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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国电影剧本_犯罪的再构成_汉城大劫案

2017-09-02 50页 doc 442KB 119阅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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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国电影剧本_犯罪的再构成_汉城大劫案韩国电影剧本_犯罪的再构成_汉城大劫案 범죄의 재구성 (가제) 시나리오 by 최동훈. -1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보석상. 잘 차려입은 창혁. 딱딱하게 굴며 보석을 고른다. 창혁 : 이거 왜 이렇게 작아요? 좀 더 큰거 없어요? 사장 : 큰 게 좋죠. 창혁 : 이거 크고 좋네. 사장 : 보시는 눈이 있으시네. 5캐럿 루비. 최상품이라 가격은 세고. 창혁 : 값은 상관없고, 2주안에 구해줘야돼요. 사장 : 빠듯한데요.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럴려면 저희...
韩国电影剧本_犯罪的再构成_汉城大劫案
韩国电影剧本_犯罪的再构成_汉城大劫案 범죄의 재구성 (가제) 시나리오 by 최동훈. -1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보석상. 잘 차려입은 창혁. 딱딱하게 굴며 보석을 고른다. 창혁 : 이거 왜 이렇게 작아요? 좀 더 큰거 없어요? 사장 : 큰 게 좋죠. 창혁 : 이거 크고 좋네. 사장 : 보시는 눈이 있으시네. 5캐럿 루비. 최상품이라 가격은 세고. 창혁 : 값은 상관없고, 2주안에 구해줘야돼요. 사장 : 빠듯한데요.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럴려면 저희도.. 창혁 : 2주가 지나면 루비를 받을 여자가 떠나버려요. 사랑 안 해봤어요? 사장 : 아이~ 해봤죠.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구해드리겠습니다. 창혁 : (명함을 주며) 다른 데 안 알아봐도 되는 거죠? 사장 : (명함 보며) 원장님! 걱정 마십쇼. 창혁 : 연락 주세요. 사장 : 예 알겠습니다. -2 거리. 중형차를 운전하고 있는 창혁. 창혁 : 아 나 김 원장입니다. 그때 말씀드린 거 연락이 없네요. 사장 : 아~ 김 원장님. 이삼일 안에 됩니다. 뭐 지금 저희 직원들 총동원입니다. 창혁 :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미안하네.. 내일 한번 우리 병원으로 오세요. 앞에 가이사키 요리 잘하는데 있는데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해야죠.... 별말씀을.. 예에.. 어디냐면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바로 우회전.. 카메라 점점 뒤로 빠지면서 창혁 목소리 작아진다. -3 병원 앞. 늦은 오후. 보석상 사장 막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건물에서 나오던 창혁과 마주친다. 창혁 : 어? 사장님! 일찍 오셨네요. 사장 : 어디 가시는 길? 창혁 : 아뇨. 지금 가시죠. 창혁과 사장 길을 걷는데, 중후하게 보이는 중년남자가 창혁에게 인사한다. 남자 : 원장님 어디가세요? 창혁 : 보석하나 살 게 있어가지고.. 과장님 그리고 요즘 엑스레이 필름이 자꾸 섞여서 문젠데 고 왜 그런 겁니까? 남자 : 저희 방사선과 신참 하나 들어왔는데 걔가 자꾸 그러네요. 주의 줬습니다. 제가. 창혁 : 그래요? 저 신경안쓰게 해주세요. -4 일식집. 사장 : 원장님. 젊으신 분이 대단하십니다. 창혁 : 병원은 아버님건데. 이제 늙으셔가지고... 한손으로 받으세요. 내 주변에 보석 쫌 탐하는 인간들 많은데 내가 언제 봐서 사장님한테 소개시켜드린다 진짜. 보석은 볼 줄 모르는데 사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왜. 사장 : 원장님! 소개 많이 시켜주십쇼. 한국사회 인맥 아닙니까? 창혁 : 저도 고대 나와서 고대 인맥들이 쫌 있어요. 사장 : 고대? 내가 암만 봐도 말하는 게 고대 같더라고. 전 79학번예요 경영학과. 창혁 : 고대 나왔어요? 선배네. 권커니 작커니, 사장과 창혁. 연신 술을 따른다. -5 보석상. / 어느 사무실. 사장 : (전화) 여기 종로 보석인데 원장님 계신가요? ... 핸드폰 꺼져있어서... 저기 나 고대 경영학과 선밴데.. 주문한 게 있다고.. 그럼 알아요. 전화 끊는 남자. 그는 병원 앞에서 창혁과 인사했던 원무과장이다. 그 옆에서 양복을 걸쳐 입는 창혁. 원무과장을 보며 씩 웃는다. 창혁 : 그 새끼 고대 선배라 그러지? 원무과장 : 엄청 친한 척 한다. 창혁 : 내가 그랬잖아.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고 심리전이라고. 갔다 올게. 띨띨이형! 원무과장 : 너이 씨~ 띨띨이라고 부르지 말래니까. -6 다시 보석상. 급하게 들어오는 창혁. 창혁 : 전화하셨다면서요? 사장 : 원장님 정말 운때가 맞네. 창혁 : 마침 내가 이 근처에 있다가.. (보석을 보고) 여자가 맘에 들어 할까요? 사장 : 아~ 일단 원석이 최고급이고. 후배님 보라구요. 이 세공 상태를. 우리가 오다주는데가 대한민국에선 뭐 최고니까. 창혁 : 돈을 드려야 되는데.. 지금 저랑 같이 병원에 가시죠. 사장 : 그러실까. -7. 병원. 현관문을 막 열고 들어오는 사장과 창혁. 창혁 핸드폰이 울리자 심각하게 통화한다. 창혁 : 예... 예... (핸드폰 끊고, 사장에게)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버님이 잠깐 얘기할 게 있다는데. 사장 : 나야 뭐. 환자대기실에 앉는 사장. 만면에 화색이 돈다. 대기실에서부터 시작된 복도를 걸어가는 창혁. 뒷문으로 향한다. 병원 후문에 차를 대기시키고 기다리고 있는 중년남자. 환자대기실에서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는 보석상 사장. 담배를 하나 빼어 물자, 간호사가 앙칼진 목소리를 날린다. 간호사 : 여기 금연이예요. 사장 : 금연이야? .. 나 참.. 나 원장님 만나러 온 사람인데. 간호사 : 약속하셨어요? 원장님 제주도 가셨는데. 사장 : 제주도라니? 나랑 금방 같이 들어왔 (번쩍..) 창혁이 걸어간 복도로 뛰어가는 사장. 막 후문을 열고 나가려는 창혁이 보인다. 필사적으로 창혁을 잡는 원장. 화면 정지되고 “1년 6개월전. 최창혁”이라는 자막 뜬다. -8. 사거리. 소나타를 몰고 도심을 달리는 창혁. 시계 힐끗 보는 모습이 여느때와 다름없어 보이는데- 중앙 백미러를 고쳐 잡으면 뒤쫓아 오는 순찰차 예닐곱대가 뒤를 쫒고있는게 보인다. 담배를 창밖으로 버리고, 액셀을 밟는 창혁. 도심 추격전이 시작되면서, “D데이”라는 자막 뜬다. 도주차량은 혼잡한 도심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힘들게 그 뒤를 쫒아가는 순찰차들. 제일 앞선 순찰차에서는 경찰관 한명이 비디오카메라로 추격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9. TV 멘트. TV : 오늘 오전 10시경 한국은행 지점에서 50억이 인출되는 사기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중 한명을 현장에서 검거했지만, 현재 중태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경찰은 달아난 용의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도심에서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지금 나가는 화면은 경찰이 직접 추격 장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추격전은 도심에서 점차 한가한 도로로 접어든다. 그러다 어느 교차로. 창혁차가 빠르게 우회전하자 순찰차도 그 뒤를 따르다가 트럭과 부딪친다. 