 진짜 실종신고 낼거야. 나 한다면 하는 거 알지? -한나의 방에 우두커니 서있는 상준. 그의 시선으로 “오랄 박” “세일러문 김교수” “똘똘이 고딩” 등등의 제목이 달린 폰섹스 녹음 테이프들. 그러다 문득 “상준 forever” 6M 테잎에 멈춘다. 정민(E) (우울하다) 강한나야... 제발... (운다) 난 서운하게 한거 없잖아. 니네 아빠 생각도 좀 해야지. 제발 전화 좀 해. 나쁜 년아. 순간 전화벨 소리 울리자, 상준 책상 쪽으로 달려가는데 받을 겨를도 없이 앤서링으로 넘어가는 전화기. 오랄박(E) (느물대는) 아미! 나야, 나. 오랄박. 그동안 어디 갔었어?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야~ 지금도 빨래해? 상준, 뜨악한 표정이나 잠자코 듣고 있다. 오랄박(E) (혼자 신음하고 난리 부르스) 헉헉... 나 지금 급해. 아아아아~~ 미칠 것 같애. 빨래 그만하고..나 젖었어, 나 좀 말려줘. 부탁이야..자기 입김으로..어? 상준 (참다 못해 수화기 들고 사오정 나방 뿜듯이) 하아아~~됐냐? 더 이상 말없이 전화기 끊어버리는 상준. 모든 게 답답하다. 30. 실내. 성형외과. 낮(몽타쥬) -회복실, 목발을 하고 창가에 선 미이라 한나. (계절의 변화) -얼굴에 감긴 붕대를 푸는 이공학의 떨리는 손. 수술진 일동,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다. 이공학 (자신감이 충만하여) 압박 받아온 고통의 세월은 지났어. 이젠 니 자신과 화해하고 완전한 자유를 얻으라구. 왜곡된 거울 따윈 치워버리는 거야. (붕대 풀고 얼굴을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비트) 코 다시 하자. 31. 실내. 요양원. 낮(몽타쥬) 인적이 드문 일각. 부둥켜안고 흔들흔들 블루스를 추는 미이라와 한나 아빠. 미이라 여보, 나 이제 여기 못와요. (울음 삼키며) 당분간은... 한나 아빠, 순간 미이라의 썬글래스를 확 잡아 벗겨버린다. 시퍼런 피멍과 함께 부은 두 눈 사이로 눈물 고인 미이라의 눈동자가 보인다. 멍하니 들여다보는 한나 아빠. 미이라의 눈에 비친 아빠, 썬글래스 뺏어 쓰고 좋아한다. <시간 경과> -선글래스 낀 아미와 상준, 복도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 천진한 한나 아빠를 보고 한숨 쉬 고 있다. 32. 실내. 병실. 낮 의료진이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한나의 얼굴 붕대를 푸는 이공학. 드디어 마지막 붕대가 스르륵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주변의 나지막한 감탄사. 조심스레 떠지는 한나의 눈. 거울을 마주 대한 한나의 뒷모습. 한동안 말이 없다. 이윽고 입을 여는 한나. 한나 정말... 저... 맞나요? 거울 속의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창백하고도 무표정한 얼굴이 씰룩이더니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한나, 거울 속 자신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더니,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고통을 짐작하는 바, 일순 주변이 숙연해지는데... 한나 (눈물 콧물 범벅) 흐엉... 울어도... 예쁘다... 덩달아 눈물 훔치던 이공학과 간호사들도 훗, 웃음 터지고. <점프> - 맨바닥에서 이공학에게 진심어린 큰 절을 올리는 한나. 당황하는 이공학. 한나 (절하다 말고 울음 터뜨리며) 흑!! 이것도 된다!!! - 한나, 장난삼아 청바지의 다리 한쪽에 두 다리를 다 넣어본다. 다 들어간다!! 청바지 한쪽에 두 다리를 넣고 신나서 방구석을 콩콩 뛰어다니는 한나. 야호! 33. 실외. 거리. 낮 (몽타쥬) - 병원 복도. 커다란 자루 옷 대충 여며 입은 한나, 눈치 보며 간호사 탈의실로 들어간다. - 간호사복 입고 거리를 활보 하는 한나. - 복합 상가 쇼윈도. 탱크탑과 미니스커트 입은 마네킹 앞에서 몸매를 견주어보는 한나. - 마네킹의 그 옷을 입은 한나, 구두매장에 전시된 하이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다. - 하이힐을 신고 완벽해진 자신의 몸매를 즐겁게 쇼윈도에 비춰보는 한나. - 하이힐이 익숙지 않아 절뚝절뚝 걷는 한나. 사람들 쳐다보자 우아하게 자세 고쳐 잡는다. 34. 실내. 백화점. 낮. 에스컬레이터 옆면에 설치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던 한나, 순간 화장품 사인회를 하고 있는 아미, 그 옆에 팔짱끼고 서있는 상준을 발견한다. 그 부스에 들어서는 한량 삘의 핑크 매니져(30대초반, 남). 그 뒤를 따르는 머리가 온통 분홍색인 신인가수 핑크(20대 초반, 여). 핑크 매니져 (빈정댄다) 야~ 이제 싸인회도 직접 다니네? 인사해! (핑크 가리키며) 신인이야. 핑크. 이쪽은 가요계의 마이다스 한상준 피디님. 상준 넌 어디서 이런 애들 구하냐? 공장에서 찍어내니? 꾸역꾸역. 스타일도 똑같애?? 이번엔 어디야? 필리핀부터 풀라구? 매니져 (피식 웃고 아미에게) 시트콤 잘보고 있어요~시청률이 5프로 나왔대누만. 애국가 시청률이래네..(상준에게) 가수는 노래를 해야지.. 왜 안나와 2집? 앨범 안낼거면 곡 만들어논거 나 좀 줘. 우리 핑크 주게. 부아 치민 상준, 노려보면 피식 웃고 손 흔들고 가는 매니져와 핑크. 그 모습을 부스 뒤쪽에 숨어 보고 있는 한나. 35. 실외. 도로. 낮. 한나, 그 화려한 옷차림 그대로 주차장 입구 전봇대에 숨어 건물 앞 보도에서 통화중인 상준을 훔쳐본다. 그런 한나의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오던 스쿠터 철가방, 그만 주차장 차단 봉에 머리가 걸려 액션씬처럼 스쿠터 따로 몸따로 완전 분리된다. 깜짝 놀란 한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반사적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한나, “안 다쳤냐” 며 바닥에 엎어진 짬뽕그릇, 짜장면 그릇을 주워 남아있던 국물까지 한데 합쳐준다. 미녀답지 않은 친절한 그녀의 모습에 빠져 들어가는 철가방. 그 소란에 상준이 무심코 돌아보자, 한나, 자신을 알아 볼새라 얼른 눈앞에 보이는 중고차 매장으로 뛰어든다. 36. 실내. 중고차 매장. 낮. 한나, 다리가 아픈지 주무르며 주변을 살피면 눈앞에 여러 대의 중고차가 보인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영업맨. 마침 그녀 바로 앞에 놓인 몹시 낡은 프라이드가 있다. 영업맨 웬만하면 다른걸 보시죠... 주행40만 킬로에, 미션은 거의 나간 상태고... 브레이크 상태 너무 안 좋구요. 한나 (처음부터 관심 있었던 척) 에어컨도 없겠네요? 영업맨 (씨익 웃으며) 50만원짜린데요.. 한나 (창 밖으로 상준이 있나 살피며 건성으로) 심하다...팔리긴 하나 봐요? 영업맨 그렇죠 뭐. 면허 바로 받으신 분들 있잖아요. 초보자 연습용으로 찾으시던데요..잠깐 타는 거죠. 딴 걸 보세요. 저도 팔아치우면 속편하고 좋겠는데, 양심상 정말 권할 수가 없네요. 그렇구나 하는 한나의 표정. 이제 나가려는 포즈 취하는데... 영업맨 근데..손님에게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쑥스럽다) 정말 미인이십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아름다우세요. - 돌아가는 한나의 미소진 얼굴. 순간, 스으윽 37. 실외. 도로. 낮. 흥얼흥얼 행복감에, 땀에 젖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한나. 과부하가 걸린 듯한 요란한 소음이 진동하는 실내. 한나 (합리화 모드로) 잘 됐어. 잘됐어! 어차피 차 필요했잖아? (흥얼흥얼대며) 에어컨이... (없다) 야. 한나야, 오십 만원짜리잖아. 어깨를 들썩이며 열심히 창문 수동 손잡이를 돌려대는 한나. 뭐에 걸렸는지 창이 끼룩- 끼룩- 내려가다 만다. 한나, 잠시 문을 쳐다보는 사이에 순간 쿵! 충격음과 동시에 운전대로 쏟아지는 한나. 택시 꽁무니를 박은 채 멈춰선 한나의 차. 택시에서 뒷목을 부여잡은 기사가 뛰쳐나온다. 택시기사 (자살직전의 심정이다) 사납금 반도 못 채웠는데 씨발. 죽어가는 애한테 완전히 청산가리를 멕이는구만. 내가 일년은 드러눕는다. 아주. 한나의 차창을 위협적으로 두드리며 나오라고 난리다. 한나가 핸들에 머리를 박고 꼼짝을 안 하자, 그녀의 팔을 붙들고 차에서 끌어내리는 택시기사 (아주 신경질적으로 거칠게) 빨리 나와요! 아줌마! (반말로 돌변) 눈을 똑바로 뜨고 운전을 해야할 거 아냐! 길두 좁은데 예편네들이 집에서 밥이나...도대체가... 헉! 고개 숙인 채 “죄송합니다”만 연발하던 한나가 드디어 고개를 든다. 긴 생머리, 탱크탑에 미니스커트, 36-24-36의 완벽한 몸매에 완벽에 가까운 얼굴까지, 택시기사 혼이 나간다. 택시기사 도대체... (태도 완전 바꿔) 괜찮아요? 아가씨? 어디 안 다치셨어요? 정체되는 도로, 멀리서 현장을 목격하고 달려오는 두 명의 교통경찰. 앞차에서 자신의 목을 잡고 내리는 뚱뚱이 아줌마. 교통경찰1 (다가오며) 차를 빼고 해야죠. 여기서 박아놓고 뭐 하시는겁니까? (한나의 미모를 확인하고는 급변, 경광봉으로 뒤에 정체되어 있는 차들을 다른 차선으로 유도한다) 차 돌려! 김순경! 뒷 차들 다 돌려. 뭐해? 상황 안보여? (한나의 팔을 잡으며) 괜찮아요? 아가씨. 뚱땡이 아줌마, 중년사내의 얼굴을 보고 경악한다. 아줌마 기사양반! ...피나! 뒤늦게 터진 사내의 이마에서 피가 얼굴을 타고 흐른다. 한나 어머, 어떡해요... (눈물이 나려 한다) 택시기사 (피 닦는데 역부족이다) 괜찮요.. 괜찮아.. 하나도 안 아픈데. 뭐. (피가 철철, 연약한 자기 자신에게 질책하듯) 어유씨. 왜 이렇게 피가 나지? 하나두 안 아픈데... 옆에서 지켜보는 뚱뚱이 아줌마, 기가 막힌다. 교통경찰1 (한나의 차 앞부분을 보며) 차 많이 상했네..어디 공업사 아는데 있어요? 내가 몇 군데 아는데. (피 닦고 있는 택시에게) 내가 봤는데 아저씨 이쪽으로 갑자기 들어왔죠? 택시기사 그런 거 같죠? (최면에 걸린 듯) 내가 깜빡한 거 같애. 깜빡하더라구. 아줌마 (기가 차다, 고래고래) 아, 면허증 봐요! 면허증! 무면허일수도 있잖아!! ‘그 아줌마 참.’ 하는 표정의 교통경찰. 한나,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면허증을 꺼내 경찰에게 건넨다. 면허증을 보는 일행들. 일순간, 의심스런 눈초리로 한나를 쳐다보는 일행. 38. 실내. 경찰서 안. 낮 경찰서 전 병력이 한나의 주위에 모여 있다. 면허증과 앉아있는 한나를 대조해보며 지들끼리 희한해 하고 있다. 교통경찰1 걱정하지 마시구요. 친구분 오셔서 본인 확인되면 바로 보내드릴께요. 아줌마 참내... 내가 무면허일줄 알았어. (비아냥) 참 편하다, 편해. 성형수수울? 아가씨, 그 병원 좀 가르켜줘봐봐? 나도 좀 하게. 순간, 경찰서 문을 박차듯 열고 들어오는 정민, 한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경찰서를 헤집는다.그러다, 간의 의자에 고개 돌리고 자고 있는 겨울파커차림의 여자 행려를 발견한다. 정민 (고개돌려 일으켜 세우며) 한나야!! (너무 까맣다) 응? 어떻게??.. 행려 (정신이 좀 나간 듯) 삼겹살..삼겹살..먹고 싶어. 사줘~ 정민 (경찰들에게 버럭 화내며) 아니, 애 뭐 좀 먹이지 그랬어요!! 그래~(끌어안고 볼 부비며) 삼겹살에 밥 비벼먹자..으이구, 기집애 살 빠진거 봐. 한나 정민아! 정민 (뒤 돌아 한나를 바라보며) 누구세요? 한나의 얼굴을 보는 정민의 얼굴에서 CUT TO: <화장실 안> 살짝 치마 걷어 올려 엉덩이 주술문신 비교해보는 정민. 날씬한 한나의 반쪽에 비해 넙대대한 정민의 반쪽 문양. 정민 (울먹) 한나야! 39. 실외. 도로. 낮. 인파들 사이를 걷고 있는 한나와 정민. 정민, 못 믿겠다는 듯 연신 환골탈태한 한나의 몸 전체를 감상하며 걷는다. 정민 어쩜... 너같은 애 때문에 국어사전에 “독한 여자”란 말이 나오는 거다. 빙그레 웃는 한나. 정민 코랑 턱은 아주 날카롭기가 종이 찢어먹게 생기셨어! 어쩜, 밑으로 그림자 하나 안 생긴다 얘. 어쭈! 이 기집애 젖퉁 봐라? 로케트다, 로케트! 잘하면 발사하겠는 걸? 보여줘!! 보여줘!! 이런 건 싼데서 하면 밥사발 된다던데. (주위 사람 아랑곳없이 탱크탑 들추며) 어떡해, 어떡해!!! (엉덩이 때린다) 지나가는 인파들. 정민의 호들갑과 기이한 행동에 갸우뚱한다. 한나 야! 엉덩이 실리콘 밀려. 정민, 주위 눈치 보며 너무 달렸다는 생각에 다시 자세 고쳐 잡는다. 정민 (못 참는다) 어머. 다리봐!! 이건 또 뭔 조화래냐?? 정민의 칭찬에 더욱 더 탄력 받는 한나의 해맑은 표정. 한나, 그러다 문득 상점 앞에 놓인 폐형광등 뭉치를 발견한다. 한나 (로또 맞은 듯) 어머! 옷걸이야!! 반사적으로 뛰어가 뭉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넝마주이처럼 형광등의 먼지 털어내는 한나. 한나, 가방에서 꼬물꼬물 비닐 봉투 꺼내 신나게 폐형광등 쓸어 담는다. 황당한 정민, 주위 눈치 보며 쓴 웃음과 함께 한나의 행동을 제지한다. 40. 실내. 까페. 낮. 모던한 카페 안. 당당히 센터 쪽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한나와 정민. 얼음물을 벌컥벌컥 원샷하는 정민. 정민 근데 이제 너 뭐할 거니? 기대된다. 한나, 미소 짓고 있다가 정민의 말에 멍해진다. 정민 (계속 미소 지으며 기대하는 표정으로) 괜찮아. 말해? 뭐할 건데? 한나야~~ 한나, 당황스러운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정민 일내내... 일내. 야! 다음 플랜도 없이 그냥 무작정 뜯어고쳤어? 한나 (패닉 상태) 난 내가... 이렇게 예뻐질 진 몰랐지. 진짜야. 정민, 한나의 말에 수긍이 가는지 잠시 골똘해진다. 정민 (잠시 생각) 위험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하지. 한나, 눈 똥그래져 정민을 쳐다본다. <점프> 한나 뭐? 말도 안돼. 티 나면 어떡해. 아우, 난 못해... 정민 아님 뭐 할건데? 결정은 니 몫이야. 한나, 고개 가로젖다 유리창에 비친 차기 모습 못 알아보고 한나 (힐끔, 질투어린) 어머~ 근데 쟤 누구니, 참 얄밉게도 예쁘다. 정민 (쳐다보고 어이없다는 듯 머리 쥐어박으며) 차암 때려주고 싶게 예쁘다. 이년아, 너잖아, 너! 한나, 어? 그런가 하는 표정에서 기가 막힌 미소 짓는다. 한나 근데... 목소리 들으면 알지 않을까? 정민 바로 그거야! 제2의 강한나를 뽑는 거잖아. 그러니까 니가 딱이지. 징그럽게 좋아할거야. 아마. 똑같다고. (미소지으며) 재밌겠다..히히. 한나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결심한 듯) 나 가볼데가 있어.. 41. 실내. 역술원. 낮. #1의 선녀보살 앞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한나. 선녀보살, 한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긴장된 한나 표정. 선녀보살,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다가 갑자기 허참, 기막힌 듯 웃어버린다. 한나 (몹시 걱정스러워) 왜요...? 선녀보살 (혼잣말로)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만... (하고 또 한나를 뚫어지게) 한나 (뜨끔. 침 꿀꺽 삼키며) 티...나요? 선녀보살 (집중하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정신집중, 정신집중! (자기 이마 사정없이 때리며 혼잣말로) 넌 씨발 프로야, 프로!! 김수미!! 한나, 깜짝 놀라는데 선녀보살, 다시 한나 보며 눈 튀어나올 듯 집중, 그러다 무너지며 선녀보살 왜 이러냐... 왜이래...(웃는다) 왜 당신 얼굴에서 송혜교가 보이냐고..(비트)이거 뭐야? 심은하도 보여.. 어? 누구야?... 최지우... 김태희도 보이고... 한 두 사람이 아냐... 떼로 보여... (자기 이마 마구 퍽! 퍽! 때리며 울먹)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지! 작작! 결국 이렇게 되는거야..우라질 ! 옘병! 한나, 가히 방언 모드에 진입한 선녀 보살 뒤로 하고 문닫고 나가려다 보살 톡톡 치며 한나 보살님 진짜 프로예요. 우라질 옘병. 헤헤. 42. 실내. 녹음스튜디오. 저녁 “아파서~ 너무 아파서~돌이킬 수가 없어서~~”열창하는 오디션 지원자. 상준 (노래를 끊으며) 그래요. 나도 많이 아파요, 귀가... 다음! 풀이 죽어 나가는 지원자. 몹시 지겨운 듯한 얼굴의 작곡가들, 아미, 최사장.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정민, 숨이 가쁘다. 프로필을 적은 종이를 상준에게 건네주는 정민. 상준 (프로필 보며) 재미교포네? 들여보내요. 모두 녹음실 안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녹음실로 들어가는 미모의 한나. 탱크탑에 선글래스 차림이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최사장과 작곡자들. 한나, 긴장했는지 예전의 한나처럼 고개만 앞을 보고 몸은 틀어서 어색하게 서있다. 상준 (다시 프로필을 보며) Jennie? 어색하게 상준을 보며 끄덕이는 한나. 상준 (프로필 보며) 한인학교 나왔으면 한국말 잘하겠네요? 손가락으로 쪼끔이라는 표현을 보이는 어색한 한나. 상준 (냉정하게) 그럼 안경 벗어요. 한나, 썬글래스를 벗는다. 더욱더 어색해지는 그녀의 몸동작. 옆에 앉은 작곡가에게 한나를 가리키며 귓속말하며, 낄낄대는 아미. 한나, 더욱 더 경직된다. 상준 좀 똑바로 서볼래요? 똑바로 서라는 정민의 사인 이어지고, 그제야 똑바로 서는 한나. 상준, 곧바로 MR테이프의 버튼을 누르고, 모두가 기다리는 제니의 노래가 시작된다. <시간 경과> 완벽한 외모, 완벽한 가창력의 한나, 스튜디오 내 모두.. 조금씩 넋을 잃어간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아미의 표정 변화. 불안하다. 상준 (최사장에게) 아마가 아닌데요? 최사장 (한나에게 정신이 팔려) 바랄 걸 바래라. 씨발, 아다는 무슨... 괜한 말을 했다는 상준의 표정, 다시 그녀에게 집중한다. 녹음실 한쪽 끝에 정민, 그녀가 대견한 듯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른다. <시간경과> 노래가 끝난 분위기. 멍해선 말이 없는 사람들. 한나, 서둘러 선글래스를 다시 쓴다. 상준 (마이크 켜고) 됐어요. 나가 계세요. 정민, 끄덕이고 안쪽에 있는 한나에게 나가자고 손짓한다. 나간 후 잠시 정적. 그제야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는 사람들. 최사장, 상준을 꽉 끌어안고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하는 최사장. 아미 (불안한지) 야~ 드디어 2집 낸다~ 상준 (무시하고) 먼저들 나가있어. 기쁨에 들떠 우르르 몰려 나가는 사람들. 상준 (비장하게) 형, 욕심나지 않아? 43. 실내. 까페. 저녁 맞은 편에 앉은 상준과 최사장. 화들짝 놀라는 한나. 한나 에? 신인가수요? 저를요? 제가 무대에 선다구요?? 잠시 상준의 눈을 쳐다보는 한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최사장 너무 아까우니까. 제니씨처럼 비디오, 오디오 다 갖춘 사람들 드물거든. 한나 (공주병 심각하다) 물론, 저도 그게 걱정이긴해요. 사람들이 제 노래보단 얼굴만을 볼까봐.. (골똘히, 손거울보며) 결국 제 노래보단, 제 몸에 더 열광하겠죠? 뭐 어차피 그게 세상 다니까. 누가 그러더라고..(상준 쳐다보며 뜨끔) 한나의 말에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상준. 최사장 제니씨, 열심히 할 수 있죠? 한나 (생각도 안하고) 잘 하는게 중요하겠죠.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다 하니깐...(상준 쳐다보며 또 뜨끔) 하여튼...신인가수는 좀 그래요. 상준 (의미심장하게) 나 알죠? (쓴웃음 지으며) 난 당신 알거 같은데. 순간, 얼음처럼 표정이 굳어 버리는 한나. 자신의 실수를 직감한 듯 고개를 떨군다. 한나 (울먹거리며) 티..나요? 티났구나.. 상준 티나는 정도가 아니에요. 왜 솔직하지 못해요? 언제까지 속일 거에요? 한나 (두손으로 얼굴가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상준 백화점, 중고차매장, 지하 주차장. 왜 날 미행했죠?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정민씨가 내가 최고라 그러던가요? 왜 당당하게 나 신인가수 하고 싶다고 말을 못해요?! 나 키워달라고! 최고가 되고 싶다고! 왜 못하냐구요?? 한나, 그제서야 가슴 쓸어내리며 표정 밝아진다. 한나 (눈물 닦으며 분위기 완전히 바꿔) 그러니까요..할거에요! 신인가수! 최사장 (자상하게) 왜 울고 그래? (손수건 건네며, 상준에게) 넌 사람을.. 왜 울리고 그러니? (비트) 근데, 얼굴 한 두어 군데만 손보자. 눈 앞꼬리 좀 트고, 응? 코 라인 좀 세우고... 한나 (기겁) 안돼요! 안돼!! (비트, 미소) 전 겁이 많아서 칼 대는 거 너무너무 싫구요, 그리고 성형수술 왜 해요? 그런걸? 그런 건 자기 자신에게 자신 없는 애들이 하는 거죠...(비트) 근데 지금 그 말씀은 제가 안 예쁘단 뜻인가요? 최사장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상준 보며) 자연미인, 좋네 좋아! 이미지 메이킹하기도 좋구, 안 그래? 상준 진짜 수술한데가 한군데도 없어요? 한나 (당황해서 최사장에게) 그렇쵸? 네. 그럼요. 상준 (선뜻)계약하죠. 최사장, 다 됐다는 듯 한나에게 악수를 청한다. 악수하며 애써 미소짓는 한나. 44. 실내. 삼겹살 집. 밤 한나와 정민, 소주를 곁들인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 분위기에 안 맞게 과감한 옷차림의 한나가 희한한지 연신 그녀를 쳐다본다. 삼겹살을 먹고 있는 정민과 대조적으로 메추리알만 까서 이쁘게 먹고 있는 한나. 축하의 잔을 부딪히는 둘. 정민 야! 더 잘된거야. 아예. 이제 됐어! 인제 아미 그 년만 조심해. 니가 지 자리 뺏은거 알면 독 품고 지켜 볼 거다. 한나, 고개 끄덕이며 눈 마주친 사람에게 눈인사와 함께 반갑다는 손짓을 한다. 정민 (제지하며) 야. 너 뭐하니? 시선은 그냥 즐겨! 넌 이러면 들통나. 이쁜 년들 하는 것처럼 도도하게! 우아하게! 응? 정민, 삼겹살 입에 넣고 분위기를 바꿔 미소 짓는다. 정민 자. 보자. 니가 어떤 남자한테서 선물을 받았어. 그럼? 한나 (자신 없다) 고맙습니다? 정민 아니지. 아니지. 봐. (손가락을 살랑 젓곤, 도도하게 째리며) “애개?” 한나, 그런 거 같다는 표정으로 정민의 말에 더욱 집중한다. 정민 자, 니가 어떤 남자의 발을 밟았어. 그럼 뭐라고 하지? 한나 (되게 미안한) 죄송합니다. 정민 (설레 설레, 한손은 허리 짚고, 한손은 턱 받치고 우아하게 되묻는) “아퍼?” 이쁜 것들은 일단 말이 짧단말이야. 길게가지마! 도도. 우아. 알겠지? 오~~신대륙 발견한 듯한 한나의 놀라움. 한나 정민아. 근데 비계 좀 띠고 먹어라. 정민 어? (빈정 상한듯, 짧게) 그래. 한나 맛있니? 정민 (쌈 커다랗게 싸서 한나 입 앞으로 갖다 대며) 먹어봐. 한나 좀 이상하지 않을까? 너 나같이 생긴 애들이 삼겹살 쌈 싸가지고 먹는거 봤니? 정민, 진짜 못 본 것 같다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정민 (생긋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입 가리고 먹어. 한나 (밝게 미소지으며 순진하게) 그래.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정민의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한나의 턱이 빠졌다. 고통스러워 하는 한나의 표정. 종업원들, 무슨 소린가 불판을 뒤집어 보고 난리다. 45. 변신 몽타쥬 <뷰티샵> -들쑥날쑥 자란 한나의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잘려나가며 세련된 스타일로 변모한다. -형형색색의 메이크업 팔레트. 한나 얼굴에 오고가는 각종 브러쉬들. -네일 샤워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작은 거품들. 가느다란 손가락에 칠해지는 컬러풀한 매니큐어. 시녀들에게 시중 받는 왕비처럼, 극진대우 그 자체. -회전의자 확! 돌리면 눈부시게 변모한 한나 얼굴. 조금은 흠칫! 놀라는 상준. <명품샵> -상준 앞에서 패션쇼를 하는 한나. 상준, 리처드 기어처럼 고상하게 앉아 고개만 살랑살랑 젓기 일쑤, 처음엔 마냥 신이 났던 한나도 지쳐갈 무렵. 드디어 상준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감돌더니, 한나 곁으로 성큼 다가선다. -한나의 몸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훑어내려 가던 상준의 손길. 한나, 발그레해지는데 상준의 손길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가격표. 가격을 확인한 상준은 또 다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실망하는 한나. <백화점 화장품 코너> -눈화장 테스트 중인 한나. “너무 이쁘시네요” 연발하는 점원들. 한나, 테스트용으로 쓰이는 1회용 마스카라 브러쉬를 집어 애교 있게 하나 달라고 한다. 점원이 딴 데 보는 사이 하나 더 집는다. <향수코너> -전 전 커트의 그 옷 입고 살랑살랑 신난 한나, 뭔가 발견! 상준은 전화를 받느라 바쁘고. 보면, 공중에 칙- 뿌려져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향수를 맞으며 한 바퀴 도는 여자. -점원이 향수를 뿌려준다. 한나, 두 손 상콤 들곤 공주처럼 한 바퀴 돌고, 재미있어 다른 브랜드서 또 향수 맞고 뱅글 돌고. 발견한 상준, 얼굴 붉히며 한나를 끌어낸다. 상준 아예 머리에 꽃을 꽂지 그래요?! <명품관 난간> 점원과 계산을 하고 있는 상준의 모습. 한나, 조금 떨어진 곳에 난간에 기대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준이 돌아오면 어떤 자세가 좋을 지 고민하며 이자세 저자세 연습해보고 있는 한나. 한나 바로 옆에 열 살 정도로 보이는 뚱뚱한 여자아이가 핫도그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한나 (다정하게) 얘, 그런 거 먹으면 살쪄. 그건 완전 기름 덩어리야. 몸에 들어가면 절대 안 떨어져 나간다구. 자... 이제 언니 주세요. 영문 모르는 아이, 한나에게 안 뺏기려는 듯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한나 (조금 진지하지만 다정하게) 빨리 줘... 이런 거 먹으면 나중에 언니처럼 된단 말야! 아이 (한나를 훑어보더니) 정말? 그럼 먹을래!! 한나, 그제야 예뻐진 거 깨닫고 아이와 함께 핫도그를 사이에 둔 실랑이를 벌인다. 강압적으로 빼앗은 한나, 안되겠는지 핫도그에 침을 묻힌다. 한나 히히..(곡조를 붙여 노래를 부르며) 침뱉았다~침뱉았다~. 상준 (어이없다) 지금 뭐해요??? 벙찐 한나, 상준 쪽으로 고개 천천히 돌리며 난감한 표정에서 CUT TO: 46. 실내. 상준의 차안. 밤.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외로 돌리고 앉아 있는 한나. 상준, 한나에게 뭔가를 준다. 보면, 상자에 든 핫도그다. 한나, 어색하게 웃으며 핫도그를 받아든다. 상준 (무표정하게) 침 뱉았다, 침 뱉았다. 한나, 더욱 부끄러워지는데 상준 (웃으며) 애들껄 침까지 뱉어서 뺏어먹고 그래요. 한나 아..그게요. 상준 내가 볼 때 제니씨 매력은.. 도도함. 상준의 말에 좋아라 하며 눈이 반짝거리는 한나의 표정. 상준 도도함. 그 도도함이란게 전혀~ 없다는 거예요. 이쁜 척도 안하구. 그거 잘 키워요. 이 바닥에선 참 찾기 힘든 미덕이야. 상준의 말에 다시 힘을 얻어, 행여 도도할세라 핫도그를 우적우적 먹어치우는 한나. 볼이 터진다. 상준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나랑 매일 같이 있을 거니까. 핫도그 입 안 가득 넣고 마냥 행복해 눈물까지 글썽이는 한나. 47. 실내. 한나와 정민의 집.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희에 찬 한나의 표정. 그녀의 손에 구찌, 프라다, 샤넬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이 한가득이다. 정민, 한나 들이닥치자 화들짝, 가디건 걸쳐 입는다. 한나 정민아!!! 대박이야, 대박!! <점프> 명품 쇼핑백은 한쪽에 제쳐두고 끊임없이 물건을 끄집어내는 한나. 