잠시 지체되는 사이 순찰차들은 창혁차를 놓친다. 조용한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순찰차들이 긴급히 무전을 날리며 창혁차를 찾는다. 이때, 어디선가 음악소리 들리는가 싶더니, 멀리서 창혁차가 코너를 도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쫒기 시작하는 순찰차들. 바닷가 도로로 접어든 추격전. 순찰차들 무전으로 “걸려들었어 / 막다른 길이니까 천천히 몰아 / 등등 소리 들리고... 창혁은 막다른 길에 몰린 듯한 인상. “시발~” 저 멀리 길 끝에 창고가 보이자, 창혁은 액셀을 밟으며 질주한다. 흙먼지를 날리는 창혁차가 창고문을 막아둔 지지대를 부서뜨리며 창고 안으로 질주하고, 창고문은 닫힌다. 순찰차 몇 대는 창고 입구쯤에 정지하고 창고 문을 열려하지만 열리진 않는다. 비디오를 찍고 있는 순찰차가 창고와 평행선을 그리며 입구 반대편쪽으로 달리는데, 잠시 후, 창고 반대편 문을 뚫고 나온 창혁차가 바로 앞에 있는 기름통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다. 폭발하는 창혁차. 불타는 차량위로 음악에 맞춰 타이틀이 올라간다. -10. TV멘트. TV :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전소된 차량에서는 용의자 한명이 사망한 걸로 경찰은 발표하고 있습니다. 사망한 용의자의 신원은 최창혁이구요 사기전과로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지 한달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오늘 한국은행을 턴 용의자들이 총 5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도주한 나머지 3명에 대하여 전국에 긴급수배령을 내렸습니다. -11. 경찰서 상황판. 얼매와 창혁 사진 밑에는 각각 “검거” “사망”이라고 쓰여있고, 제비 휘발류 김선생의 사진이 붙여질 때마다 자막으로 그들의 이름이 보여진다. 차반장 느리게 걸으며, 보고받을 때마다 각각 사진들을 붙인다. 차반장 : 죽은 최창혁이 가족한테 연락은 했냐? 김형사 : 예 그런데 말입니다. 가족은 형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출입국 사무소 알아보니까 지금 중국에 가있댑니다. 차반장 : 그려? 오면은 꼭 연락허고잉. 이형사부터 얘기해봐. 이형사 : 김철수. 별명 제비. 사기전과 3범. 박봉수. 별명 휘발류. 공문서 위조전과 8범. 차반장 : 핸드폰은 추적해보고? 김형사 : 통화행적이 없습니다. 차반장 : 새끼들 내가 보니까 선수들이구만. 이형사 : 본명 김정인. 별명 김선생.. 전과가 없습니다. 차반장 : (이상하다는 듯) 전과가 없어? 이형사 : 예. 주소지가요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12. 김선생 집. 집을 뒤지는 이형사와 김형사. 서른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못마땅한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형사 : 김선생이 100년을 도망다닐거야 어쩔거야? 다 잡히게 돼있는데. 여자 : 왜 나보고 지랄이야? -13. 병원. 혼수상태에 빠진 얼매와 그 앞에서 한숨쉬고 있는 김형사. 자막 : D데이 1주후. -14. 어느 사무실. 이형사가 사무실 문을 열자 화투치고 있던 건달들. 이형사 : 일어나. 똑바로 서. 이 시발놈들이 확- 건달 : 민주국가에서 화투도 못 쳐? 이형사 : 제비 어딨어? 건달 : 또라입니까? 여길 오게. 이형사 : 핸드폰 다 내놔. 빨리.. 통화기록 좀 보게. 자막 : D데이 2주후. -15. 어느 복덕방. 늙은이 한명. 짬뽕 먹으며 차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늙은이 : 내가 마지막 본게 김선생이 영등포 어음 사기 칠 때.. 88년도일거야 그게 아마. 지강헌이가 죽을 때니까. 요즘 뭐해요? 그랬더니 한국은행 한번 수술시켜야지 그러더라고. 그 친구 잡기 힘들 거야. 차반장 : 잡아야 진짜 형사죠. 늙은이 : 지금 3주 지났지? 그러면 못잡는거야. 내가 왜 못 잡는다고 그러냐면 이 사람이 대학은 안나왔어도 머리가 비상하거든. 그리고 나이스해- 사람이. 어디 사기 친다 이러잖아? 사람은 안 다쳐... (은밀한 톤으로) 아! 근데 4년 전에 누가 하나 죽었다 그러더라고. 김선생한테 당한 사람이 자살인가 했어. 그리고 나서 손 끊었던 거야... 하여튼. 잘 잡아봐. 하하 전화벨 소리. 늙은이 따라서 그냥 웃어주던 차반장. 전화 받는다. 자막 : D데이 3주후. 현재. -16. 서점. 창호집. 낮. 1층은 헌책방. 2층은 주거공간으로 꾸며진 창호 집. 열린 문 슬쩍 밀어보면, 차임벨 소리(베토벤의 ‘운명’) 들린다. 헌책방안으로 들어오는 차반장과 이형사. 이형사 : 계쇼? 일본서적을 정리하며 한아름 책을 안은 채 내다보는 창호. 30대. 창혁과 닮았지만, 순수해보이고 책을 좋아하는 듯한 인상이다. 창호 : (쾌활하게) 들어오세요. 차반장 : 최창호씨? 경찰입니다. 창호 : 무슨 일이시죠? 대답 대신 서점안을 둘러보는 차반장. 차반장 : 최창혁씨가.. 3주전에 아이 모르고 계셨구만요.. 창호 : 혹시 창혁이가 .. 또 일을 저질렀나요? 차반장 : 일을 저지르긴 했는데.. 야 니가 얘기해라. 이형사 : 최창혁 죽었습니다. 단호한 이형사. 불탄 창혁시계가 들어있는 증거물봉투를 보여준다. 창호가 안고 있던 책들이 우르르 떨어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창호. 창호얼굴 정지화면되면 “최창호”라는 자막이 뜨며, 날카로운 음악소리와 함께 영화 제목 올라간다. 창호와 창혁 말없이 마주보고 앉아서 두부찌게를 먹고 있다. 창호 : 두부나 좀 집어먹어. 창혁 : 됐어. 학교에서 나올 때 두부먹으라는거 그거 다 두부공장 애들이 지어낸 얘기야. 창호 : 형이 다음주에 중국 가거든. 너 잠깐 서점일이나 도와줘라. 창혁 : 야! 어떻게 쪽팔리게 내가 헌책방에서 애들한테 참고서나 팔고 있냐? 사자가 굶어죽는다고 풀 뜯어먹는 거 봤어? 기다려봐 사업 하나 구상중이니까. 요 되면은 우리가 사기로 한 그 땅 있잖아? 고거 사는 거야. 한방에. 창호 : 돈이라는 게 한방에 들어오는 게 아냐. 창혁 : 오라이 오라이. 잔소리 듣기 싫어. 어떻게 똑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형은 통이 요만하냐. 내가 전화할게. (일어나며) 창호 : 창혁아. 형 말 잠깐 들어봐봐. 창혁 : 전화 한대니까. 창호. 창혁 소매를 잡는다. 창호 : 창혁아! 창혁 : 형은 형 인생 사는 거고 나는 내 인생 사는 거야. 그리고 인간 최창혁이를 못 믿겠어? 전화한다~ . 아줌마! 아무리 여기 뜨내기들 먹는 대라지만 이거 뭐 두부찌게가 라면보다 맛이 없어. 식당을 나가는 창혁을 바라보는 창호. 차반장 : 그 담엔 전화 통화만 하시고? 창호 : 예. 차반장 : 한국은행 얘기는 안하고요? 창호 : 그런 얘기는 안하죠. 차반장 : 저희도 착잡한데.. 실례지만 중국은 자주 가세요? 창호 : (멍한 표정) 손님이 책 몇 권 찾아달라고 해서 그것도 구하고.. 제가 소설도 쓰는데.. 배경으로 동네 하나 써야되서. 차반장 : 아~ 소설을 쓰시는구만. 뭐.. 책은 나오구요? 창호 :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라고 차반장 :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 놀란 차반장. 의자를 뒤로 밀고 책꽂이에서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 책을 꺼내 첫 장을 넘겨 작가 사진을 보는데, 창호가 나온다. 감탄하는 차반장. 차반장 : 이게 형이 동생에 애인을 좋아해 갖고 형과 동생 사이에 갈등이 싹트고.. 사람 살다보면 그렇게 되는 거거든.. 가만있어봐라. 여자주인공이 정인숙인가 그렇죠? (감정 담아) 난 널 사랑하기 때문에 소유하고 싶다. 