화장품 코너에서 집어온 일회용 브러시, 헤어샵에서 슬쩍 해온 구루뿌, 화장품샘플, 마구 집어 온 듯한 화장솜 따위들. 한나의 어이없는 행동에 할 말을 잃은 정민의 넋 나간 모습. 한나 (뭔가를 계속 꼬물 꼬물 꺼내며) 어쩜 상준씨랑 잘 될지도 몰라.. 앞으로 나랑 매일 같이 있고 싶대. 나오는 실핀 수십개...끝도 없다. 한나, 머리카락 안쪽에 숨겨놓은 구루뿌를 빼낸다. 이어 정민 야! 한상준이 스타일이 파악 안 되니? (숨겨온 구루뿌를 들어 보이며) 그 사람 머리 빈 애들이랑 연애할거 였으면 아미랑 자도 수십번은 잤겠다. 한나 근데 (정민이 입고 있는 안쪽 탱크 탑을 가리키며) 그거 내 옷 아니니? 정민 어? (민망한지 일어나 나가며) 내가 너한테 무슨 도도를 가리키니? 외모만 진화하면 뭐해? 하는 짓이 크로마뇽인데...행동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한나, 중얼대면 나가는 정민을 뾰루퉁하게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밝아진다. 원피스 소매 접힌 부분에서 꺼내지는 비장한 면봉 덩어리들. 요건 몰랐지하는 한나의 표정. 48. 실내. 그룹 회장실. 낮. 한 쪽 벽 전면으로 나 있는 통창 옆으로 000화장품 회사로고가 보인다. 넓고 긴 책상에 앉아 있는 회장, 최사장, 상준과 간부들. 근엄한 회장에게 거품 물며 설명하고 있는 최사장의 모습. 최사장 잘 생각해보세요. (답답하다) 진짜에요. 제니는 요새 여자애들한테는(결연한 표정으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니까요. 회장 (빈정대며) 자지가 하나 더 달렸냐? (상준에게) 얘 뭐가 다른거야? 좀 어색한데... 괜찮겠어? 난 지금하고 있는 아미가 난거 같은데.. 상준 아미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섹시한 쪽으로 유도를 한 친구라서요, 마케팅면에서 순수나 자연스러움하고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최사장 얘, 모든 사람들이 혹할만한 완벽한 자연 미인이에요. 회장 니가 혹한 게 아니구? (상준에게)내가 딴생각 하지 않을 다른 이유를 대봐! 상준 (단호하게) 야생화, 꾸미지 않은 신선함. 인공미보다 자연미를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딱이예요. 돈으로 살수 없는 아름다움이죠. 최사장 맞어... 그거야. 회장 (최사장에게 단정 짓듯) 너 얘랑 사귀지? 최사장 (발끈) 끼고 잘 애가 아니에요. 돈으로 살수 없는 매력이라잖아요! 회장 (빈정)개가 똥을 끊니? (자신 있게) 니가 얘랑 사귀고 있다에 천만원 건다. 최사장 아버지나 찝쩍대지 마세요! 49. 실내. 회장실 앞 복도. 낮 뭐에 맞았는지 깨진 이마를 손수건으로 막은 채 회장실을 나오는 최사장. 그 뒤를 따라가는 난감한 표정의 상준. 최사장 상준아. 그냥 앨범부터 내자. 걔 실력이면 그냥 내도 돼. 상준 형, 나 오늘 여러 번 실망시킨다? 빨리 가잔 얘기야!! 최사장 (화나서) 난 더 이상 저 비위 못 맞춰. 상준, 최사장의 팔을 잡고 돌려 세운다. 피가 맺힌 최사장의 이마. 상준 형, 이럴 때 보면 다른 사람 같애. 형 장점이 뭐야? 끈기 아니야? (자신의 손수건으로 이마에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그 좋은걸 왜 포기해, 형? 내가 누구 믿고 이러는데. (또 휴그랜트 미소) 성민이형. 형도 나 믿지? 한없이 여유롭고 자신감에 찬 상준의 미소.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최사장 (흔들린다) 아, 새끼. 오늘 형 소리 꽤 한다?...또 미남계냐? 상준 (씩 웃으며 최사장의 볼을 톡톡 두드린다) 앙탈은... 그래도 심각한 최사장. 상준의 얼굴을 빤히 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한 번 결심한 듯 뒤돌아 회의실로 쳐들어간다. 동시에 마구 날아오는 재떨이, 꽃병, 노트북... 지켜보는 상준 표정이 더 아프다. 50. 실내. 포토 스튜디오. 낮 광고 화보 촬영 현장이다. 세련되어진 한나를 앞에 두고 팡팡 터지는 플래시. 한나의 어색함 때문인지 사진작가의 표정이 매우 어둡다. 그 사진작가의 옆에 서서 지켜보는 상준, 뒤쪽에 앉아 있는 회장과 최사장 때문인지 더욱더 난감하다. 한쪽 끝에 하늘 무너진 것 같은 정민의 표정. 사진작가 (지쳤다) 제니씨... 2시간째거든? 한 컷도 못 건졌어? (애써 미소) 긴장하지 말고... 좋아하는 걸 떠올려봐요. 뭐, 새끼고양이라든가, 꽃이라든가... 한나, 애써 표정지어주지만 영 아니다. 사진작가 아님, 비비안 웨스트우드 백? 마놀로 블라닉 구두? 명품 좋아하는 거? 한나, 영어로 욕하는 건가? 잠시 생각하다가 더욱 이상한 표정이 되어 렌즈를 응시한다. 사진작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잠시 쉬었다 합시다. 정민, 한나에게 빨리 나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회장 (최사장 노려보며) 너 진짜 사귀지? 최사장 (눈치 보는 동시에 너스레) 난 좋은데, 응? (상준을 노려보며) 난 괜찮아요. CUT TO: 한쪽 구석으로 한나를 끌고 나온 정민. 정민 (다정하게) 얘, 너 미스코리아 같애. 한나 (반색) 정말? 정민 (콩 쥐어박으며) 등신. 어색하다고. 입 떨리는 거 봐라. 한나 그럼 어떡해. 사진이라고는 민증 사진 찍어본 게 단데. 그때, 둘에게 다가오는 상준. 상준 (한나에게) 가 있어요. (정민에게) 정민씨, 제니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지? 정민 (몹시 당황하여) 네? 상준 제니가 집중할 수 있는 거 있잖아,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오른다든가, (한나를 바라보며)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볼 때 마다 좋은 그런 거... CUT TO> 화면을 가득 채운 한나의 자연스러운 미소. 청초하고 아름답다. 사진작가, 신나서 거의 춤을 추며 찍는다. 좋아! 오케이! 보면, 카메라 앞에 놓인 전신 대형 거울. 한나 그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푹 빠져 즐거워한다. 온갖 포즈, 온갖 표정 잡아 보며 아이처럼 거울 놀이 하는 한나의 모습 천진하고 귀엽다. 이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풀썩 웃어버리는 상준. 회장 (웃는다) 저게 순수냐, 푼수냐? 순수 절정인 한나의 얼굴에서 스톱! 그 위로 한나의 경쾌한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51. 제니의 광고 몽타쥬 -앞 씬의 제니 사진 광고를 부착한 버스 지나가면, 빌딩 대형 광고판에도 제니 광고. ‘돈으로 살수 없는 아름다움, 순수화장품 000’ - 지하철 역 광고판, 아미 사진 떼어내고 대치되는 제니 광고. 지나가던 깻잎들, ‘절라 깔쌈한데?’ 한마디씩. -신문 한 면 전체가 제니의 화장품 광고다. 흐뭇한 이공학. -탱크탑 차림으로 런닝 머신 위를 달리고 있는 아미. 런닝 머신에 붙어 있는 LCD TV에서 제니의 화장품 광고가 동영상으로 나온다. 너무 놀라는 아미, 런닝 머신 위에서 발을 헛디뎌 자빠진다. -녹음실 밖. 상준, 뭐라고 열심히 말하고 끄덕거리는 한나. 예전과 구도는 같지만 분위기는 다른. 이를 물끄러미 보는 정민. 52. 실내. 요양원 휴게실. 낮 TV에 또 나오는 제니의 화장품 광고. 팔에 링겔 꽂은 한나 아빠, TV를 보며 헤죽거린다. 옆에서 심난한 표정으로 한나 아빠를 보고 있는 아미, TV를 보자 열이 확 오른다. 한나 아빠,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며 “오줌, 오줌” 중얼거리고 아미, 짜증스런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간병인을 찾는다. “여기요!” 53. 실내. 요양원 화장실. 낮. 오줌 누는 한나 아빠. 고개 돌린 채 링거 들고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 아미다. 아미 다른 걸 좋은 걸로 착각하지 마. 54. 레스토랑 / 요양원 화장실 (#53과 교차). 낮. 예전의 한나가 짜준 니트를 입고 있는 상준. 기분 좋은 한나, 상준이 통화하는 사이 고상하던 태도를 바꿔 마구 마구 음식을 먹어댄다. 상준 너 자꾸 이러니까 다른 게 좋아지는 게 아니라 그 전 게 자꾸 싫어지는 거야. 아미 내가 제 발로 걸어 나가길 바라지? 나중에 후회하지 마셔. 상준 난 집나간 개는 안 찾는다. 아미 난 내 개는 지구 끝까지 뒤져서라도 찾어. 한나 내 손으로 찾고 말거야. 상준 한나 얘긴 꺼내지도 말랬지! 한나, 놀라 그릇 엎을 뻔. 이제야 온 신경이 그들의 통화로 집중된다. 상준 당분간 시트콤에 전념해. 대사 좀 외워서 하고. 누가 애드립 하래. 아미 난 가수야! 상준 이제 알았니? <화장실> 아미 (!!!) 난 가수라고! 가수가 하고 싶다고!! 하고 싶다고, 하고 싶다고!! 이미 전화 끊긴 상황. 아미, 분이 안 풀리는지 링거 든 채 몸서리친다. 한나 아빠 (빙그레)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건 하느님밖에 없는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 아미, 돌아버리겠는데, 한나 아빠 (털며) 사람은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좋은데?~ <레스토랑> 상준, 골치가 아픈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든다. 한나 (걱정하는 척) 개... 잃어버리셨어요? 55. 실내. 룸싸롱. 밤 기자들, 룸녀들과 술에 흠뻑 취해 흥청망청 놀고 있는 최사장. 머리에 넥타이까지 질끈 묶고 신났다. 이때 마침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아미. <시간경과> 모두들 내보낸 상태. 시퍼렇게 날선 눈으로 최사장을 노려보고 있는 아미.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룸녀, 최사장과 아미 사이에 끼여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최사장, 아미랑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을 한다. 최사장 순수... 하니까. 아까 기자들도 다들 좋아하드라. 자연미인(하다가 아미 눈치 보며)이라고... 아미 순수? (같잖아) 알아봤어요? 수술 했는지 안 했는지? 최사장 야! 옆방에 기자들 있다? 아미 (말 끊으며) 했어! 확실해. 최사장 봉숙아...(분위기 수습) 아미야.. 니 기분 모르는 건 아닌데....(말 꼬인다) 컨셉이... 자연이고... 아미 (자르며 옆에 앉은 룸녀에게) 너! 코했지? 룸녀 (화들짝) 어머! 아니에요. 아미 (같잖다는 듯 손 뻗어 귀 뒤 만져보며) 갈았네. 연골 갈아서 코끝에 붙였지? (갈수록 태산. 가슴 주물럭주물럭 만져보며) 식염수구나? 많이도 넣었다. 안 무겁니? 최사장 (군침 삼키며) 아니...만져보면 진짜 알아? 어디.. 최사장, 룸녀의 가슴으로 손을 향하면 그 손은 탁 쳐내는 룸녀. 몹시 아쉽다 아미 자연미인 좋아하네! 두고 봐! 하여튼 밝혀내면 다시 나한테 주는 거야, 응? 최사장과 룸녀, 아미의 신통한 능력에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다. 아미 약속해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사장과 룸녀. 56. 실내. 상준 차안. 밤 카오디오에서 흥겹게 흘러나오는 Fugees의 한나 정민 상준 셋이서 장난스레 립씽크하던 바로 그 노래! 감격스런 한나, 말없이 립씽크한다. 어느새 상준도 하고 있다. 서로 쳐다보며 배시시 웃는 둘. 한나, 상준이 입고 있는 자기가 떠준 니트에 신났다. 한나 (별렀다) 옷 진짜 이상하다? 산거 아니죠? 상준 이상해요? (피식) 난 좋아하는 옷인데. 한나 좋아해요? (탄력받아) 어디 건데요? (상준의 목 뒤 부분 뒤집어 자신이 붙여둔 부적 확인하고 싱글벙글) 누가 줬어요? 상준 (미소지으며) 실력 있고, 자신감 넘치고, 자기표현 확실한 사람. 상준, 한나를 돌아보며 그윽한 미소를 짓는다. 더욱 빠져드는 한나의 표정. 57. 헬스클럽. 실내. 낮 로우 앵글로 보이는 한나의 바스트 샷. 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카메라 천천히 트랙백하며 수평으로 내려오면 한나는 싸이클을 하고 있다. 그 옆에 한나의 말을 들으며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는 정민. 카메라가 내려오기 전까지 마치 한나가 누군가와 상위체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나 아...아...날 좋아했어..아... 그 옷 자주 입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정민 (찔끔해서) 옷이 없나보지. 한나 (들리지도 않는다) 역시 그 부적이 효험이 있었어. 아... 씨 수술 괜히 했나? 그 때 대쉬라도 해볼걸. 야, 근데 내가 그랬니? 자신감 넘치고, 자기표현 확실히 하고?? 아무튼...(가상연기) 그 옷 준 사람 여기있어요~상준씨. 쿵! 한나의 말에 놀라 바벨을 떨어뜨리는 정민. 58. 실외. 실내 수영장. 낮 INSERT: 뭇 남성들의 눈길을 즐기며 걷고 있는 수영복차림의 한나와 정민. CUT TO: 데크체어에 누워있는 한나와 정민. 하얀 속살이 훤히 드러난 비키니 차림의 한나와 긴 치마까지 둘둘 말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정민 괜한 소릴 거야. 한나 (온화하게 웃으며) 너.. 질투하니? 정민 (어이없는) 누굴? 너를? 한나 그럼, 내가 너를 질투할까? (히죽) 그건 좀 그러다. 얘. 이때, 한나는 저 멀리서 손 흔드는 숯검댕이 눈썹 남자를 발견한다. 한나 쟤 봐라, 쟤. 한번 좀 봐달라고 난리 났다. 참... (손 흔들어 주며) 옆을 보면 정민 없다. 정민, 숯검댕이에게 이미 가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한나. 그녀의 시야에서 다정하게 사라지는 둘. 뻘쭘한 한나, 민망한 손을 내린다. 이때 누군가 톡톡 치자 한나 (그럼 그렇지) 네, 맞아요. 제가 바로 그 제니에요. (악수라도 해주겠다는 듯 공주처럼 손 내밀며 보면) 보기 좋게 태닝한 몸에 형광색 비키니 차림의 아미. 그 주변을 호위하듯 둘러쌓고 있는 근육질의 꽃미남들. 아미 (오일을 덥썩 던지며) 오일 좀 발라볼래? 한나 (센 척) 내가 왜? <점프> 아미의 등에 열심히 오일 바르는 한나. 마치 목욕탕 때밀듯이 손바닥 박수치며 아미를 돌려 뉘여가며 열심히다. 아미, 선글래스 너머로 눈을 굴리며 한나의 몸을 살핀다. 아미 어머~ 너 피부 정말 뽀얗다.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며? 한나 (열심히 문지르면서 으쓱해선) 그래. 아미 거기서 반지하에 살았니? 한나 !! 아미 꼭... 두부같애. 두부. 어휴, 촌빨 날려. 너 안되겠다. . 선탠샵. 낮. 59. 실내 고급 선탠실에 누워있는 아미와 한나. 둘 사이에 커텐이 무릎 높이로 가려져 서로 볼 수는 없는 공간. 캡슐처럼 생긴 선탠기에 한나와 아미의 전신이 들어가 있고 톡 튀어나온 머리 받침에 머리만 달랑 받치게 된 첨단 기기. 한나쪽 해치를 내려 잠궈 놓고 나가는 점원. 아미(OS) 너 그거 아니? 가슴 성형수술한 애들은 여기 오면 안되는거?! 한나 (표정 굳으며) 어? 왜? 아미 여기 온도가 엄청 높잖아. 한나 응? 끓..지? 아미 (OS) 그러니까. 그 가슴에 실리콘이 문제야...이 열 때문에 실리콘만 온도가 점점더 올라간대..계속 올라가다가.. 부글부글 끓는대네? 마지막엔 펑 터진다는데? 너무 엽기적이지 않니? 너나 나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쿵! 한나, 말 떨어지기 무섭게 캡슐에서 일어나려다 머리를 박는다. 한나 (당황한) 그.. 그래? 정말...안됐다. (몸 뒤집고 회심의 미소지으며) 아니, 그러면 뒤집지? 뒤집으면 되잖아. 가슴 열 안 받게?! 아미 (골똘히) 그렇겠네. 그럼 등만 까맣게 될텐데... 근데 엉덩이에도 실리콘 넣은 애들은 그것도 안 되잖아. 어떡하니~ 그런 애들은? 충격받은 한나, 다시 몸을 뒤집는다. 힘이 드는지 얼굴에 핏대가 선다. 아미 가슴이 더 먼저 터질까~ 엉덩이가 더 먼저 터질까? 60. 실내. 선탠샵 내 락카실. 낮 가운차림의 한나와 아미. 적당히 이쁜 피부색으로 변한 한나를 보며 몹시 못마땅한 얼굴의 아미. 한나, 휘파람까지 불며 여유를 보인다. 아미, 그런 한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잘못짚었다다는 표정으로 나가버린다. 그제서야 한숨 몰아 쉬며 가운 풀어헤쳐 보는 한나. 가슴에 손을 포개고 버텼던듯, 선명하게 드러나는 X자 손자국. 거기만 하얗다. 울상으로 변하는 한나의 얼굴. 61. 실내. 이공학 병원. 낮 걱정도 팔자라는 표정의 이공학. 그 앞에 수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는 한나. 이공학 그거 다 거짓말이야. 지가 했어! 걔 걔 맞지? 그 이상한 시트콤에 나오는 애? 걘 백프로 식염수 팩이야. TV보니까 딱 알겠던데. 뭐. 그거 만져보면 되게 아파할걸? 피부 밑에 바로 넣어놨어요..식염순 또 촉감도 후져요. 그래서 내가 너 일부러 실리콘 해준 거 아니냐. 한나 (끄덕이며) 그런거죠? 실리콘이 더 싸서 하신 건 아니죠? 그죠? 이공학 슬프다..(겸연쩍은 듯 웃고) 너 이런 시련이 다 어디서 오는 건지 아니? 자신감. 몇 번을 말하니. 당당하게 행동해야 돼. 미녀는 Attitude, 오케이? (직접 해보이며) 턱은 15도 각도로 살짝 들어주고 시선은 비스듬히 내려 깔고 손은 허리에 착. 그게 엔진이야. 엔진. 한나 (선명한 손자국 가리키며) 이건 어떡해요? 이공학, 뭔가를 서랍에서 꺼내 한나 손에 쥐어준다. 핸드폰이다. 이공학 오랜만에 한통화만 하자...응? 그럼 그거 레이저루 어떻게 해보께. 내가. 한나 (어이없어, 버럭) 선생님!!! 62. 실내. 녹음실 부스. 낮 상준, 부스 밖에서 연습 중인 한나를 지켜보고 있다. 한나, 앞서 이공학이 알려준 공주병 자세 취하며 온갖 예쁜 척에 취해 있다. 상준, 답답한 얼굴로 엔지니어에게 작업을 중지시킨다. 상준 (마이크 열고) 오늘은 그만 하지. (엔지니어에게) 수고했어. 내일 봐. <시간 경과> 모니터 화면 가득히, 고개 숙인 뚱보 한나의 모습이 보인다. 한나가 과거에 찍어둔 셀프 카메라. 뚱녀 한나, 침묵하다 고개 들고 카메라를 보며 헤죽 웃어 보인다. 취한 게 분명하다. 이윽고 고요히 무반주로 흐르는 화면속 한나의 노래가 스튜디오를 감싸듯 울려 퍼진다. 화면 속 한나, 맥주병을 마이크 삼아 부여잡고 절절하게 노래하는데,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게 느껴진다. 영상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는 미녀 한나. 상준 (비디오 중지시키고) 뭐가 느껴져? 한나 (충격) 네? 네.. (정신 차리고) 취... 했네요... 상준 (고개 설래 설래) 그거 말고 저 사람 노래에서 뭐가 느껴지냐구? 한나 (상준의 의중을 떠보려는 듯) 누구한테 노래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닌가? 상준 정확해! 환해지는 한나의 표정. 상준 저렇게 못해? 제니는 노래 부를 때 목표가 없어. 왜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만 신경 써? 눈만 감지 말고 다 감아. 촉수, 세포, 뚜껑 다 닫으라구.. 아예 저렇게 취하든지, 풍덩 빠지든지. 한나 (시무룩) 저 사람보다.. 제 노래가 많이 못해요? 상준 한참. 아주 한참. 63. 실내. 상준 차 안. 밤 실망했는지 표정이 어두운 상준과 힐끔힐끔 눈치보는 조수석의 한나. 한나 (조심스레) 저기... 아까 그 뚱뚱한 여자요...꽤 관심이 있으셨나봐요? 칭찬도 하시고. 원래 칭찬 잘 안 하시잖아요. 상준 (말해 뭐해 하다가 꾹 참고) 나한텐 소중한 사람이었어.. (상념에 젖어 피식) 제니도 그 사람 때문에 지금 노래할 수 있는 거고. 한나 (탄력 받는다) 그래요? 음..근데 너무 민망하게 생겼던데? 어휴, 그 살들..같이 다니기 쪽팔리진 않으셨어요? 상준 (참으며)제니, 그만하지? 노래하는 거 배우랬지 누가 사람 생긴 거 보랬어? 한나 (연약모드) 어머, 피디님.. 왜 화를...(조심스레) 그 분한테 혹시 감정도 있으셨던 거에요? 아니죠? 상준 참나..(회한 밀려오는) 물론 이뻤다면 여러 가지로 좋았겠지. 근데 그게 말이 돼? (한숨) 오늘 진짜 왜 그러지? 그렇게 핵심이 파악이 안돼? 상준, 답답한 듯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라이터가 안 켜진다. 한나 (상준이다) 하긴 뭐 그 정도 실력에 얼굴까지 이뻤다면 좋아할 수도 있었겠죠? 그죠? 하여튼..남자들이란. 상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라이터를 창밖으로 집어던져버린다. 상준 (한심하다) 너.. 걸어가고 싶니? 마침 충전 완료되어 뽕! 하고 튀어나오는 시거잭을 뽑아 두 손으로 정중히 내미는 한나. 64. 실내. 한나와 정민의 집. 밤 몸빼 같은 잠옷차림으로 갈아입은 한나. 그 옆에 마스크팩 하던 정민, 벌떡 일어나 앉으며 정민 뭐? 너, 미쳤니? 한나 소중한 사람이었데..생각해봐? 그 강한나의 순수함에, 제니의 미모. 정민 참나..그래서 고백하겠다구? 지금까지 속여놓고? 막말루 넌 사기 친거야. 한나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고백해야지. 상준씨는 이해할거야. 정민 내가 세상엔 세 종류의 여자만 있다고 했지? 한나 이쁜 여자 됐으니까 된 거 아냐? 정민 아니. 넌 해당사항 없어. 왠지 알아? 성형한 건 여자가 아니라 괴물이거든. 한나 야. 박정민! 정민 그래, 한상준이 다 이해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널 사랑하게 될까? 남자들 다 똑같애. 성형한 게 뭐 문제냐고 말하지? 그치만 내 여자는 절대 안돼! 그게 남자야. 한상준도 별수 없는 한국남자고. 아님, 게이거나. 한나 언제부터 니가 남자 박사가 됐니? 누가 들으면 수십 년 연애해본 사람인 줄 알겠다? 정민 너보단 나을 걸? 적어도 난 일방통행은 안하거든? 한나 오호, 불타는 연애를 하신다? (주머니에서 명함 꺼내 흔들며) 이 남자? 과연 이 남자도 로맨스를 꿈꿀까? 물건 팔아먹으려는 건 아니구? 정민 너 내 가방 뒤졌니? 한나 (피식 웃으며) 남의 옷을 몰래 입었으면, 주머니는 비우는 게 예의 아냐? 정민, 할 말 없다. 한나 로맨스도 좋고 다 좋은데, 절대 물건은 사지 마라. 정민 (비웃는) 내가 너냐? 한나 그래..나처럼, 아니 옛날 강한나처럼 너 그 남자 앞에서 괜히 착한 척, 병신처럼 다 맞춰주고 하지 마. 그래봤자 헤어질 땐 하는 말 뻔해. 성격 차이. 니가 뚱뚱하고 못생겨서 싫단 말 절대 안할걸? 정민 (눈에 불꽃) 역시 경험보다 좋은 교훈은 없구나. 고백해라!! 정민의 문 닫히며 꽝! 그 위로 초인종 소리. 65. 실내. 상준의 집 복도. 밤 현관문을 여는 상준, 머리 감다 말고 나온 듯. 보면, 한나가 각도까지 계산된 모델 포즈로 서 있다. 한나 (섹시한 척 도발적으로) 그 비디오.. 좀 더 보여 주시겠어요? <점프> -욕실에서 들려오는 샤워소리. 안의 눈치를 보며 와인과 음식 등 준비해온 것들을 테이블에 세팅하는 한나. 마무리로, 꽃 한 송이. 한나 (부산하게 준비하며 큰소리로) 곧 있으면 첫 방송도 있고... 제가 인,물,값을 너무 하는 거 같아서요. 피디님 말씀처럼 좋은 건 배워야죠. 맨날 남한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는 그런 태도는 고쳐야죠, 그죠. <점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한나의 결연한 표정. 한나 (눈 살포시 깔고) 상준씨...할말이 있어요... 사실은... 그때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 잽싸게 섹시 포즈 취하는 한나. 머리를 털며 나오는 상준, 더욱 멋져 보인다. 그 옆에 젖은 마르치스 한 마리. 눈 커지는 한나. 한나가 키우던 삐삐다! 삐삐, 한나를 잠시 쳐다본다. 삐삐, 한나임을 아는지 그녀에게 뛰듯 달려들어 핥고 꼬리 흔들며 난리가 난다. 한나 (당황, 저도 모르게 휙 밀쳐버리며) 어머, 이 개 발정 났나봐. 아유, 얘가 왜이래! (달려드는 삐삐를 손을 떨궈내며) 저리가, 휘휘- 상준 (삐삐를 꾸짖으며) 그만! 이 녀석... 누구한테 꼬리치는 건 처음인데...잠깐 기다려. 비디오 찾아볼 테니까. 상준, 방으로 들어가자 새침한 표정 짓고 있던 한나, 표정 급변. 눈물 콧물 흘리며 삐삐를 끌어안고 뽀뽀하고 난리다. “삐삐야, 살아있었구나! 언니가 미안해, 널 버려서 정말 미안해! 상준씨가 널 보살펴주다니! 근데 삐삐야, 살이 좀 빠졌구나!” 라는 뜻의 감정이 산발적인 단어, 감탄사, 동물적 신음이 뒤섞여 튀어나온다. 누가 개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기뻐하는 두 마리. 삐삐가 아직도 젖어있는 걸 보고, 목에 두른 스카프 풀어서 물기도 닦아주고 있는데 그때 상준이 나온다. 얼른 삐삐를 던지는 한나. 한나 (갑자기 생까고) 어우, 드러. (오는 삐삐 다시 밀치며) 개털 다 묻었네. (괜히 수선 떨며) 우리 나가요. 66. 실내. 고급일식집. 밤 조용한 일식집 룸에 마주앉은 두 사람. 앞에는 싱싱한 회가 차려져 있다. 한나 저기요. 예전에 최사장님 말씀 말이에요.. 한국은 성형 많이 하나 봐요? 그냥 물어보는 건데... 피디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준 (무심하게) 그때 자기가 정답 말했지 않나? 성형수술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런 건 자기 자신에게 자신 없는 애들이 하는 거라고. 나도 같은 생각이야. 한나 그죠, 같은 생각이네요? (진땀 난다, 횟집 물수건으로 촌스럽게 얼굴 닦으며) 근데...나쁘게만 볼 건 아니지 않나? 거기엔 다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뭐..눈썹이 눈을 자꾸만 찔러서 쌍꺼풀을 했다든지- 상준 (한나 말을 이어 받으며) 콧구멍이 너무 작아 숨쉬기 힘들어 코를 높였다든지... 안경 쓰는 게 불편해서 렌즈 끼는걸 욕할 순 없단 논리겠지. 이유라고 말하지만, 핑계 아냐? 결국 예뻐져서 쉽게 살아볼려구 하는 거 아닌가? 한나 예뻐지고 싶다는 게 나빠요? 나쁜 걸로 치면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남자들이 더 훨씬 더 나쁘죠. 그리구 요즘 성형은 화장품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유행이기도 하잖아요. 상준 그렇게 당당한데 왜 숨기지? 본인들이 먼저 숨기잖아. 다 비겁한 자기합리화야. 아직도 모르겠어? (앞에 놓인 광어를 가리키며) 이 바닥 봐 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산인 제니가 더욱 빛나는 거야. 한나, 좌절한 표정으로 광어와 눈을 맞춘다. 상준 (혼자말) 그리구 자기만족이라는 애들이 죽을 때까지 성형해요? 그럼 죽을때까지 자기 자신이 싫은 거야? (울상인 한나에게) 먹어? 자연산이야!! 67. 실외. 한나와 정민의 집 앞. 밤 한나, 힘없이 대문 향해 걸어가다 돌아본다. 상준, 한나 속도 모르고 차에 앉아 힘내라는 듯, 주먹 불끈 쥐어 보인다. 애써 웃어보이곤 터덜터덜 걸어가는 한나. 그때 탁-탁-탁- 뛰어오는 발소리에 돌아보면, 상준, 한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고. 상준 제니!! (환해지는 한나, 마주 안길 자세인데 그냥 지나쳐버리며) 비켜!! 벙찐 한나. 어둠 속에서 상준의 손에 의해 질질 끌려 나오는 한 남자. <점프> 빼앗은 디카와 캠코더의 영상을 확인하는 상준. 심각하다. 모자에 고개 푹 숙이고 선 스토커, 겁먹어서 안절부절못한다. 상준 (침착)언제부텁니까. (차분하지만 날카롭다) 누가 시켰어요? 스토커 아뇨, 아뇨... 제가 그냥... 너무 좋아서... 아까부터 힐끔대던 한나, 스토커의 얼굴을 보더니 그제야 알아보고는... 한나 어머, 어머, 그때 그 자장면! 스토커 (기쁘다! 손 마주 잡을 태세로) 맞아요, 자장면! 기억하시네요!! 상준, 거의 특공무술에 가까운 동작으로 스토커를 제지한다. 벽 쪽으로 스토커를 떨어뜨리고 얘기하는 상준. 상준 맘은 고마운데, 이거 사생활 침해인거 알죠? 사진 돌리면 초상권 침해고. 스토커 (머뭇거리다가) 아니. 나는 그냥 혼자 보려구... 지켜보기만 하려구... 상준 좋아한다면서 어둠 속에서 감시당하는 사람 생각은 안 해봤어요? 몰래 훔쳐보고 그걸 기록까지 하는 건 범죄야. 지금 당신 행동은 스토커나 하는 짓이라고! 이 따위 꼴사나운 짓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스토커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가만히 듣고 있던 한나가 나선다. 