사랑은 소유하는 게 아니지만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캬~ 이게 오드리햅번 나오는 영화대사를 형이 정인숙한테 소설 속에서 해주는데 돌아버리겠드라구. 나도 소싯적에는 시도 좀 쓰고 허허- 여기 뒷산이 죽여주는덴디 나도 가끔 가요... 허허 (창호 반응 냉냉하자)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김형사 : (다가와 파일 주며)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반장님! 북부서 조사계장님이 이거 들어보시라는데요. (마이크로 카세트 테잎 준다) 차반장 : (테잎은 대충 던지고) 알았어. (파일 보며) 여기본게 최창혁이 생명보험에 들어있네요? 창호 : 아~ 그거. 창혁이가 어머니 때문에 든 건데 어머니 돌아가신지 4,5년 됐죠. 차반장 : 4년하고 삼개월 됐구만요. 하여튼 수혜자는 최창호씨네요. 액수가 5억이.. 넘네. 창호 : 그게 이상합니까? 차반장 : 아뇨. 뭐 그렇다는 거죠. 다음 소설은 또 애절한 이야기로? 창호 : 아직은요. 동생 이야기나 해볼까. 차반장 : 아~ ..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책에다 싸인 좀 하고가요. 아! 서인경! 여기 여기. 싸인하다 돌아보는 창호. 아름답지만, 호락호락해보이지 않는, 서른즈음의 서인경 들어온다. 차반장 : 최창혁이가 당신 집에 좀 있었지? 여기 저.. 형님이다. 인경이 창호에게 가볍게 목례. 꽤나 놀라는 눈치. 인경 : 많이 닮으셨네요. 차반장 : (창호가 책을 내밀자) 최선생! 고생하셨구요. 담에 한번 연락드려도 되죠? 창호 : 예. 그럼 수고하십쇼. 차반장 : (창호 나가자, 험악하게) 서인경이. 사기전과 2범. 별명이 밤에 피는 장미? 너 밤에 뭐한다고 장미를 피우냐? 어? 인경 : 왜이래? 정중하게 대해주세요. 나도 세금 낼 거 다내는 시민이니까. 차반장 : 야 임마 니가 시민이면.. 하~ 사기전과 2범이란 얘기는 사기를 스무번은 넘게 쳤다는 얘기 아냐? 인경 : 그래서? 지금 사람 불러다 놓고 1.4 후퇴때 얘기 하자는 거예요? 차반장 : 아이고 내가 이걸.. 김선생 어딨냐? 인경 : 몰라요. 차반장 : 마누라가 모르면 누가 아냐? 인경 담배 꼬나물고 창호가 사인하고 간 책을 슬쩍 보더니, 차반장이 마시던 커피잔을 땡겨와 재를 떤다. 차반장 슬슬 열 받는다. 인경 : 우리 혼인신고 안했는데. 차반장 : 너! 그러다가 확 씨발 인생 똥통에 빠지는 수가 있어. 길바닥에 침만 뱉어도 징역여. 내가 널 주시허고 있다 이거야. 인경 : (같잖다는 듯) 아는데, 나도 그 인간 어디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야. 차반장 앞에서도 당당하게 인상 쓰는 인경모습 정지화면. “서인경”이라는 자막 뜬다. 창혁의 시계가 탁자에 놓여있고, 입도 안댄 커피가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소파에 몸을 묻고 가늘게 손을 떨며 담배를 피고 있는 창호. 창호의 시선을 따라가면 창밖으로 인경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인경이 카페를 지나갈 때 창문을 두드리는 창호. 창호를 본 인경. 주저하다가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창호 : 서인경씨? 저랑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인경 : 그러세요. 창호 : 창혁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인경 : 창혁씨가 제 얘길 뭐라고 해요? 창호 : 미인이고... 괜찮은 여자 한명 만났다구. 인경 : .. 우리 별관계 아녔어요 그냥.. 근데 두분이서 쌍둥이예요? 창호 : 아뇨 제가 두 살 많아요. 인경 : 아~ 형이 더 잘생겼어요. 창호 : 경찰서엔 왠일로 가셨어요? 인경 : 삼춘때메.. 아무것도 아닌데 오라 가라 하고. 종업원 : 뭐 드릴까요? 인경 : 금방 갈거예요. (창호에게) 저희집에 창혁씨 가방이 있는데 가져가시겠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경과 창호. 인경 : 잠깐만 기다리세요. 창혁씨 가방을 어디다 놨는데.. 아이 집이 이렇게 지저분해서.... 앉으세요. 인경이 창혁의 가방을 식탁위에 올려놔주자, 창호는 복잡한 심정으로 가방을 바라보다, 열어보면, 맨 위에 창혁과 창호가 같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4.5년 전쯤으로 보인다. 둘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인경 : (위로하듯) 괜찮아요? 커피라도 한잔 드려요? 창호 : 예.... 창혁이가 출소하고 바로 여기로 온건가요? 인경 : 그 전에 휘발류란 사람이 와서 삼춘하고.. 김선생이라고 경찰이 얘기해줬죠? 하여튼 휘발류하고 삼춘하고 창혁씨 얘길 했었어요. 가스렌지에 물 올려놓는 인경에게서 천천히 팬하는 카메라. 카메라는 식탁에 앉은 휘발류와 김선생을 비춘다. 휘발류 : 내가 김선생님 얘길 했으요. 근게 지가...50억짜리 계획이 있다고. 김선생 : 언제 졸업하는데? 휘발류 : 보름있으면... 김선생 : 최창혁이라고? 애는 어때? 휘발류 : 애는 진국이요. 금호동 띨띨이랑 같이 하다가 달렸는데 띨띨이 이름은 안 불고 지만 학교가고.. 의리도 있고 빠꼼하고. 김선생 : 한번 오라고 해. 카메라 팬하면 커피를 가져오는 인경. 창호앞에 놔주고, 벽에 기대서서 생각에 잠긴다. 인경 : 근데 그 사람. 진짜루 출소하자마자 바로 여기로 왔어요. 어디선가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흠뻑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의 인경이 문을 열면, 한손엔 가방을 다른 한손엔 먹다만 사과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창혁. 창혁 : (건방지게) 김선생 있어요? 인경 : 누구세요? 창혁 : 딸인가? 인경 : (문 닫으며) 그런 사람 없어요... 혹시 최창혁씨? 고개 끄덕거리는 창혁. 인경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와, 농구하듯 사과를 휴지통에 던진다. 인경 : 기다려요. 곧 오실 거예요. 창혁 : (둘러보며) 와~ 김선생 부자네. 쩝.. 뭐하고 기다리나. 술 없어요? 아무거나. 인경 : 위스키? 창혁 : 오~ 위스키! 좋지 우리는. (경과) 안주삼아 나온 음식을 포크대신 아예 손으로 게걸스럽게 먹는 창혁.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며 러닝머신 타고 있는 인경. 자신을 바라보는 창혁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인경 : 학교에서 바로 오는 길인 가봐요? 창혁 : 좀 아네? 이 바닥 인생이예요? 인경 : 온다고 얘길 들었으니까. 근데 뭘로 들어갔어요? (비웃음 섞인) 강간? 창혁 : 나는 페미니스트야. 왜 이래? 이름이 뭐예요? 인경 : 말 잘 하는 거 보니까 사기꾼이구나. 음식 묻은 손가락을 쭉쭉 빨다가, 일어나서, 인경 옆에 바짝 다가가는 창혁. 창혁 : 전방 15를 봐야죠. (인경이 째려보자) 진짜래니까. 그래야 가슴으로 산소가 잘 들어오지.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고 흡흡 후후~ 오라이 오라이.... 이 양반이 오늘 오긴 와요? 이때, 집으로 들어서는 김선생. 빨간 소방복을 입고있다. 김선생 : 너 뭐냐? 창혁 : 최창혁입니다. 김선생 : 앉아라. 창혁 가방을 바닥에 던져놓고 앉는 김선생. 소방복 반쯤 풀고, 담배를 척하니 입에 걸치더니, 소방복 여기저기서 만원짜리 뭉치를 꺼내 인경에게 건네주는 모습. 정지화면. “김선생”이라는 자막 뜬다. 창혁 : 김선생님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접시들 사이에서는 최고라고. 김선생 : 피-. 야! 여기 잔 하나 갖고 와라. 인경 : 고만 마셔요. 김선생 : 뭐? 노려보는 김선생. 인경이 잔을 준비한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패를 떠보는 김선생. 카드패를 서너 장 떼다가 갑자기 창혁과 본인앞에 카드를 던져놓는 김선생. 창혁도 익숙하게 받은 카드를 정렬해놓는다. 김선생 : 휘발류가 나 착하게 산단 얘기 안하디? 창혁 : 착하게 사는 게 뭔데요? 김선생 : (피식~) 50개짜리라고? 영화배우가 몇 명이 필요한데? 창혁 : 총 다섯명. 기술자는 휘발류형이 해주고. 대신 영화배우가 빠꼼해야 됩니다. 김선생이 패를 보면 9포카. 주머니를 뒤져 십원짜리 동전 하나를 배팅하는 김선생. 김선생 : 배팅해봐. 창혁 : 질 패에는 배팅안합니다. 김선생 : (일어나며) 눈칫밥은 많이 먹었구만. 대충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 남에 돈 50억 먹기가 쉬운 줄 알아? 창혁 : 장소는 안 물어봅니까? 한국은행인데. 한국은행이라는 소리에 다시 앉는 김선생. 창혁 : (쪽지 건네며) 간단하게 써논거예요. 진지하게 쪽지를 읽어보는 김선생. 목을 길게 빼고 쪽지를 훔쳐보는 인경. 창혁과 눈이 마주치자 샐쭉거리며 돌아선다. 창혁 : 얘네 다 보험 들어있으니까 아무도 피해보는 사람도 없어요. 김선생 : 못할 거 같은데. 창혁 : 왜요? 추위 타시나보네. 김선생님 아니면 아무도 못해요. 최고잖아요? 김선생 : (쪽지를 찢으며) 다른 사람 찾아봐라. 창혁 : 하 나 이거 참... 혹시 4년전 일때메 그럽니까? 김선생 : 뭐야? 창혁 : 소문이 그일때메 김선생 추위타고 확 쪼그라들었다고 하는데... 김선생 : 소문이 그래? 창혁 : 예. 어차피 우리가 안 먹어도 어떤 새끼들이 먹게 되있는 돈인데 착하게 살면서 보고 있어요 그걸? 김선생 : 소문에? 내가 쪼그라들었다고? 창혁 : 저 삼거리 여관에 있는데 내일 뜹니다. 생각해보고 맘에 들면 오시고 안올거면 그거나 태워요. 괜히 딴 데 가서 이빨 까지 말고. 인경에게 장난스런 웃음을 던지고 집을 나가는 창혁. 창혁이 남기고 간 카드패를 뒤짚어본다. 에이스 포카다. 술잔만 빙빙 돌리는 김선생. (경과) 다음날 아침. 조깅을 끝낸 인경이 집에 들어와보니, 정장차림의 김선생 차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식탁위에는 창혁이 준 쪽지가 테이프로 다시 붙여져있고. 김선생 : 오늘 저녁때 고기 좀 구워먹자. 다섯명쯤. 김선생 문 닫고 나간다. “철컥” “철컥” 문을 열고 나오는 창호와 인경. 인경 : 안녕히 가세요. 창호 : 인경씨! 내일 창혁이 화장하는데.. 인경 : 내일 제가 좀 바빠서. 창호.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다가 길 건너편에 누군가 숨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경 : 경찰일거예요. 창호 : 인경씨 삼춘 때문에요? 인경 : 그런가봐요. 창호 : 저기.. 오전에도 바쁘세요? 인경 : 오전요? .. 휴- 알았어요. 전화주세요. 인경이 들어가자 경찰이 있다는 건너편을 힐끔 보고 어두운 길로 사라지는 창호. 소파에 퍼져누워있던 김형사가 급히 몸을 일으킨다. 김형사 : 오늘 아침에 정신이 들었답니다. 빠른 걸음으로 병실로 들어가는 차반장과 이형사. 김형사. 복부에 붕대 감고 다리에 깁스한 채 침대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 있는 얼매. 얼매 아버지가 사과를 깎고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깎듯이 인사한다. 얼매 부 : 반장님. 어려운 때 어려운 일 하시느라고 어려움이 많것습니다. 차반장 : (웃으며) 우리야 뭐 일이죠. 얼매 부 : 지 애비는 나이 칠십에 리아까 끌고 사과 팔러 다니는디 자식새끼라고 하나 있는게 사기꾼놈을 키웠으니 이게 뭔 지랄이래요? 반장님~ 차반장 : 나가 계세요. 이형사 : (미소) 이경복씨! 몸은 괜찮아요? (얼매 부 나가자) 몸 괜찮냐고 십새끼야? 여기가 니네집 안방인줄 알어? 차반장. 이형사. 얼매를 둘러싸며, 침대를 발길로 툭툭 걷어찬다. 김형사는 노트북을 꺼내놓고 받아 적을 준비를 한다. 차반장 : (머리 쓰다듬어주며) 야! 얼매! 다 어딨어? 얼매 : 핸드폰 뒀다 뭐해? 전화 해봐요. 이형사 : 이 십새끼 봐라. 확- (의자 집어던지려고) 차반장 : 고만해라. 고수분인데 잡범 취급하면 돼냐? 이형사 : 고수는? 무슨. 사기꾼 새끼죠. 얼매를 둘러싸고 낄낄대며 웃는 형사들. 얼매 : 하~ 보라고 응? 보라고요. 내가 그냥 다친게 아니고 이게 (다리 쪽) 분쇄성 관절 내 경골 골절이고 (엉덩이 쪽) 이거는 대퇴골 전자 개방 골절이니 이게 이게 이 자체로 나는 장애자예요. 이형사 : 이새끼 아주 지능적인체 할라구러네. 너 한국은행 들어가기 한달전에 흑석동에서 500만원 사기 쳤지? 머리 뽀글뽀글한 아줌마한테. 얼매 : 되도않은 생활비나 벌라고 그런거에요. 차반장 : 너 돈버는 건 좋아~ 좋은데 사회가 이렇게 막 굴러가면 안 되잖아? 어딨냐 다? 얼매 : 진짜 몰라요. 이형사 : 이 개새끼 봐라. 확 대가리를 부셔버려. 얼매 : 진짜 알면 내가 다 얘기하는데 차반장 : 머리 굴리지 말고 첨부터 얘기해봐. 너 500만원 사기 친 날이 최창혁 출소하고 다음날이구만. 그날 만났지? 그것만 얘기해봐. 얼매 : 아.. 그... 때 봤어요. 맞어요. 핸드백을 맨 아줌마가 은행을 나오는데, 은행원 복장 한 얼매가 뒤따라 나온다. 은행원 : 고객님! 지금 500만원 찾으셨잖아요? 아줌마 : 예 은행원 : 그중에 두 개가 100만원이 아니고 90만원 묶음이거든요. 저희가 따로 보내는 건데.. 들어오셔가지고 다시 출금서 쓰고 찾아가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얼매. 친절하게 돈 봉투를 넘겨받고 아줌마와 함께 은행으로 들어와 창구쪽을 가리킨다. 은행원 : 고객님! 저쪽 2번 창구 아가씨한테 가시면 됩니다. 은행원 창구 안으로 들어가고, 아줌마는 2번 창구쪽으로 간다. 아줌마 : 여기 직원 한명이 와서... 은행안을 두리번거리는 아줌마. 얼매는 보이진 않는다. 은행후문을 나와 복도를 걷는 얼매. 걸음을 빨리하는데, 화장실. 청원경찰이 서부의 사나이처럼 멋지게 총을 뽑는 흉내를 내면서 흡족해하고있다. 아무생각 없는 청원경찰.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얼매랑 부딪치고는 사과한다.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 뒤돌아서는 얼매. 정지화면. “얼매”라는 자막 뜬다. 골목을 돌아 주차된 차로 뛰어오는 얼매. 김선생 : 얼매야. 얼매 : 오잉! 이게 얼매만여? 일단 탑시다. (두리번) 아 빨리 김선생과 창혁이 얼매의 차에 탄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 얼매 : 얼매만이냐... 4년만이네. 왠일로? 김선생 : 취직해라. 얼매 : 김선생 손 끊었잖아? 김선생 : 필드가 그리워서. 얼매 : 그러지.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지. 얼매? 김선생 : 50개. 얼매 : 오오~ 그냥 확 맘에 와 닿네. 뒤에 친구는? 창혁 : 최창혁이라고 합니다. 얼매 : 나는 본명은 나도 모른 게 그냥 얼매라고 불러요. 콜록콜록~ 김선생 : 너 지금도 약 하냐? 얼매 : 끊은지가 언젠데. 나, 약은 바카스도 안 먹어. 김선생 : 제비는? 얼매 : 요즘 작업중일텐데. 쭉 빠진 몸매를 자랑하듯, 웃통을 벗고 도배지 바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제비. 제비가 춤을 추자 풀을 바르던 조경란(여)이 웃는다. 살짝 살짝 스텝을 밟으며 조경란에게로 다가와 키스를 하는 제비. 문 두드리는 소리에 조경란 황급히 놀라면서 밖으로 나간다. 조경란 : 어떻게 오셨어요? 얼매 : (점잖은 서울말씨) 안녕하십니까. 여기.. 제비 : 어- 신과장! 여기 왠일이야? 얼매 : 지나다가... 재수씬가? 제비 : 여보 인사해. 우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창. 은행 다녀. 얼매 : 첨 뵙겠습니다. 조경란 : (수줍게) 예. 제비 : 왠일인가? 얼매 : 너 김선생님 알지? 제비 : 김선생님! 4년 전에 명예퇴직 하셨잖아. 얼매 : 그래도 가끔 제자들 생각 나시나봐. 