한나 (애써 미소) 꼴사나운 짓이라뇨...좋아서 그랬다는데..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나 참...(점점 열 받는) 시선 받는 게 그렇게 불쾌한 거예요? 그럼 바라보는 것 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사람 발자국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마음, 당당히 좋아한다고 나설 수 없는 마음을 알기나 하냐...구요... 한나, 열변 토하다 아차! 두 남자의 벙찐 얼굴을 뒤늦게 알아채고 말을 바꾸어 스토커에게 한나 ....이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거죠? 68. 실내. 상준의 집. 밤 삐삐를 쓰다듬으며 스토커에게서 압수한 테이프를 틀어보는 상준. 처음엔 조금 심각하던 얼굴이 스토커의 영상을 보며 점점 웃음으로 바뀐다. 순간,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 상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다. 69. 제니의 스타 탄생 (몽타쥬) <편집실. 밤> -편집실의 상준. 오퍼레이터들과 비디오테이프를 편집한다. -앞 씬의 스토커의 영상이 제니의 뮤직비디오로 재탄생된다. <길거리. 낮> -스포츠 신문 1면, 자랑스레 웃고 있는 스토커의 인터뷰. “훔쳐보면 더 예뻐요.” <음반매장. 낮> -음반가게 전면을 도배한 제니의 브로마이드와 진열되는 CD. <아미의 밴안. 낮> -한나의 기사를 보던 아미, 신문을 던져 버린다. <서울야경이 보이는 공터. 밤> -결연한 얼굴의 한나. 차마 버리지 못 하고 남겨두었던 뚱보 시절의 사진들을 태우고 있다. 하얀 재로 사라져 가는 사진들을 보는 한나의 얼굴. <스튜디오. 밤> -노래 녹음중인 한나와 상준.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코러스하는 정민. <안무 연습실. 낮> -무섭게 안무 연습하는 한나, 여전히 뻣뻣한 몸 때문에 안무가에게 혼이 난다. 입술을 깨물며 굳은 한나의 얼굴. 팔짱낀 채 그녀를 지켜보는 상준. 70. 실내. 안무연습실. 밤. 앞 씬에 이어 혼자 안무 연습하는 한나, 땀범벅. 벌써 야심한 밤이다. 목이 마른지 구석에 놓인 500미리 생수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한나, 갑자기 귀를 쫑긋.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 소리. 소름이 쫙 돋는 한나. 71. 실내. 옆 안무연습실. 밤. 한나, 살짝 열린 문에서 안쪽을 지켜보면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미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하지만 역부족으로 보이는 고음 처리. <점프> 아미, 잘 안되는지 계속해서 그 부분을 반복해서 부른다. 갑자기 땡! 땡! 피아노 소리. 아미, 놀라 보면 입구 옆 피아노의 건반을 음정 맞추듯 두드리는 한나. 황당한 아미의 표정. 당황해 어쩔 줄 모른다. 한나 (건반 누르며) 이거야. 이거... (시범 보이며) 해 봐. 아미, 어리둥절한 가운데 따라 해본다. 한나 아니, 소릴 지르지 말고, 숨으로 그냥 내뱉는다고 생각해. 소리 지르려고 하니까 자꾸 반음이 플랫되잖아. 그게 아니고, 이렇게 (다시 해보이며 아미에게 따라하라는) 아미, 따라해도 잘 안된다. 아미, 짜증스레 목덜미의 땀을 닦는데 한나의 눈에 봉긋한 아미의 가슴이 들어온다! 한나 아! 흉성을 못쓰는구나..(자상하게) 우리 다시 해봐요~ (아미의 가슴을 척 하니 만져보며) 가슴을 이렇게 올리면서 흉성으로...이렇게. (더욱 주무르는) 아미, 한나의 행동엔 관심이 없고 더욱더 지시에 몰입한다. 한나 아니. 이게 아닌데. (갸웃거리며 계속 아미의 가슴을 주무르는) 아미 (열심히 따라하니까 된다!!) 됐다!! 됐어! 됐지! 한나 (혼잣말로) 돌팔이. 자연산이잖아.. <시간경과> 지쳐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두 사람. 아미가 자기 가방 속에서 음료를 꺼내 나눠 준다. (목에 좋은 음료다.) 아미 몰랐지? 내가 붕어라는 거. 한나 아니. 아미 (놀라서) 뭐? 한나 아니. 정말 노래하는 것처럼 너무 잘 해서 전혀 몰랐다구. (아미 여전히 의심의 눈길) 정민이...정민이가 다 말해줬어. 아미 하긴 내가 연기는 좀 돼. 걔랑 똑같이 부르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한숨) 사실 난 걔가 엄청 부러웠어. 내 립싱크 해주던 애 말야. 한나 (음료수 삼키다 사래 걸려) 정말?! 왜? (콜록콜록-) 아미 (한나 등을 쓸어주며) 기집애가 노래를 잘 해도 너무 잘 하는 거야. 한상준은 난 인형 취급하면서 걔랑은 진정한 뮤직의 월드네... 어쩌구 하고... 참.. 부럽더라. 걔가. 한나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 생각엔... 걔도 니가 부러웠을 거야. 이쁘니까... 아미 내 꼴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니? 이뻐봤자 다 한 때야, 한 때. 넌 이쁘면서 그런것도 모르니? 한나, 쓴 웃음 지으며 자조하는 아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72. 실내. 연습실 복도. 밤. 가방 둘러메고 걸어 나오는 아미와 한나. 아미 너무 얄미워서 약간 놀려주려고 장난을 좀 쳤는데.. 한나 (자기 생각에 빠져) 좀 심했어. 그건. (아미 보며) 아니 정민이 말이.. 아미 그랬더니 없어지대, 휘리릭! (회한 담긴 듯한 한숨)이제라도 나타나준다면... 한나 (조심스레 대답을 기대하며) 왜? 사과라도 하려고? 아미 (정색하며) 얘는? 나 2집 내야지. 한나, 그럼 그렇지, 하고 웃어버린다. 아미 웃어? 걔만 돌아와 봐. 넌 찬밥이야. 니 노래는 쨉도 안돼. (혼자말처럼) 춤은 내가 너보다 백배 낫고... 그때 가서도 웃을 수 있나 보자. 한나 (피식) 아니 뭐 내말은...할 수 있는 걸 하라구..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냐? 아미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뭐? 한나 아니. 우리 아빠가 해준 말이야.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구...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건 하느님밖에 없대. 아미, 얼음장처럼 표정이 굳어 버린다. 한나 (씨익 웃으며) 넌 춤 최고잖아? 춤 하나로도 충분히 훌륭해. (뛰어가며) 간다. 나 오늘 첫방 이거든. (멀어져 가며) 음정 잡히면 목욕탕에서 노래 해봐!! 효과있어!!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이 아미의 얼굴에 여울치듯 비친다. 73. 실외. 한나와 정민의 집 앞. 이른 아침 대문 열고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한나. 로드와 코디가 한나 집 앞에 세워 두었던 밴 앞에서 갸웃거리며 서있다. 한나, “죄송합니다!” 뛰어오면 난감한 표정으로 한나를 보는 로드, 코디. 무슨일인가 밴을 쳐다보는 한나. 본넷에 “넌 가짜야!”라고 락카로 써있는 낙서. 한나 (당황해서 너무 진지하게) 이 차... 가짜에요? 74. 실내. 뷰티샵. 아침 머리에 셋팅기 말고, 얼굴 마사지 중인 한나. 그녀 옆에 여러 명이 붙어 서서 꾸미느라 정신없다. 새벽까지 춤 연습 하느라 못잔 한나,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든다. 이때, 부르르- 부르르- 떨리는 한나의 몸. 한참 동안 열심히 울리는 전화기. 주섬주섬 겨우 정신 차린 한나, 전화 받더니 벌떡 일어난다. 한나 (커다란 목소리로) 정민이가요?! 손으로 마스크 팩 떼고, 말려 있는 셋팅기 떼면서 누가 잡을 사이도 없이 후다닥 뛰어 나가는 한나. 영문 모르는 로드와 코디의 어리둥절한 표정. 75. 실내. 상준의 집. 낮. 넥타이를 매면서 전화를 하고 있는 상준. 상준 병원엘 지금 왜 가?? 76. 실내. 한나의 차안. 낮. 자신의 고물차로 운전 중인 한나. 핸드폰으로 상준과 통화를 하고 있다. 한나 정민이가 자살 할려구 약을 먹었대요!! 상준 정신 차려!!.오늘이 데뷔 방송이야. 얼마나 중요 한 건지 몰라?! 한나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 한나, 막무가내로 전화 끊고 좁은 도로를 내달리기 시작한다. 77. 실내. 병원 회복실. 낮.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정민. 한나와 상준, 멍한 표정으로 정민을 바라보고 있다. 의사 수면제 30알을 한꺼번에 삼켰습니다. 그 정도면 치사량인데... 환자분은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알파파까지 생성하고 있다는 건... 기이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나,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잽싸게 밖으로 뛰어 나간다. 상준 제니!! 78. 실내. 한나와 정민의 집 거실. 낮.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한나. 들어서다 표정이 딱 굳어버린다. 안 그래도 좁은 집구석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커다란 사우나 기계. 뒤따라 들어온 상준. <점프> 요란하고 거대한 사우나 기계를 관찰하고 있는 상준. 상준 헬씨 2000. 가정용 싸우나? 한나, 그런 상준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의 옷가지와 책상을 뒤지는데 여념이 없다. 드디어 발견되는 명함 한 장. 79. 실외. 어느 건물 앞. 낮 어떤 건물 앞. 건물을 올려다보더니 두 주먹 불끈 쥐며 뭔가 결의를 다지는 한나. 더욱 확연해진 팔자걸음. 영락없는 과거 한나 모습이다. 도로가에 차를 세운 상준이 경비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80. 실내. 헬씨 2000 사무실. 낮.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사무실. 한나, 이사람 저사람에게 명함 보여 주며 누군가를 찾는다. 전화 통화중인 한 남자 앞에 다가서는 한나, 그 남자, #58의 수영장에서의 정민 데리고 나간 숯검댕이다. 숯검댕 (애기 다루듯이) 어..수진아..어? 수정이구나...수정이..그래. 이따 수영장에서.. (한나 발견하고) 오빠가 쫌 있다 전화할게~ 그래. 숯검댕에게 화사하게 웃음을 보이는 한나. 숯검댕, 한나의 미소에 자신도 화답한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한나와 숯검댕. 한 발 늦게 도착한 상준 앞에서 무심히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문. 그 사이로 보이는 한나의 의미심장한 얼굴. 81. 실내. 엘리베이터 안. 낮. 엘리베이터안의 한나와 숯검댕. 한나, 무슨 생각인지 가장 높은 층 버튼을 누른다. 상황 파악 되는 숯검댕, 초절정 미녀와 밀폐된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마냥 싱글벙글한다. 한나 (미소)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셨어요? 갸우뚱하는 숯검댕. 한나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헤어지셨어요? 숯검댕 네? 한나 (무섭기까지한 미소) 왜 벌써 헤어지셨어요, 사우나 기구 효과는 직접 눈으로 보셔야지요. 왜, 살 빼는 게 싫어서 그러셨어요? 살 빼면 오빠 화낸다, 그러셨어요? 차라리 뚱뚱해서 싫다고, 물건이나 좀 팔아달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시지... 사랑하는데 왜 헤어지니, 개자식아!! (숯검댕이를 패기 시작한다) 뚱뚱하다고 바보냐, 바보야? 왜 애를 두 번 죽이세요!! 한나, 급기야 하이힐 벗어 쥐더니 인정사정없이 찍어댄다. 한나 이 나쁜 놈아, 개새끼야! 뚱뚱한 게 죄니? 못생기면 사람도 아냐? 벌레야? 호구야? 우리도 여자야, 씨발놈아! (울먹) 씨발... 할 말 진짜 많은데...손이 먼저 나간다... 퍽! 엄청난 펀치. 제대로 얻어맞고 절규하는 숯검댕의 한 마디. 숯검댕 (억울해 죽겠다는 듯 울먹이며) 도대체 누구세요? 이때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한나는 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져 때리고 있다. 문 앞에 서 있던 상준. 상황파악하고 얼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도망가려는 숯검댕의 덜미를 잡아채곤 문을 닫는다. 숯검댕 (버럭버럭) 뭐야 한 패야? 니들 뭐 하는 것들이야? 나, 신고할 거- (하는데 퍽- 하고 날아오는 펀치) 상준이 내뻗은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숯검댕, 고꾸라진다. 상준의 돌발 행동에 놀란 한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 상준, 말없이 그녀의 치마를 북 찢고는 그것도 모자라 한나의 머리를 산발로 만든다. 벌어진 입 다물어지지 않는 한나. 상준 (숯검댕에게 지폐 몇 장을 던져주며) 신고해! 이 돈 받고 조용히 입 닥치고 있던지. 다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그 앞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다. 상준 (한나를 에스코트해 나가며) 오빠가 뭐라고 그랬니?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지 말라고 그랬지? 늦게 왔으면 어쩔 뻔 했어?? 홀로 처참한 몰골로 엘리베이터 구석에 남겨진 숯검댕. 사람들 웅성이며 알만하다는 시선을 보낸다. , 상준이 멋있는지 쳐다본다. 진정된 한나 상준 (걸어가며) 근데 누구야? 하다가 회전문 밖 보면, 보란 듯 견인되는 상준의 차. 82. 실내. 한나의 차안. 낮. 가히 곡예 수준의 운전을 해나가는 상준. 산발한 뒷좌석의 한나, 이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도로 한 가운데 서버리는 차. <점프> 도로 한가운데 정차되어 있는 한나의 고물차. 