너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제비 : 그래? 선생님 어디 계셔? 얼매 : 이 밑에 제비 : 여보 잠깐만 내려갔다 올게. 대학때 교수님이 오셨대네. 그새를 못 참아 조경란에게 키스하는 제비. 정지화면. “제비”라는 자막 뜬다. 가볍게 엉덩이를 흔들고 춤 스텝을 밟으며 차쪽으로 걸어오는 제비. 제비 : 하 씨발~ 김선생! 뭐야- 남 작업하는데 다 오고. 쪽 팔리게. 김선생 : 너 임마 취직시켜줄려고 그런다. 제비 : 취직 좋지. 야, 얼매야 담배 하나 줘봐라. 얼매 : 콜록- 야 재미지나봐? 제비 : 살이라고 퍽퍽해갖고... 얼굴 예쁘장한 화류곗년 별맛 없다. (김선생에게) 십새끼 기침 좆나 하네. 약 끊었대? 얼매 : 하여튼 너는 기초 상식이 없어. 뽕 반작대기만 찌르면 그 자체로 기침 딱이야. 내가 기침 한다는 건 임상학적으로 끊었다는 거야. 제비 : 시발놈. 쥬둥아리는. 대화를 하면서도 살짝 춤 스텝을 밟던 제비가 춤을 멈추고 창혁을 바라본다. 제비 : 근데 저 친구는 누구요? 김선생 : 같이 일 할 사람. 얼매 : 인사해 이름이 최창혁이래. 창혁 : 최창혁입니다 제비 : 잠깐! 뭘 같이 하는 거야 시발? 모르는 아저씨랑은 우린 같이 못하지. 언제 봤다고? 창혁 : 예전에 금호동 띨띨이형이랑 한번 본 것 같은데요. 제비 : 띨띨이형 알아요? 창혁 : 몇 번 접시도 같이 돌리고. 제비 : 어- 그래요? 김선생 : 저녁때 와라. 휘발류도 오니까. 삼겹살 한번 먹자. 제비 : 그 새끼도 와? 얼매 : 야 제비. 니 물바지 나온다. 제비 : (와이프 의식) 선생님! 그럼 저녁때 뵙겠습니다. 김선생 : 어 그래. 다음부터 그렇게 존댓말 쓰고 착하게 살아라. 우리 간다. 짧은 바지. 남대문표 티셔츠 차림에 이대팔 가르마를 한 휘발류. 서류에 스탬프를 찍어대다, 문이 열리자 황급히 서류를 감춘다. 김선생 일행이 들어오자, 엉거주춤 일어나, 머리 굽혀 인사하고, 창혁 얼매에게도 인사한다. 김선생 : 바쁘냐? 휘발류 : (어정쩡한 열중쉬어 자세로) 차대번호랑 폐차증명서... 도장만 찍어주면... 250준다 그래갖구요... 아르바이트로. 김선생 : 여기 한달 쓰자. 휘발류 : 한달요? 김선생 : 6시까지 우리집으로 와. 늦지 말고. 김선생에게 깎듯이 인사하는 휘발류. 정지화면. “휘발류”라는 자막 뜬다. 차고 한쪽에는 소방복, 경찰복들이 죽 걸려있고, 창호 둘러보다 박스 하나를 열어보면, 어음과 통장들 몇 개. 김선생 사진 붙은 여러개의 주민등록증. 여권. 수갑등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김선생은 얼굴에 뜨거운 수건을 덮고 천천히 위스키를 마시면서 음악에 취해있다. 얼매는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제비. 거울 앞에서 머리 빗고, 솔로 바지 털며 무료함을 달래다, 괜히 얼매를 귀찮게 한다. 제비 : (얼매 책 표지를 보며) 뭐냐? 카프카? 성? 섹스 좋지. 어이 아우님! 접시는 언제부터 돌렸어요? 창혁 : 철들고 시작했죠. 제비 : 어이- 독고다이로 뛰셨나봐? 창혁 : 예. 잘 부탁드릴게요. 성함이? 제비 :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면됐지 뭣 하러 이름까지 알라구래? 얼매 : 철수야! 김철수! 여동생은 영희고. 국민학교 1학년 책보고 빼꼈지. 제비 : 빼꼈지? 개새꺄 우리 꼰대가 이름질 때 쌀 세 가마 줬대. 얼매 : 세 가마? 사기당했구만. 우리나라에 철수가 10248명. 영희는 29727명인데 철수하고 영희하고 더해서 쌀 세 가마 곱해봐라. 계산도 안 되지? 서울대 경제학과 나오셨대매? 제비 : (웃으며) 나오셨대매? 저 시발놈이 미친년 보지를 빨다왔나? 라이터로 확- 일동 웃자, 기분 좋아진 제비. 창혁에게 담배 하나 달라며. 제비 : 아우님 나이가? 소띠? 음.. 내가 말 놓을게. 이거 아나? 술집여자 수술시키는 얘 기. 창혁 : 모르겠네요. 제비 : 모르면 물어봐야지. 창혁 : 어떻게 하죠? 제비 : 레이다를 돌리는 거야. 짜.짜.짜.짜.. 그러다 딱! 찾잖아? 돈은 좀 있는데 외롭고 불쌍한 년으로. 대개 술집 혼자하는 냄비들이 그래. 가서 며칠 혼자 술 마셔줘. 아무말 안하고. 그럼 가만히 있어도 지가 딱 말을 걸어오거든. 위 장면의 제비 대사 깔리면 깔끔한 차림의 제비. 칵테일을 비우고 있다. 조경란이 마티니 한잔을 다시 가져온다. 조경란 : 누구 기다리세요? 제비 : (착해보이는 척) 아닙니다. (경과) 제비가 나간 자리를 치우던 조경란. 제비의 서류가방을 발견한다. 조경란 마티니 마시면서 서류가방을 열어본다. 우즈베키스탄 맞선 프로그램이라고 적힌 서류를 읽다가 관심 없다는 듯 집어넣고, 명함지갑을 열어보면 삼성생명 박형식 대리라고 적힌 명함들이 나온다. 화투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형사에게 끌려갔던 건달들) 전화벨이 울리자 한 사내가 일어난다. 책상에 일렬로 네 대의 전화가 놓여있다. 벨이 울리는 전화에는 삼성생명 박형식 대리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다. 헛기침을 몇 번 해서 목소리를 가다듬는 사내. 사내 : 예 삼성생명입니다. 박형식 대리님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박대리님. 모두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고 전화를 받는 제비. 제비 : 네 박형식입니다.... 아! 제가 거기다 놓고 갔군요.. 제가 오늘 들리겠습니다.... 화투치던 인간들에게 그것 보라면서 좋아하는 제비. 제비 : 제가 마티니를 좋아해요. 이게 영국 처칠수상이 즐겨먹던거라.. 이럴게 아니라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조경란 : 그냥 마티니나 한잔 사주세요. 근데 우즈베키스탄에 맞선 보러가세요? 제비 : 2년 전에 아내가... 심부전증으로... 집 한 채 날리고 죽었죠. 재혼도 안되고.. 한번 경험도 있고 제가 보시다시피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조경란 : 어머 박대리님 얼굴이 어때서요. 제비 : 지금 이건 조명발입니다. 하하... (경과) 며칠이 지난 후, 술집. 낮. 조경란 : 어제 몇 시에 문 닫았냐? 종업원 : 두시. 언니 그 사람 때문에 그러는구나? 조경란 : 이 미친년아 내가 남자라면 질린 년인데. 그냥 회사도 A급이고 하니까 단골 잡을라고 그러는거야 이년아. 종업원 : 그 아저씨 그렇게 멍청하게 생겼어도 서울대 경제학과 나왔다고 그러데. 조경란 : 아~ 씨발놈에거. 대한민국 여자 씨가 말랐나? 우즈베키스탄 가서 마누라 구하게. 종업원 : 언니가 후딱 따먹어. 조경란 : 그럴까? 호호호. 전화벨 울리자 조경란이 냉큼 받는다. 제비 : 이거 저... 미스조 얼굴이 요즘 안좋아보여서 영지 좀 샀습니다. 그냥 푹 끓여서 만 먹어도 여자들한테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구요. 혈액순환도 잘되고. 조경란 : 어머 저 이런 거 좋아해요. 제가 손 발이 좀 찬데 제비 : 특히 손 발 찬데 좋습니다. 안주들 집어서 조경란 접시에 놔주는 자상한 제비. 조경란 : 박대리님. 제비 : 예. 조경란 : 우즈베키스탄 안가면 안돼요? 제비가 조경란을 순진하게 바라보는데, 기다렸다는 듯 조경란이 제비를 덮치자, 제비는 역시 순진하게 조경란에게 몸을 맡긴다.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 얼매, 제비, 창혁. 웃음소리. 창혁 : 너무한 거 아냐? 제비 : 괜찮아. 전쟁 많이 겪은 나라라 한국년들 다~ 이겨내. 얼마나 질긴데. 고게 또 카드만 일곱장이야. 골드로... 아이 시발 저기 신용불량자 오네. 휘발류 들어와, 김선생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다. 제비 : 형님한테도 인사를 해야지. 휘발류 : 나이가 내가 두 살 많은디? 제비 : 건달 짠밥이란게 있는데.. 너 아직도 베트남에다 중고차 팔아먹냐? 김선생 : 됐어 됐어. 시작하자. (창혁에게) 우리끼리 얘길 좀 해야 되겠는데. 창혁 : 그러시죠. 창혁 나가고 닫히는 문.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차고. 김선생 : 전체적으로 시츄에이션은 괜찮아. 거는 천천히 얘기하고... 어떤거 같애? 얼매 : 예전부터 한국은행 한번 수술시킨다더니 어떻게? 괜찮아요? 김선생 : 노 프라블럼. 휘발류 : 나는 뭐... 선생님이 허신다면 나도 꼬옥- 해야죠. 얼매 : 나는 맘에 확 와닿는대니까~ 제비 : 생각 좀 해보고. 김선생 : 너는 생각 하지마. 생각은 내가 하니까. 제비 : 민주주의는 이게 안좋아 시발. 알지? 나 원래 독고다인거. 요즘 하도 궁짜 끼니가 접시 같이 돌려주는 거야. 김선생 : (같잖다는 듯) 어 그래 고맙다. 얼매 : 됐어. 난 술 안 먹어. (사이다 깐다) 제비 : 좆만한 새끼 소풍 왔냐? 사이다 쳐먹게? 얼매 : 술먹으면 자꾸 뽕이 그리워져. 제비 : 받아 새끼야! 한잔인데 남자새끼가. 이 와중에 휘발류는 조용히 혼자서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붓는다. 김선생 : 맥이지 마. 자~ 최선수 취직 축하한다. 창혁 : 아무래도 이력서가 좋으니까. 김선생 : 건배~ 좋게 좋게! 일동 : 좋게 좋게! 휘발류 : 커-. 근디 궁금한게 하나 있는디, 폴리스한테 달리면 몇 년이나 될라나? 모두들 휘발류를 바라본다. 잠시 정적. 제비 : 에이 씨발. 재수없게. 김선생 : 침 뱉어 다들. 휘발류 : 하- 나 그게 왜 궁금히갖고.. 제비 : 이걸로 가셔져? 노란 술로 가셔야지. 의식처럼 모두들 침을 뱉고 소주 또는 사이다로 입을 가신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근엄하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는 김선생. 김선생 뒤에서 박수를 쳐주고 있는 휘발류. 틈만 나면 위스키를 들이붓고, 얼매와 창혁은 아가씨들하고 춤 추고 있다. 제비만 아가씨1을 끼고 사근사근 농지거리를 던지고 있다. 제비 : 전화번호 몇 번이냐? 019? 아가씨1 : 하이 오빠. 아무한테나 알려주나? 제비 : 너 하루 불러내서 영지버섯이라도 1kg 사줄라 그래. 영지 이런 게 여자들한테 좋거든. 혈액순환이 잘되서. 특히 손 발 찬데 좋다드라. 아가씨1 : 진짜? 오빠 직업이 뭐야? 제비 : 나? 삼성생명 다녀. 전화번호! 01? 넌 딱 보니까 019야. (경과) 만원권 지폐를 카지노 돈 세듯 한 장씩 착착- 계산대위에 정렬시키는 휘발류. 윗옷을 벗고 바카스를 마시는 얼매. 아가씨2가 욕실에서 수건으로 몸을 가린 채 나오자, 만원짜리 몇장을 주는 얼매. 아가씨2 : 안씻어? 얼매 : 수건 살짝 내려봐봐라. 아가씨2 : 나는 이러는 오빠들이 젤 밉더라. 얼매 : 돈 줬잖아. 아가씨2가 수건을 내리고 비스듬하게 서서 얼매를 바라본다. 아가씨2 : 안해? 얼매 : 뭘 허냐? 아가씨2 : 왜 오빠? 나 갈까? 얼매 : 오빠가 좆이 시들어서 약이 없음 안 슨다. 아가씨2 : 말을 하지 그럼. 전화 한통화면 구하는데. 오빠 엑스터시 좋아해? 전화한다? 아가씨2 냉큼 전화기 집어 들자, 얼매도 싫지 않은 듯.. 이때, 벽 너머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얼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가씨1을 무자비하게 패는 제비가 보인다. 얼매 : 애 잡겠다 새끼야. 제비 : 하~ 저 미친년이 돈도 없는 게 서비스도 후지게 하잖아. 김선생 들어오고, 뒤이어 창혁도 들어온다. 김선생 : (따귀 때리며) 뭐야 지금? 큰 일 앞두고. 제비 : 아이 그게 아니고요. 김선생 : 너 내가 함부로 폭력 쓰지 말라 그랬지? 제비 : 예. 죄송합니다... 어떻게 좀 해주세요. 김선생의 노기에 쪼그라드는 제비와 얼매. 웨이터 : (불쑥 들어와) 야! 시발! 경찰 불러. 이 새끼들 못나가게 하고. 김선생 : 너 일로 와봐. 웨이터가 건들거리며 김선생에게 오는데, 주머니에서 검찰청 출입증을 꺼내 보여주고는, 정강이를 발로 차는 김선생. 김선생 : 경찰 여기 있다 이 자식아. 너 가서 마담 올라오라고 해. 웨이터 : 네. 김선생 : (창혁에게) 당신은 제비 데리고 나가있고, 얼매! 얼매 : (굽실) 예. 김선생 : 피 닦아 놔. 얼매 : (굽실) 예. (경과) 화장실에서 수건을 빠는 얼매. 문틈으로 보니 마담이 김선생과 이야기 나누며 웃고 있다. 마담 : 저만 재수없는 년이지 뭐. 김선생 : (명함 주며) 이 번호 직통이야. 어려운 일 있으면 검찰청으로 전화나 한번 줘. 내가 빚진 거는 갚아주고 사는 사람이니까. 마담 : 그래주세요. 김선생 : 권실장! 가자. 얼매 : 예. 김선생 양복을 입혀주는 얼매.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김선생.... 디졸브되면... 셔터 문 열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김선생. 창혁. 제비. 얼매. 휘발류. 주차장을 가로질러, 휘발류 사무실로 들어가고, 문 닫힌다. 얼매 :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콜록.. 김선생만 있으면.. 그 자체로 우린 걱정 안 해... 콜 록. 거친 기침을 뱉어내며 경기를 일으키는 얼매. 놀란 김형사. 의사를 부르기 위해 튀어나간다. 김형사 : 저 새끼 말입니다. 경련 및 호흡곤란이라는데 마약 때문에 약이 안 받는답니다. 차반장 : 그래서? 이형사 : 형님. 내일 오전에 다시 오래요. 차반장 : 가지가지하네.. 말은 헐 수 있을거 아녀? 김형사 : 곤란하답니다. 차반장 : 얘네들 분명히 외국으로 튄다고. 빨리 잡아야 돼. 인경과 창호를 실은 조그만 나룻배가 얕은 바닷가에 떠 있다. 창호는 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있었는지 몸이 쑤신 인경. 심심하고 불편한 티를 낸다. 인경 : 안가세요? 창호 : 조금만.. 15분만 있다가요. 이거 하나 다 타는데 15분정도 걸리니까. 창호. 담배에 불을 붙여 유골단지 옆 뱃머리에 담배를 가만히 내려놓고, 인경은 벌떡 일어서는데, 균형을 잃은 인경 때문에 점점 기우는 배. 결국, 배는 엎어지고 둘 다 물에 빠지고 만다. (경과) 인경 차에 기대, 물에 젖은 담배를 라이터로 말리고 있는 창호. 얕은 기침을 뱉어내다 차안을 돌아보면, 좁은 차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인경의 예쁜 다리가 보이자 얼른 고개를 돌리는 창호. 직원 : 조흥은행 통장 있으시죠? 창호 : 은행거래 안한지 오래 되놔서. 직원 : 계좌 하나 만드셔야 되겠네. 그럼 열흘정도 후에 입금시켜주거든요. 세금 때고 5억 2천 8백만원이네요. 5억원 소리에 이게 뭐냐? 싶어 인경 눈이 반짝인다. 빨간색 립스틱으로 입술을 눌러 바르며, 둘의 이야기에 관심 없는 척 딴 데를 보지만, 그녀는 조금씩 흥분하고 있다. 직원 : 여기 사인하시고... 이정도면 빨리 나가는 겁니다. 원래 조사가 들어가는 건데... 이번 경우는 동생분 사고 난 게 비디오로도 찍혔고 해서. 그리고 따로 보험 드 신게 있나요? 창호 : 아뇨. 직원 : 이거 한번 봐주세요. 사람들은 금리가 떨어져서 보험에 들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구요. 보험의 본질은 예금성 보험이 아니고 보장성이죠. 제가 상품 하나 괜찮은 걸로 추천해드릴게요..... 보험사직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인경의 빨간 입술이 미소 짓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창호의 소리. “창혁이 생일 아세요?” 정신 차리는 인경. 은행 안이다. 창호 : 창혁이 생일요. 인경 : 8월 17일인가요? 창호 : 잘 아시네. 계좌번호란에 비밀번호 네자리 0817을 기입하는 창호. 그걸 뚫어지게 바라보는 인경. 인경 : (애교 섞인) 창호씨! 기분 괜찮아요? 창호 : 그저 그렇습니다. 인경 : 오세요. 바래다 드릴게요. 제가 창호씨라고 불러도 돼죠? 창호 : 예. 차에 오른 둘. 한참동안 출발하지 않는다. 왠일인가 싶어 돌아보는 창호. 인경은 넋 놓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인경 : 운전을 못하겠어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창혁씨랑 저.. 