본넷 뚜껑을 열어 보고는 난처한 표정의 상준과 한나. 상준 팬벨트가 끊어졌네... 끊어진 게 아니라 아예 삭았네? (손목시계 보며) 보험은 들었지? 한나, 귀여운 표정으로 고개 가로 젓는다. <점프> 여전히 본넷 들어 올려진 한나의 고물차. 상준 (답지 않게 긴장해) 예, 정국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도로 상황이- (수화기로 욕설 흘러나온다) 정말 죄송합니다. 리허설만 빼주세요..(사이. 진땀 빼는) 예. 완벽하죠..예. 그 안에 반드시 도착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전화 끊고) 차 왜 안와?? 그때 상준 앞에 내밀어지는 화려한 스타킹. 상준 쳐다보면 한나가 배시시 웃고 있다. 한나 이걸로 묶어보세요. <점프> 차안. 상준 시동 걸어보면 경쾌하진 않지만 걸리는 시동. 한나 (배시시) 스타킹 신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엉뚱한 귀여움에 자기도 모르게 풀썩 웃고 마는 상준. 83. 실내. 한나의 차안. 오후 멀리 방송국 CI가 보인다. 그 밑으로 꽉 막힌 도로. 한 가운데 꼭 끼여 움직일 줄 모르는 한나 일행의 차. 상준, 답답한지 연신 시계보며 앞뒤를 두리번거리지만 요지부동인 한나의 차. 이 때, 상준 옆에서 앞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알짱대는 스쿠터 한 대. 상준, 사이드미러를 쳐다보다가 문득, 뭐가 이상한지 차창을 내리고 스쿠터를 쳐다본다. 스윽 돌아보는 스쿠터 운전자, 다름 아닌 #67에서 상준에게 잡혔던 자장면 스토커다. 스토커 긴장해 바짝 얼어 있다. 상준 너..또..(번뜩! 카리스마 있는 얼굴로) 내려. <점프> 출발하는 스쿠터. 상준 뒤에 헬멧 쓴 한나. 한나, 고개 돌려 스토커에게 손 흔든다. 홀로 대로변에 남은 스토커, 자신도 대견한지 뿌듯한 표정으로 손 들어 보인다. 84. 실내. 생방송 스튜디오. 밤 분주한 스튜디오 뒤편 공간. 등퇴장으로 정신없는 스탭들과 가수들. AD, 뛰어 들어오는 상준과 한나를 발견한다. AD (모니터실에) 제니! 도착했습니다. 일분전입니다. 준비하세요. 헐레벌떡 달려와 숨도 못 고르고 있는 두 사람. 보면, 한나 꼴 장난 아니다. 다른 가수와 매니저들 한나와 상준을 보며 키득거리며 비웃는다. 조금 전까지의 대담무쌍함 어디가고, 턱없이 긴장해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나. AD 한피디 뭐야? 이렇게 그냥 나갈 꺼야? 상준, 서둘러 옆에 대기 중인 분장의 롤빗을 빼앗아 대충 한나의 머리를 만진다. 옆에 있던 코디들 여러 벌의 의상을 행거 채 들고 와 허겁지겁 한나에게 대본다. 그때 뛰어 들어오는 최사장까지 숨이 찬지 헐떡대고.. 상준 시간 없죠? AD 30초!! 불 들어왔어!! 상준 이렇게 그냥 갈게요. 이때 노래 마치고 나온 앞 가수, 매니저와 함께 다가온다. #32의 백화점에서 상준에게 야지 놓던 매니져와 핑크다. 핑크, 이름같이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했다. 핑크 매니저 야! 이거 누구야? 한상준 아냐? (한나 돌아보며 빈정)얜 뭐야? 컨셉이야? 최사장 (한나 상태 보며 망했다) 상준아~ 이건 너무 간거야~~ 상준 어차피 노래로 승부할건데요, 뭐. 상준, 한나에게 무대쪽으로 몸을 돌려세우며 그녀의 어깨를 힘있게 잡아본다. 낄낄거리며 그들을 비웃는 매니져와 핑크. 상준 (한나의 어깨를 잡고) 이제 시작이야. 보여줘. 제니가 누군지...저런 애들한테 질 수 없잖아. 박살내줘. 할 수 있지? 난 제니 믿어. 한나, 뿅가서 냅다 돌아서 상준과 포옹을 한다. AD 아예, 여관을 가라 가. (짜증) 아, 빨리 올라와요! 한나, 상준의 품을 벗어나 무대로 향한다. 상준, 못내 걱정스러운 눈길로 한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파이팅한다. 무대로 나서기 바로 직전, 한나 돌아보더니 환하게 웃어 보인다. 선행되는 한나의 노래 전주. 85. 실내. 생방송 스튜디오 무대 위. 밤 한나, 어두운 복도를 지나 화려한 무대에 들어선다. 불안한 눈길로 객석을 휘 돌아보는 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상준을 본다. 시작되는 한나의 노래. 그녀는 객석의 술렁임과 상관없이 눈을 감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잊은 듯 노래에 열중하는 한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파워풀한 무대 매너가 펼쳐지자, 순식간에 매료되는 관객들. 그녀의 실력과 관객들의 반응에 비웃고 있던 매니져와 핑크, 난감해진다. 상준 컨셉 물어봤지? 우린 진짜 노래가 뭔지..그게 컨셉이야. 넌 컨셉이 뭐냐? (온통 분홍색 치장한 핑크 한번 쳐다보고)... 딸기우유냐? 86. 바빠지는 한나 (몽타쥬) - 전씬의 제니의 노래가 이어지면서; <한나의 집 안> - 사우나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무표정한 한나, 천천히 고개 돌려 보면 정민도 같이 들어 가 있다. 말없이 잠시 보다가 다시 정면을 응시하는 서먹한 한나와 정민. <지하철 안> - 만원인파의 지하철 안. 한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전화 오면 벨소리까지 같은 곡이다. <화장품 코너> 제니가 광고하는 화장품에 손이 가는 손님들. <회장실> 내말이 틀렸냐고 의기양양한 최사장, 인정하고 싶지 않은 회장. - 회장에게 - 회사로부터 더 좋은 밴을 선물 받는 한나.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상준. <방송국> -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한나의 모습. <요양원> - 밥 먹으며 TV 속 제니를 좋아라 하는 한나아빠. 의미심장하게 보던 아미, 목이 타는지 몰래 한나아빠 식판에 있던 야구르트를 집어 까먹 으려다가 아빠와 눈이 마주친다. 아미, 입안에 야쿠르트 호로록 뱉어 내며 “까 놨어요” - 자고 있는 아버지를 심란한 얼굴로 보고 있는 아미. <방송국 앞> - 제니를 환호하며 기다리는 팬들 사이로,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넌 가짜야!’ 라는 낙서가 쓰인 한나의 밴. <슈퍼마켓> - 계산대 앞에 서있는 한나에게 사인요청을 하는 사람들. 즐거운 한나. <와인바> - 고급스러운 와인바. 은은한 조명과 달콤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마주 않은 한나와 상준. 두 사람 모두 적당히 취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한나 (술이 좀 됐다) 어유..저질. 상준씬 저질. 상준 (평소답지 않게 소탈한 분위기로) 뭐가? 야동 보는게? 그게 낫다니까. 난.. 여자하고는 수 없다고 봐. 잠은 잘 수 있어도.. 절대 친구가 될 한나 야동이나 보구..다 똑같애..(피식 미소지으며) 스타일 파악 됐네요. 상준, 그런 한나가 귀여운지 와인을 마시면서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는다. 87. 실외. 거리. 밤 나트륨 등과 달빛이 고요한 밤거리를 비추고 있다. 가로수가 길게 뻗은 길을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한나와 상준. 술이 어느 정도 돈 듯 한 모습의 둘. 한나, 가만히 서서 걸어가는 상준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 상준 (한나가 옆에 없는 걸 보고) 뭐해? 안 오고? 자신의 다리를 만지며 아프다는 시늉을 하는 한나. 술이 돈 상준, 피식 웃으며 업히라는 제스처를 보인다. 기다렸다는 듯한 한나의 돌격. 쪼르르 달려와 상준의 앞 가슴팍에 안겨 오른다. 얼떨결에 한나를 안고 신혼 첫날밤 신랑 몰골이 된 상준. 생뚱맞은 얼굴로 한나를 본다. 한나 (배시시 웃으며) 날씬해지면 꼭 해보고 싶었어요! 88. 실내. 스튜디오. 깊은 밤 푸른색 톤의 조명이 은은하게 스튜디오를 감싸고 있다.(GUIDE-I'M NOT IN LOVE) 부스 밖 조종실에 술판벌이고 있는 한나와 상준. 술이 조금 더 된 분위기이다. 한나도 상준 따라 까르르. 두 사람 실컷 웃다가 멈추면 갑자기 머쓱하다. 한나 (아주 귀엽게 어린아이처럼) 아..분위기 정말 이상하다. 히히 상준과 눈이 마주치는 한나. 묘하다..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드는 한나와 상준. 한나와 상준이 기대듯 누운 소파, 두 사람의 묘한 자세, 불규칙한 호흡소리. 자연스레 감미로운 키스까지 성공, 황홀경에 빠져있던 한나. 스멀스멀 가슴을 향해 더듬어 올라오는 상준의 손길을 느끼는데, 갑자기 긴장한다. 한나 그냥..여긴..좀..(상준의 손길이 엉덩이로) 아뇨, 아뇨, 엉덩이도..좀.. 상준, 알겠다며 손을 거두고, 다시 키스에 몰입하는 한나와 상준. 그러다 상준의 턱에 코를 부딪쳐 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상준을 밀치는 한나. 무르익던 분위기는 완전히 깨지고 정신 차린 상준. 상준 (술 깬다) 그만 갈까.... 한나 (이게 아닌데) 잠깐만요! (떠올랐다) 우리... 특이하게 해봐요. 갑자기 상준을 녹음실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그는 한나. 상준, 어리둥절한데 곧 상준에게 걸려오는 핸드폰. 한나의 번호가 뜬다. 상준, 이게 뭐냐는 듯 부스 밖의 한나를 쳐다본다. 한나 (마이크를 켜더니) 받아요, 받아! 내가 다 알아요. 영문 모르는 상준의 표정. 할 수 없이 전화를 받는다. 상준 뭐 하는 거야 지금? 한나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간호사? 여고생? 없으면 내 식대로 할께요. 이 때, 녹음실 문을 열고 자신의 스타킹을 벗어 던져주는 한나. 그리고는 또 잽싸게 문 잠근다. 영문모르는 상준, 스타킹 쳐다보다가 답답한지 녹음실 스피커 켠다. 상준 어떡하라구 이걸? 한나 취향대로 하세요..다 안다니까요. 상준 어떻하라는거야?? (한나 입모양 보고) 찢으라구? (아닌가? 설마!) 신으라구? 한나, 귀엽게 윙크하며 다 안다는 표정을 보낸다. 상준, 결국 웃는다. <시간경과> 녹음실 바닥에서 잠든 상준. 통화하다 잠이 든 듯 핸드폰을 쥐고... 부스 밖의 한나, 유리창 너머의 상준을 행복한 듯 바라본다. 한나. 미소지으며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려본다. <시간경과> 소파에 웅크린 채 잠들어있는 한나. 녹음실 문이 열리고 상준이 유리컵에 물을 담아 들어온다. 상준, 물컵을 한나 옆에 내려놓고, 한나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히터를 튼다. 상준, 용기내어 한나의 얼굴을 만져보려 하다가 쑥쓰러워 거두는데... 녹음실 유리창 위로 온도 차이 때문인지 서서히 떠오르는 문양 하나. 상준 그 문양을 가만히 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둔기로 얻어맞은 듯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얼어붙는다. 차갑게 굳은 상준, 내려놓았던 물컵을 들고 다시 나간다. 89. 실내. 콘서트홀 무대 장치실. 낮. 과거 한나의 비디오가 흐르고 있는 모니터. 그 앞에 앉아 악보를 보고 있는 상준. 과거 하쿠나 마타타가 그려진 악보. 상준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한나에 대한 기억들. <인터커트> - 한나의 연습 악보 속에 가득한 하쿠나 마타타. - 비디오를 본 후, 과거 한나에 대해 집요하게 묻던 모습. - 한나의 강아지인 삐삐를 대하던 이상한 모습. - 성형 얘기를 하며 유난히 흥분하던 모습. - 상준의 가슴에 안기며 “날씬해지면 해보고 싶었어요.” 하던 모습. - 한나의 집에서 오랄박과 통화했던 자신의 모습. - 지난 밤 어줍잖은 폰섹스 시도 모습까지 차례로 떠오른다. 제니의 프로필이 적힌 서류를 보던 상준, 서류를 던져버리고 복잡한 표정으로 한나의 비디오를 본다. 그때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며 나타타는 한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반사적으로 비디오를 꺼버리는 상준. 한나 뭐해요? (번뜩) 또, 야동 봐요? 상준 어? 어... 피이, 하는 한나의 표정. 한나, 상준 손에 쥐어진 구겨진 악보를 본다. 한나 카드 빚 있구나? 줘봐요. 내가 다 갚아주께요. 한나, 미소지으며 상준의 손에서 종이를 뺏으려 한다. 상준, 표정 싸하게 변하며 꽉 쥔 악보를 놓치 않는다. 한나 주세요~ 나 이제 돈 많이 벌잖아요. 한나를 밀쳐내는 상준. 한나, 그제서야 분위기를 직감한다. 상준 어제 일 말이야. 내가 실수했어. 우리 없던 걸로 하자. 한나 (옅은 미소)없던거요?? 상준 아니, 그럼 없었던 것처럼 해줘..그렇겐 해줄 수 있지? 없었던 것처럼. 한나 (영문 모르겠지만)나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데...지난 밤 일... 상준 좀 나가줄래? (한나 또 말을 하려하면) 야동 마저 봐야 되거든? 상준의 싸한 태도에 당황했는지 웃음으로 무마해보려는 한나의 표정. 90. 실내. 스탠딩 파티장. 밤. 제니의 앨범 발매 기념이라는 실크스크린을 배경으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한나. 그 순간에도 상준이 신경 쓰이는지 연신 그를 쳐다보는 한나. <시간경과> 실내가 비좁게 느껴지는 스탠딩 파티장. 한나, 샴페인을 병째 마시며 (GUIDE-Ain't no sunshine)그루브한 음악에 맞춰 최사장과 춤을 추고 있다. 그녀의 시선에 멀찌감치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상준이 보인다. 한나, 상준을 의식하고는 최사장에게 등을 보이며 바싹 붙어서 농염한 춤을 선보인다. 원피스의 어깨끈 한쪽을 상준 보란 듯 슬쩍 내리는 한나. 최사장, 영문 모른 채 한나의 내려간 원피스 어깨끈을 올려준다. 다시 끈 내리는 한나. 다시 올리는 최사장의 귀여운 행동. 최사장, “나 상준이한테 혼나”라며 횡설수설 취했다. 이때, 한나에게 다가오는 아미. 아미 (묘하게 웃으며) 축하해! (한나에게 귓속말로) 니 팬 왔어. 한나 (잘 못 들은 듯) 뭐라고? 아미 너 무지 보고 싶어 하는 사람 왔다고!! 아미가 씨익 웃으며 비켜서면, 현덕 뒤에서 나타나는 한나 아빠. 한나, 놀라 얼어붙는데. 한나 아빠, 한나에게 덤비며 춤을 추려고 한다. 사람들의 이목이 한나와 아버지에게로 주목되고, 그 틈에 역시 놀란 정민이 보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한나 아빠, 급기야 한나를 덥석 안으려 한다. 그때 상준, 한나의 아빠를 밀쳐낸다. 한나 아빠 뒤쪽으로 떠밀리다가 그만 땅바닥에 자빠져 버린다. 상준 (한나에게) 아는 사람이야? 당황한 한나,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정민을 쳐다본다. 상준 누구 손님이야? 제니랑 나는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그렇지? (아미를 빤히 보며, 현덕에게 한나 아빠 넘기며 차갑게) 데려온 사람들이 모셔다 드려. (한나를 바라보며) 따라와. 91. 실외. 건물 앞 로비. 밤. 주차해둔 차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준과 멍한 표정으로 옆에 서있는 한나. 둘 다 마주보지 않고 도로만을 응시하고 있다. 상준 지난 번 그 숯검댕처럼 얼버무릴 생각하지 말고, 누구야? 한나 (머뭇거리며) 그냥... 팬이라는데요. 상준, 그제서야 한나를 바라본다. 한나, 어쩔 줄 몰라 하며 어색하게 웃는다. 상준 내일이 콘서트다. 잘 하자. 상준, 주차보조원에게 키를 받아 차에 오른다. 순간, 한나를 알아보고 달려드는 고삐리들, 종이와 팬 꺼내 한나에게 사인을 요청한다. 엉겁결에 사인을 해주는 한나. 정민 (싸늘한 미소) 여기도 싸인 좀 해주실래요? 제니씨 팬이라잖아요. 한나, 고개 들어 보면 패닉상태의 멍한 아버지를 부축하고 있는 정민이다. 정민, 왜 못하냐는 표정으로 학생들의 종이와 펜을 빼앗아 한나에게 건네준다. 한나, 어쩔줄 몰라하며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해준다. 고개들어보면 이미 없어진 정민과 아빠. 들고 있는 종이를 툭 채가는 고삐리들. CUT TO>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텅 빈 파티장. 그 벽면, 화려하고 아무 고민 없이 아름답기만 한 제니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들. 한나, 홀로 덩그러니 남아 멍하니 앉아 있다. 자신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92. 실내. 콘서트 홀 주조종실. 밤. 상준, 내일 있을 콘서트 상황을 체크하느라 분주하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나. 상준 (건조하게) 아직 안 들어갔어? 컨디션 조절하려면 오늘 일찍 자는 게 좋아. 한나 (마치 수줍은 소녀처럼) 저.. 그 사람 알아요. 상준 (무심하게) 알아, 니 팬이잖아. 한나 아니. (뭔가 말하려는데 잘 나오지 않아 횡설수설) 그 사람은... 나는... 상준 (한나를 빤히 보며) 그만해. 강 한 나. 핵폭탄을 맞은 것 같은 한나의 표정.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힌다. 침묵. 한나 (너무나 큰 충격에 하얗게 질려) 지금....뭐라고..하셨어요? 상준 (시니컬) 걱정하지 마. 아무도 몰라. 나도 몰랐으니까. 한나 (미소) 언제부터... 알았어요? 상준 그게 중요해? 넌 지금 제니잖아. 내일은 제니 첫 콘서트고. 한나 어떻게... (억지 미소) 그럼..아빠란 것도 알고 그런 거에요? 상준 난 한나에게도 제니에게도 기회를 줬을 뿐이야. 한나, 계속해서 미소를 흘리는데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한나 (한숨) 우...후. (용기내서) 무서워요...모든 게 상품이었네요? 팔 가치 없는 강한나, 팔기 좋은 제니. 그래요? 난 상준씨 때문에... 상준씨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까...그럴 필요 없었겠다..(뭔가 깨닫고) 강아지..삐삐는 뭐에요? 인질 같은 거였어요? 상준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만해. 내일 공연이다. 한나 내가 성형수술해서 더럽게 느껴졌어요? 무섭구? 그래서 날 피한 거구나.. 상준 (약간 흥분한 듯) 그만하라고. 목잠겨!! 한나, 어이없어 고개 돌려보는데, 벽 전체에 도배되어 있는 콘서트 포스터가 보인다. 한나 (포스터를 찢어내며)공연 할 거에요. 잘 할거에요..근데 이제 이런 건 다 없애요. 더럽고, 무서운거니까..다. 한나, 장식장에 꽂혀있는 자신의 CD를 와르르 쏟아내고, 자기 공연 포스터 북북 뜯는다. 그러다 날카로운 포스터 종이에 손을 베이는 한나. 그녀의 손에 흐르는 피. 상준, 깜짝 놀라 눈앞에 놓인 티슈를 뽑아 다가간다. 한나 (뿌리치며) 됐어요. 안 아파. 이 까짓 건 아무 것도 아냐. 뼈도 깎고 살도 잘랐는데 뭘... 근데..그때, 그 수술대 위에서 내가 누구 얼굴을 떠올렸는 줄 알아요? (갑자기 눈 질끈 감고 숨을 삭이며) 와... 이런거네요?. (미소) 그때가 젤 아픈 줄 알았는데... 마음 아픈 게 이런거구나... 한나,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피. 당혹스러운 상준, 다시 티슈 뽑아 한나에게 다가서는데, 한나 (상준을 밀치며) 가슴을 찢어 놓고, 휴지로 되겠어요? 93. 실외. 안나수희 밖 거리. 밤 터덜터덜 거리를 걷고 있는 한나, 안나 수희 앞에 멈춘다. 쇼윈도에 아직도 그대로 전시된 #13의 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 잠시 상념에 젖은 듯 원피스를 바라보는 한나. 94. 실내. 콘서트홀 주조정실. 밤. 상준, 의자에 앉아 한나의 과거 모습이 흐르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미, 상준뒤에 조용히 다가와 선다. 아미 같은 사람이라서 당황스러워? (피식) 왜그래? 상준씨 답지 않게? 다 같은데..똑같은데 그전엔 못생겨서 싫어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제서야 모니터를 꺼버리는 상준. 고개를 돌리진 않는다. 아미 내일 콘서트 취소해. 나도 원래대로 갖다놓고. 상준 어디? 백댄서? 아미 농담 아냐. 다 까발려도 좋아? 상준 너 립싱크 했다는 거? 너부터 끝장일걸? 아미 (피식 웃으며) 한상준도 끝이겠지. 그제서야 몸을 돌려 아미를 쳐다보는 상준, 미소 짓는다. 상준 (비디오테입을 꺼내며) 이거 하나면 아주 확실하겠네? 그지? 테입의 릴을 잡아 뽑기 시작하는 상준, 테이프를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상준, 바닥에 떨어진 CD와 포스터들을 주으며, 상준 널 만든 게 나야. 쉽게 만들었어. 근데 망가뜨리는 건 더 쉬울 거 같다? 아미 (이제야 알겠다) 강한나...사랑하는구나? 대꾸없이 물건들만을 정리하는 상준. 95. 실내. 안나 수희. 밤 문을 닫으려고 옷을 정리하고 있는 수희언니. 한나, 매장 안으로 들어와 진열된 원피스를 가리킨다. 한나 (언니에게) 저... 여기 걸려 있는 원피스 사고 싶은데요. 수희 (힐끔 보고) 팔린 거에요. 한나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건데.. 파세요. 수희 (시선 계속 옷에 두며) 돈 받구 판거야. 나 사기꾼 만들지 말고 딴거 골라. 언닌 아무꺼나 대충 걸쳐두 이쁘겠구만. 한나 (눈물 글썽)그 사람 아마 까맣게 잊고 있을 거예요...저한테 파세요. 수희 (다가와 한나를 보고) 애개? 이 언니 왜이래? (마음 약해져서) 저거 잠깐 맡겨 논거야. 금방 온다 그랬어. 다른 거 골라. 그럼 내 싸게 줄게. 한나 (답답해 미친다) 저기요.. 언니 할 말 있어요. 나.... 누군지 몰라요? 수희 (한참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라) 어머머! 맞아. 알아! 연예인! 그 왜 화장품... (비트) 가수. 가수잖아?! 한나, 잠시 허탈해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감돈다. <점프> 한나, 계산대 위에 빅사이즈의 옷들을 잔뜩 올려놓는다. 어리둥절한 수희언니. <점프> 계산을 마친 듯 검은 봉지를 챙겨드는 한나. 한나 (공연티켓 한 장 올려 놓으며) 내일 제 공연이에요. 수희 (표를 확인하며) 칠 만원?...나..내일 제사 있을걸? 한나 공짜에요. 한나. 아줌마처럼 커다란 검은 봉지를 둘러메고 나간다. 한나 (돌아서 나가다가) 이제 이런 거 들여놓지 마세요. 그런 한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수희 언니. 96. 실내. 기획실. 낮. 활기차게 들어오는 상준의 시야로 보이는 어수선한 기획실 분위기. 직원들, PC 모니터를 보면서 서로 한마디씩 하고, 뛰어다니고... 전화 걸고... 97. 실내. 사장실.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준. 상준 형, 왜 그렇게 김정일스럽게 앉아있어? 보면, 배를 내밀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최사장. 기력이 빠진 듯, 자신의 책상에 앉아 PC 모니터를 가리킨다. 상준, 갸웃하면서 사장의 모니터를 보면. ‘충격! 자연미인 제니-전신 성형 의혹’ 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올라와 있다. 순간 차갑게 얼어붙는 상준의 표정. 98. 실내. 최사장의 차 안. 낮. 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안. 뒷자리에 앉아 있는 최사장과 심란한 표정의 상준. 최사장 너 어떻게 나한테도 말을 안 할 수 있냐? (혼자말로) 다 날렸구만. (한마디씩 또렷하게) 자연미인 제니 프로젝트. 상준 (멍하게 딴 생각하며 묻는) 누군지는 모르는 거죠? 최사장 (설레설레) 기사엔 일단 의혹만 이래잖니? 근데 어떤 갈아먹을 새끼냐? 상준 (여전히 딴 생각하며 묻는) 기사는 누가 냈어요? 최사장 송기자. 이 씨발 새끼. 룸 싸롱에서 술 사줄땐 자연미인 이라고 젤 빨아주던 새끼가. (어이없다) 내 등에 칼을 꼽네. 생각에 잠긴 상준. 그의 시선 옆으로 제니의 화장품광고를 한 버스 한 대 지나간다. 99. 실내. 콘서트홀 복도. 낮. 뛰듯 들어오는 상준과 최사장, 직원들. 상준 (핸드폰 통화, 신경질적으로) 기자회견 아니야, 새끼야. 송기자만 잡아 오라구.. 어. 정확히 3시에 한다고 그래. 최사장 송기자 온데? 근데 걔가 송기자한테 말한다고 효과가 있겠어? 상준 확실히 측근이라 그랬죠? (직원에게) 뭐해? 안 불러와? 100. 콘서트홀 분장실. 낮 여성 팀원의 락카룸. 안무팀과 피쳐링팀, 옷을 갈아입으며 수군대고 있다. 댄서1 미친년. 어쩜 그래놓고 뻔뻔하게 리허설을 나오니? 댄서2 옛날 사진도 떴어? 댄서1 그건 없던데... 하여튼 부위별로 안 한데가 없대. 댄서2 야, 씨. 그게 말이 되냐? 근데 누가 말했대냐? 댄서1 측근이래... 측근. 댄서2 혹시 핑크 아냐? 걔, 제니 갈아 마실려고 하던데. 댄서1 핑크가 무슨 측근이니? 아미면 몰라두. 옷을 다 입은 댄서1,2. 락카문을 닫는데 한나가 서있다. 기겁하며 표정관리 하는 댄서 1,2. 한나 (당혹, 당황) ?? ..정민인 어디 갔어요?.. 101. 실내. 콘서트홀 주조종실 앞 복도. 낮 상준, 조종실 문을 살짝 열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송기자를 본다. 문을 닫으면 정민, 멍하니 앞에 있는 상준을 쳐다보고 있다. 상준 부탁해, 정민씨. 정민 왜... 나죠? 상준 정민씨가 소개한 사람이잖아. 그래야 믿을 거고. 정민 (자조적으로)...그러니까, 내가, 그 측근인데, 질투 때문에,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제보했다고, 얘기하면 된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상준. 그때 급히 상준을 부르는 진행요원. 정민 (의미심장한) ...했다 쳐요. 그 다음은요? 정민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급히 자리를 뜨는 상준. 애절한 부탁의 눈빛. 102. 실내. 콘서트홀 주조종실. 낮 송기자와 독대하고 있는 정민. 송기자 (기가 막힌다는 듯 담배 비벼 끄며) 그러니까 질투였다고? 제니는 성형 수술 같은 거 한 적 없는데? 정민, 고개 숙인 채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송기자 (버럭) 당신 지금 장난해?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이건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에 법대로 하면 처벌감이야, 알아? 정민 (여전히 시선 아래 보며) 죄송합니다. 송기자, 자기 화를 참지 못하고 지랄한다. 정민, 일어나 나간다. 송기자 근데 당신이 제보한 건 맞어? (대꾸없는 정민의 뒤통수에) 어떻게 했는데? 정민 (고개 돌려) 메모 남기고 퀵으로 파일 보내드렸잖아요.(다시 나가려다) 봉투색깔도 말씀 드릴까요? 어이없어 하는 송기자의 표정. CUT TO>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정민. 기다리고 있는 한나를 발견한다. 텅 빈 복도에 마주 선 두 사람. 103. 실내. 콘서트홀 화장실. 낮.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 정민. 문가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는 한나. 한나 (안쓰럽고 미안한) 정민아... 고마워. 정민 (미소지으며 시니컬하게)뭘? 콘서트는 해야지...한상준이 얼굴 봐서라도. 한나 공연장에 아빠도 와있더라.. 정민 무슨 아빠? (피식) 걱정 하지마. 어제 우리집에서 주무셨어. 병원 모실까 하다가 그래도 니 콘서트는 보셔야 될 거 같애서.. 너 싫으면 다시 병원으로 모실게. 말해? 한나 고마워. 정민, 한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스프레이 락카를 꺼낸다. 정민 선물이야. 이젠 나한텐 필요 없거든. 정민, 한나를 지나쳐 가버린다. 한나, 충격을 받은 듯 스프레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104. 실내. 콘서트 홀 내 까페. 낮. 회장과 마주 앉아 있는 상준과 최사장. 사장과 회장은 이미 한판 한 듯 분위기 살벌하다. 회장 (사장에게 신문 던지며) 오늘 회사 주가가 바닥을 쳤어. 화장품 반품 전화 땜에 직원들이 일을 못해. 