서로 좋아했었어 요. 창호. 인경의 어깨를 살며시 만져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창호 품에 안겨서 우는 인경. 창호 : 그래요.. 맘껏 울고 잊어버려요. 인경 : 못 잊을 거 같아요. 웃는거. 걷는거. 담배피는거. 우리집에 삼겹살 먹으러 다 같이 왔었는데 창혁씨가 옥상에서 담배를 피고있는거예요. 멋있게...오후라 좀 나른했는데.. 나 고양이 같이 오후면 나른해지거든요. 바보같죠?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창혁. 저 너머 도심빌딩을 바라보며 담배를 멋있게 피고 있다. 인경. 창혁을 슬쩍 슬쩍 보며, 옥상에 삼겹살 세트를 차리다가 상추쟁반을 떨어뜨린다. 당황한 인경. 창혁쪽을 슬쩍 보면, 창혁 없고, 고개를 쑥 빼고 창혁을 찾는데, 어느새 인경 옆으로 다가온 창혁. 창혁 : 도와줄까요? 인경 : 이런 바보 같은 서인경! 언제나 이래. 창혁 : 이름이 인경이구나. 사기꾼들이 뭐 깨끗한 음식 먹을 필요 있나? 안 그래요? 인경 : 하는 거예요? 창혁 : 뭐요? 인경 : 지금 밑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 범죄모의. 창혁 : 해야지. 캐쉬가 눈앞에 있는데.... 근데.. 인경씨 목선 참 이쁘다. 목걸이 하나 차면 죽이겠는데. 인경 : 피-. 옥상으로 올라오는 김선생 일행들이 보인다. 창혁 : (조그맣게) 내일 뭐해요? 인경 : 교회가야 돼요. 창혁 : 교회? 나 이거 참.. 난 교횐 별론데. 제비 : 아니 이게 누구신가? 인경 : (배시시 웃으며) 조카예요. 예배가 끝난 교회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 성경책 든 인경이 보이고, 인경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창혁을 발견한다. 벽에 기대서서,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빙빙 돌리고 있는 창혁. (이 동작 반복해서 나온다) 외면하고 가는 인경옆으로 무리에서 빠져나온 전도사 한명이 지나간다. 인경 : 전도사님! 오늘 말씀 좋았어요. 전도사 : 고맙습니다. 첨 나오셨어요? 인경 : 아녜요. 저 두달 됐어요. 전도사 : 내가 왜 몰랐지? 다음주에 봐요. 아멘! 창혁 재빨리 인경을 쫒아간다. 인경 : 교회 별로라면서요? 창혁 : 모든 인간은 죄인이야. 그러나 저런 데 가서 기도한다고 죄가 없어지나? 하나님은 봐줄지 몰라도 폴리스들은 안 봐주지. 인경 : (성경책 던지며) 사람이 원래 그렇게 빈정대요? 창혁 : (몇 장 읽다가) 일요일마다 모여서 돈을 낸단 말야? 자발적으로. 캬~ 대단해. 오라이~ 갑시다! 인경 : 어딜요? 빠텐더와 창혁. 오랜만인지, 깊은 포옹. 빠텐더 : 축하한다 졸업했대메. 잘 지냈어? 창혁 : 나야 뭐... 쯥. 너 요즘도 가짜양주 파냐? 빠텐더 : 새끼. 뭘로 줄까? 창혁 : 글렌피디히! 빠텐더 : 창호형은 잘 지내? 창혁 : 저번에 봤는데 똑같더라. 나보고 서점일을 도우라고. 책 많이 보면 눈 나빠진다. 빠텐더 : 흐흐... 이새끼 이거 조심하세요. 자빠뜨릴 생각밖에 안하는 놈이니까. 창혁 : (웃으며) 저새끼 저거 듣지마세요. 아무생각 없는 놈이니까. 인경 : (되받아치며) 신경안써요. 사기꾼인 거 아는데 뭐. 창혁 : 정확히 얘기하면 난 일종에.. 벤쳐인이야. 인경 : 말도 안돼요. 창혁 : 벤쳐가 뭐요? 지식과 기술 빽 믿고 하는 모험이잖아. 응? 우린 더 위험하지. 교도소 담장위를 걸어가거든. 뭐냐면.. 이쪽으로 꼴아박으면 교도소 안이고 반대 쪽으로 꼴아박으면 캐쉬가 있다 이거야. 되면 되고 아니면 아냐. 우린 그래. 인경 : 그래? 창혁 : 거기다 인간이 뭔지 알아야 되니까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인경 : 별로 안 한거 같은데 뭐. 창혁 : 내가 그랬지? 목걸이 차면 더 예쁠 거라고. 창혁이 어느새, 목걸이를 꺼내 인경 앞에 내민다. 인경. 자신의 목덜미를 괜히 한번 만지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여잘 좀 아는데?..) 인경에게 술을 따라주는 창혁. 인경에게는 가득. 자기에게는 조금. 인경 : 술 먹여서 어떻게 해볼려구? 나쁜 놈. 인경. 호기롭게 창혁잔과 건배하더니 위스키를 원샷한다. 인경은 손가락으로 끄떡없다는 시늉. 그 손가락으로 다시 창혁을 가리키다가, 주저앉는다. 술 취한 인경 부축하며 걷는 창혁. 창혁 : (지나가는 연인 가리키며) 재네 봐. 연애한다고 사발 풀어서 같이 잘거아냐? 범죄지. 혼인빙자간음. 저거 여자가 걸면 걸려. 인경 : 창혁씨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창혁 : 어차피 다 사는 게 죄짓는거야. 인경 : 혼자 죄 많이 지으세요. 최창혁씨. 여기서부턴 혼자 갈거니까. 창혁 : 잠깐 잠깐.. 저기 봐요. 3층. 딴 데는 다 불이 켜졌는데 왜 저 방만 불이 꺼진 줄 알아요? 인경 : 저건 또 무슨 죄죠? 창혁 : 저긴 왜냐면.. 내 방이니까. (웃음) 잠깐 쉬었다 가요. 우리 좀 말이 통하잖아. 인경 : 최창혁씨! 우리 어제 첨 본 사이야. 창혁 : 그러니까 놀랍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땡기잖아. 인경 : 하~ 창혁의 웃는 얼굴에, 인경도 웃음을 터뜨린다. 인경 : (세게) 좋아요. 콘돔 있어요? 창혁 : 어. 어. 어. 잠깐 기다려요. 창혁. 날라가듯, 길 건너편으로 뛰어가고, 혼자 남은 인경 담배를 꺼내 물고 서성인다. (경과) 창혁. 길 건너왔는데, 인경이 없자, 허탈하게 웃는다. 쓴웃음을 지으며 인경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창호. 운전을 직접 하고 있다. 창호 : 그래서 그냥 갔어요? 창혁이가 또 그런거에 약한데. 인경 : 약하더라구요. 창호 : 내가 보기에 인경씨가 사람 꼬시는데 재주가 좀 있는 거 같네요. 게다가 예쁘고.. 인경 : 흠... 어, 조심해요. 갑자기 급정거!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은 인경차 옆에 한 남자가 다리를 감싸고 뒹굴고 있다. 당황한 창호가 차에서 내려 남자(남자1)를 살펴보고, 심란한 인경은 바로 담배를 꺼내 무는데, 인경. 이상한 상황을 발견한다. 쓰러진 남자1과 창호를 바라보는 한 남자(남자2). 그 남자의 눈길을 따라가 보면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눈길을 주고받는 아줌마. 남자2와 아줌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창호와 남자1 주위로 접근해서, 파란 신호등에 차가 멈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에서 내리는 인경. 아줌마 : 어우 요즘 이런 차들 무서워서 파란불에도 잘 보고 다녀야 된대니까. 남자2 : 뭐혀 아저씨. 요 앞에 정형외과 바로 있구만. 글구 빨리 보험회사에 사람 하나 죽겄다고 전화허고.. 창호 : 예 예. 근데 제가 보험에 안들어있는데..... 남자2 : 큰일 날 양반이구만 이 아저씨. 인경 : 창호씨. 차에 들어가 있어요. 제가 얘기할게요. 차에 들어가는 창호. 남자2가 남자1을 부축해서 인도로 옮기고, 인경은 아줌마와 속닥이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게 보인다. 인경 : 언니 그냥 가! 선수끼리 쪽팔리게 왜 이래? 아줌마 : 무슨 얘기야 이 여자. 인경 : 내가 보니까 언니 선수 같은데 보험회사 대여섯군데 전화해 보면 다 나와. 그리고 이런 거 셋이서 하면 금방 들켜. 이런 건 적어도 일곱명이 하는 거야. 알았어요? 내가 세탁비로 이만원 줄 테니까 그냥 가. 2만원 받고 뻥찐 아줌마. 인경이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고, 남자1이 바지 탈탈 털고 일행들과 지나가며 인경과 창호를 향해 감자를 맥인다. 인경 : (이 사람 왜 이렇게 착해?) 창호씨! 사기당할 뻔 했잖아요. 