마비야. 마비. 어쩔꺼야? 최사장 다 덮었다잖아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회장 덮는다고 덮어지냐?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상준 죄송합니다. 회장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누드라도 찍어서 얼른 돌려라. 그것도 약발 떨어지기 전에. 모바일쪽은 내가 다 연락해놓을 테니까 따로 연락.. 최사장 (말 끊으며)아버지!! 회장 시끄러! 니가 이렇게 물러 터지니까 이자식이... 상준 (회장 말 자르며)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요. 화들짝 놀라 상준을 저지하려는 최사장. 회장 (같잖다는 듯, 계약서 내밀며) 유사시 모든 권한은 회사에 넘긴다. 알지? 위약금 니가 물거 아니면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상준 (피식) 회장님, 많이 늙으셨네요. 회장 (벌컥) 이 자식이. 너 누가 키웠어? (물잔 집어 상준에게 끼얹으며) 감히 기어올라? 상준, 물세례를 받은 상태로 회장의 물잔을 잡는다. 눈이 더 동그래지는 회장. 가운데 껴서 어쩔 줄 모르는 최사장이 안쓰럽다. 상준, 잔을 잡은 그 상태에서 거칠게 내려놓다 그만 컵을 깨고 만다. 그 파편에 상준의 손이 찢어지며 피가 흐른다. 상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약서로 피를 쓰윽 쓰윽 닦으며) 그 주가..누가 올려 놨는지 잊으셨나봐요? 콘서트 성공합니다, 반드시. 먼저 일어날께요. (가다 돌아서며) 그리고...넘기긴 뭘 넘겨요? 사람이 물건입니까? 반품 받은 화장품이나 떨이로 넘기시죠. 약발 떨어지기 전에. 기가 질린 회장의 얼굴. 상준, 피를 털며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간다. 안절부절 최사장, 허겁지겁 계약서에 묻은 피자국 닦는다. 최사장 아~ 자식이. 꼭....(회장 눈치 살피며) 휴지두 있는데... 105. 몽타쥬. -웅성거리는 콘서트홀 객석. -제니를 외치는 객석의 일부 팬들. -앞쪽 자리에 앉아 무대가 신기한지 썬글래스 낀채 두리번거리는 천진한 한나 아빠. 그 옆으로 번호확인하며 앉는 안나수희언니. -수군대며 자리를 일어나는 팬들. -이공학, 나가는 팬들을 쳐다보며 초조한 듯 시계를 바라본다. -예상대로라는 아미와 최사장의 반응. 106. 실내. 콘서트홀 대기실. 낮. 다급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상준, 손에 붕대 감고 있다. 안절부절못하던 로드가 대기실 문을 열면 한나, 화려한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앉아 있다. 눈짓으로 로드 내보내는 상준. 상준 (붕대 손 만지작) 이거? 니가 안아프대매. 그래서 나두 한번 해봤는데...(웃으며) 난 아프다 야. (비트) 잘 할 수 있지? 콘서트만 제대로 해. 그럼 돼. 한나, 상준을 보며 미소 짓고 거울을 다시 응시한다. 상준 (뒤로 한나를 감싸며) 다 덮었어. 넌 무대에 서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한나 (미소) 나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그죠? (한숨을 푹 몰아쉰다) 상준 (끄덕이며) 어렵게 생각마. 제니를 보여줘. 그럼 돼. 그럼 아무 일 없을거야. 갑자기 제니를 연호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한나 (끄덕이며) 아무 일 없을 거에요.. 제니한테는. 그죠? 상준, 그쪽을 가리키며 그렇다는 제스춰와 미소를 보낸다. 한나 부탁이 있어요. 나요..이제 제니로..정말 멋지게 잘 할 거에요. 아니, 잘 할 수 있어요. 근데..다른 사람은 몰라도, 상준씬요. 상준씨만은 날.. 한나로 생각해주면 안돼요? 그래 줄 수 있어요? 상준, 한나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곧,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소로 화답하는 한나. 107. 실내. 콘서트 무대. 저녁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백색의 써치 라이트 수십 개가 관객들을 자극한다. 무대 밑 전동장치에 마이크 들고 서있는 한나. 장내 아나운서의 카운트 다운이 들린다. Heaven is a place on earth 의 사비부분으로 시작되는 경쾌한 노래. 전동장치 움직이며 한나, 노래와 함께 무대위로 서서히 올라온다.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들. 색색으로 피어오르는 스모그와 현란한 라이트. 뒤편 멀티비젼엔 “Jennie"가 화려하게 새겨진다. 야광봉으로 환호하는 관객들. 함성으로 제니를 연호한다. 한나, 콘솔박스에서 미소지으며 끄덕이는 상준을 바라본다. 용기내서 무대앞쪽으로 걸어나오는 한나. 전주 부분 끝나고 한나의 노래가 시작되는데, 순간, 그녀의 시선에 차례로 보이는 사람들. 두주먹 불끈 쥐는 이공학, 영문 모르고 앉아 있는 한나아빠, 분위기 적응 안되는 안나수희. 한나, 애써 그들을 외면하며 노래부르는데..다시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가고 만다. “제니. 제니”를 연호하는 관객들 반응에 한나아빠, 뭘 알고 그러는지 자신도 제니를 어줍잖게 따라한다. 그 모습을 보는 한나, 노래가 버벅되기 시작한다. 긴장하는 상준과 콘솔박스 엔지니어들. 한나, 그러다가 노래를 멈춰버리고 만다. 세션맨들 무슨 사고냐는 반응에 하나 둘씩 연주를 그만두고 상준을 바라본다. 한나 (떨리는 음성으로) 죄송합니다. 웅성거리는 객석. 머리를 감싸 쥐는 상준. 한나, 심호흡 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한나 저는 제니가 아니예요. (심호흡)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저는...강한나에요. 당황하기 시작하는 조종석의 스탭들. 놀라 자빠지는 최사장. 안나수희, 깜짝 놀라 한나를 응시한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상준의 모습. 한나 오늘 기사, 많이 틀렸어요. 사실은 그거보다 더했거든요... 강한나는...95kg의 추녀였어요. 1년전에는...그땐 너무 못생기고 뚱뚱해서...여기 올라올 생각도 못하고...이 무대 뒤에서 누군가의 노래를 대신 불러 주고 있었어요. 술렁이기 시작하는 관객들. 안색이 변하는 최회장. 얼어버리는 스탭들, 댄서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PDA를 접속하는 송기자. 한나 (미소지으며)네. 저 수술한거 맞아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싹...(말 못잇고)...근데 그거 아세요? 예뻐지니까, 세상이 너무 쉬워졌어요. 한나한텐 평생 걸려도 안되던게 제니가 되니까 금방이었어요. 저 뒤에서 지금까지... 지금보니까 겨우 5m도 안되는데...(상준 쪽 바라보며) 제니가 돼서...참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꿈이라면 깨지 말라고...(상준보며 쿡 울음이 터진다)그런데...미안해요...내가 다 망쳤어요... 상준, 멍한 상태로 끄덕이며 피식 웃는다. 한나 깨어보니 잃은 게 너무 많아서... 아니, 잃은게 아니라 내가 버린거예요. 전 좋아하는 친구도 버렸구요..사랑하는 아빠도 버렸구..(수희보며) 언니..미안해요..(다시 울음이 쿡 터진다) 수희언니, 얼굴을 가리고 울음이 퍽 터진다. 한나 눈떠보니까, 강한나는..., 예뻐진 게 아니라 아예 없어져서...(울음 꾹 참는다)나도 날아가고 싶었는데...근데 이건 제 날개가 아니잖아요..... 우우~~하는 야유와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빈 생수병. 한나. 피하지 않고 맞는다. 웅성거리며 다시 나가기 시작하는 관객들. 모두가 한나를 주시하지만 한나, 말을 잇지 못한다. 상준, 손에 든 테잎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1초...2초...3초... 짧지만 긴 침묵이 콘서트장을 짓누른다. 순간, 한나의 뒤에 있던 초대형 LCD액정화면이 켜지면서 과거 한나의 노래 부르던 모습이 흘러나온다. 관객들, 놀라움과 당혹감의 탄식을 터뜨린다. 얼굴 굳는 송기자. 한나, 고개 돌려 화면속의 자신을 마주대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예전의 자신을 마주보는 한나. 잠시 침묵... 담담한 미소로 관객석으로 돌아서는 한나. 한나 (깊은 심호흡 다시) 네...그래요...저 저렇게 추했어요..(울음 참고, 비디오 틀어준 상준 쪽 보며) 근데요, 저는요, 저렇게 추했을 때보다...제니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는 지금이... 더... 한나, 다시 말을 멈춘다. 침묵 속에, 액정 화면에선 뚱뚱한 한나가 온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영상이 흘러간다. 한나 (감정 억누르며 의연하게) 여기...제니는 없어요. 제니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오신 분들은...나가셔도 원망하지 않을께요...하지만...혹시 한나의 노래를 듣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한번만...한번만 들어주세요. 한나,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고 무반주로 다시 노래를 잇는다. (Slow number) 제대로 될 리가 없는 한나의 노래. 중간 중간 끊기는데, 어디선가 아카펠라처럼 한나의 노래를 도와주는 남녀 혼성의 코러스가 더해진다. 한나, 뒤를 돌아보면 정민이 주도하는 피쳐링팀이다. 한나와 눈이 마주치며 밝게 웃지만 정민의 눈에서도 이미 눈물이 가득하다. 점점 더 소리가 커지는 “first love"의 후렴구, 관객들의 합창이다. 세션맨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드럼을 시작으로 한 파트씩 화음을 맞추기 시작한다. 한나, 노래 다시 하며 상준이 있는 조종석 쳐다본다. 조용히 고개 끄덕이는 상준. 엄지 손가락 세우며 혼잣말로 “졌다, 내가...” 한나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아빠가 보인다. 한나아빠, 무슨 영문인지 한나를 보며 입가에 천진한 미소를 띠운다. 그런 아빠를 보며 한나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코러스와 관객들, 노래 중단하지 않고 후렴구를 계속 부른다. 관객들이 부르는 건지 한나가 부르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한나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CUT TO; 송기자와 사진기자의 눈에서 눈물이 비친다. 사진기자 (송기자 눈치보며) 이거 꼭 쓰셔야겠어요? 송기자 (무섭다) 비엉신? 이런 게 바로 특종이야. 빨리 찍어! CUT TO: 객석 한구석에 자장면 스토커, 감동으로 눈시울 붉어지고 CUT TO: 귀빈석의 이공학, 눈물을 닦으며 옆에 앉은 관객 쿡쿡 찌르며 이공학 티나요? 티나? 안나죠? 그지, 응? 폭발 직전의 면상으로 돌아보는 그 관객, 최회장이다. 옆에 앉은 최사장 눈치 못채고 눈물 닦느라 여념이 없다. CUT TO: 아미, 몰래 눈물 훔치는데 현덕,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며 현덕 울어? 아미 (째리며) 웃으리? CUT TO : 무대 밑으로 내려오는 한나, 눈물 범벅이 되어 아빠를 끌어 안는다. 108. 에필로그 - 도배되어 있던 제니의 포스터들 모두 버려진다. - 진열대에서 밀려나는 제니의 앨범들. 상준(N) 그렇게 제니는 망했습니다. 쫄딱. 대신 강한나는 성공했습니다. 저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포스터들의 이름이 강한나로 새롭게 바뀌어 있다. -진열대에 교체되는 강한나 앨범들. - 녹음실, 을 열창하는 한나, 나이트에서 문제 일으킨 #18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녹음실 밖에서 연출하는 상준. 상준(N) 물론. 안티도 많이 늘었죠. - ‘성형 마녀’ ‘넌 가짜야’ 등이 빼곡하게 낙서된 제니의 밴. 상준(N) 근데 한나는 이젠 더 이상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죠. <점프> 상준, 열정적으로 지시하고 있는데 한나, 대수롭지 않게 상준의 손에 든 500 미리 생수병을 뺏어 벌컥벌컥 마신다. 상준(N) (한나가 마셨던 물병 물끄러미 바라보다 혼자 웃는) 이젠 제가 더 좋아한다고들 하더군요. 물론 아니죠. 최사장 (못 말린다는 듯) 어디가 그렇게 좋냐? 상준 (시침 뚝) 몰라. 최사장 이뻐서? 상준 그건 형같은 속물이 하는 얘기고. 최사장 그럼 순수해서? 상준 그건 나같은 속물이 하는 얘기지. - “댄스는 아무나 하니?” 악악대는, 귀에 익은 앙칼진 음성. 신인 가수들의 안무를 맡아 춤 으로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아미의 모습이다. 상준(N) 다행인건, 지금껏 누구도 아미의 노래를 한나가 불렀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 대형 공연장, BGM으로 들리던 실제상황으로 바뀌고, 열창하는 한나. 환호하는 관객들. -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이공학의 병원. - 이공학이 엄청 너스레를 떨고 있다. 이공학 아하하하- 참. 매스컴...신문 보고 오셨나? 뭐,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합니다만, 제가 그 신의 손이라 소문난 이공학이죠. 하하, (도취되서) 이러다 노벨상 받는거 아닌가 몰라. (정신차리고) 어떻게... 손님도 전신으로...? 이공학, 엄청난 의지를 불태우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여자 다름 아닌 정민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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