창호 : 저 사람들 사기꾼이야? (사기꾼들 째려본 후) 인경씨 어떻게 알았어요? 인경 : 어휴 우리 삼춘도 사기꾼인데 딱 보니까~ 창호 : 인경씨 고마워요. 오늘 같이 와준것도 고맙고. 인경 : 제가 운전할게요. 서점 앞에 멈추는 차. 인경 : 창호씨 헌책방?... 하시는구나. 소설도 쓰면서~ 창호 : 손님도 없어요. 올라가서 커피 한잔 할래요? 인경 : 그냥 갈게요. 또 연락드려도 괜찮죠? 얘기할 것도 많은데. 창호 : 그럼요. 언제든지. 차에서 내린 창호. 집으로 들어가, 통장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넥타이 풀고,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한숨쉬는 창호.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든 역광속에 있는 그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화장실.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 책을 펼쳐놓고 우두커니 변기위에 앉아 생각에 잠긴 인경. 인경 : 서인경. 0817 0817! 5억이다. 커피 마시자고 할때 안 올라간 건 잘했어. (책을 읽으며) 그는 정인숙을 잊을 수 없었다. 눈을 내리깔고 웃던 환한 미소도, 바람에 날리던 물방울무늬 치맛자락도. (경과) 침대위에 놓여진 슈트케이스에 물방울무늬 치마가 담겨져있고, 인경은 화장대 앞에 앉아 붉은 색 루즈를 칠하고, 입술을 빠꼼거리다,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빨더니 눈을 내리깔고 환하게 웃어 보인다. 화면 느려지며 암전. 창밖을 보며, 담배 한 모금 빨다, 싯귀절 몇자 적다가, 센치한 표정 지어보이는 차반장. 조사계장 “잘 돼?” 소리에 돌아본다. 차반장 : 계장님. 뭐 또 그런걸 물어봐..... 야! 뢰하야! 커피 두잔만 부탁허자. 건너편 강력2반 형사(점퍼)가 지나가다 커피심부름 받는다. 조사계장 : (조용히) 그거 들어봤어? 차반장 : 뭐요? 아! (서랍속에서 테잎을 꺼내며) 깜빡했네. 근데 이거이 뭐요? 조사계장 : 내가 김선생 그 자식 검거할려고 몇년 꼴아박은 거 알지? 4년 전에도 무혐의로 풀려났거든. 차반장 : 4년 전에 뭐가 어떻게 된 거래? 조사계장 : 그때 유한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새끼들이 회사 하나 차려놓고 투자사기를 쳤어. 그때 피해본 사람이 선생 둘인데 수학선생인가가 자살했고 학교공금 문제때메.그리고 어.... 국어선생인가는 안 나타나고. 2반 점퍼형사가 커피를 가져오다 한잔 엎지른다. 조사계장은 점퍼형사가 가줘야 말을 꺼낼 생각으로 침묵을 지킨다. 차반장 : 괜찮어. 먹었다고 치께... (계장에게) 이건 뭐냔게? 조사계장 : (조용히) 김선생네가 한국은행 들어가기 이틀전에 조사계로 제보전화가 한통 왔어. 어떤 여잔데. 그 여자말이 김선생이 뭘 계획하고 있다는 거야 이틀 후에. 장소는 모르고. 그리고 딱 끊드라고. 그래서 야 이거 믿을수도 없고 안믿을수도 없고해서 후배중에 한 놈한테 부탁을 좀 했지. 차반장 : (몸을 일으키며) 도청해버렸구만? 조사계장 : 법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그냥 들어보고 참고나 하라고. 차반장 : 계장님 혹시 목소리 들으면 아시겄어요? 그 여자? 조사계장 : ... 난 여자들 목소리는 잘 모르겠드라. 테이프 레코더에서 들리는 소리들. 잡음이 심한 음질이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들을 만하다. 얼매 : 야 너 ... 한번 당한 적... 제비 : 언제? 아~ 삼순이.... 걔네 오빠한테 좆될 뻔 했지 그때 김선생이 카페 하나 차려놓고 장사할 땐데 테이프 레코더 소리에서, 휘발류 사무실로 공간이 이동되면, 테이블에서 포커판을 벌이고 있는 사기꾼들. 제비 : (창혁에게) 우리 아우님 들어보라고. 삼순이네 오빠가 이만한 각갯목을 들고 온거야 지네 동생 사기 쳤다고 나 죽여 버린다고. 얼매 : (창혁에게) 계네 오빠가 폴리스였거든. 제비 : 그렇지. 인제 십창 터졌구나 하는데 딱 그러는 거야. 일루와서 법의 심판을 받아라! 우리가 또 법의 심판 받는 거 싫어하잖아. 그러느니 확 죽고말지. 창혁 : 진짜 죽을 수 있을 거 같애요? 제비 : (꼬리내리며) 우리 또 죽으라면 못 죽지. 어쨌든지간에, 얼매가 뒤에서 안 말렸으면 좆됐다. 그때만해도 얼매 이 십쌔끼가 뽕을 안할때라 100킬로가 넘었다고 이래가지고... 몸 좋았지. 김선생 : 얼매가 힘 좀 썼지 그때. 지금도 힘은 그대로냐? 얼매 : 내가 뭐 힘쓰는 사람인가? 머리쓰는 사람이지. 김선생 : 너 이거(테이블) 한번 들어봐. 얼매가 테이블 가장자리에 손을 딱- 데더니, 힘을 쓸려다, 얼매 : 나 이거 옛날에도 못 들었는데.. 이거 들면 사기지. 다들 웃으며, 화기애애. 이 와중에 얼매와 제비가 카드 하나를 바꾼다. 제비 : 자~ 패들이 어떻게 되나? 휘발류 : 레이스 오십. 제비 : 오십받고 오십 더. 얼매 : 다이. 창혁 : 다이. 휘발류 : 오십 받고.. 칠십 더. 제비 : 요 패에 인생 한번 걸어보자. 받고.. 백오십 더. (휘발류에게) 까봐. 휘발류 : (제비 노려보며) 8포카. 제비 : 무서라~ 여기 나인포카 나갑니다. 휘발류 : 일어나봐. 너 분명히 4 스페이드 들고 있었는데. 내가 딴 건 참어도, 카드갖고 장난치는 건 못참어. 제비가 몸을 탈탈 털어보자 휘발류 유심히 제비의 몸을 살펴보고, 테이블 밑을 들여다본다. 김선생 : (일어나며) 그만해라. 푼돈 가지고 새끼들이. 김선생 말에, 휘발류는 엉거주춤 열중쉬어하고, 제비는 신나게 돈 쓸어 담는데 창혁이 다 안다는 듯, 실실 웃으면서 제비를 보고있다. (경과) 건물안에 단 둘이 남은 제비와 얼매. 얼매가 숨겨논 4 스페이드를 제비에게 주자 제비가 얼매에게 딴 돈중 일부를 준다. 제비 : 창혁이 저새끼 저거 이미지가 싸가지없네. 길닦아논게 문둥이 지나간다고 어디 형님들 판에 와가지고 얼매 : 좀 더 줘. 제비 : 건달물 십년 넘게 먹은 놈이 푼돈 가지고.. 너 나랑 똥구멍 한번 맞춰볼래? 얼매 : 똥구멍? 김선생같은 빠꼼이를 어떻게 수술시킬라고? 우린 또 전부 팀인데. 제비 : 팀은 무슨 시발.. 곰 좆터는 소리 허고있네. 접시끼리.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지. 얼매 : 알고 지내는 사이? 어떡하자고? 제비 : 어떡하냐고? 히트앤드런! (경과) 테잎을 끄는 차반장. 이형사 : 근데 이거 제보한 여자가 누굴까요? 서.인.경? 차반장 : 지금 서인경을 박형사가 따라다니나? 서점이 보이는 곳에 박형사 차가 와서 멈춘다. 박형사 : (통화중) 오후에 헤어졌는데 또 왔네요 이 여자가. 짐까지 챙겨들고. 차에서 슈트케이스를 꺼내, 질질 끌고 서점쪽으로 걸어가는 인경. 활기찬 발걸음이지만 슈트케이스 운전이 서투른지 몇 번 휘청거린다. 창호가 서점 문을 열면, 운명처럼 베토벤 차임벨이 울리고, 인경은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창호 : 무슨 말이예요? 집에서 쫒겨났다니요? 인경 : 복덕방 아저씨가 그러는데 삼촌이 집을 내놨는데 내일 주인이 이사를 온다는 거예요. 수원 아는 언니도 연락도 안되고... 여관에서 자기는 무섭구.. 창호 : 집이 좀 좁아서.. 인경 : 미안해요. 인경 살며시 눈을 내려깔고 다 이해한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짓는데, 창호 그제서야 인경의 물방울무늬 치마에 눈이 간다. 돌아서는 인경을 잡는 창호. 창호 : 아니예요. 좁아서 좀 불편하실텐데. (경과) 2층. 거실 바닥 번잡하게 방치된 책들을 치우는 창호. 인경이 집을 둘러보면, 맨 먼저 티브이 위에 놓인 사진 (창혁 가방에서 나온)이 눈에 띄고 티브이에선 요리 프로가 나오고, 탁자 위에는 한권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인경 : (노트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었나봐요? 창호 : 아뇨. 노트에는 막 적다 만 요리순서가 적혀있고, 창호는 냉큼 노트를 북- 뜯고는, 냉장고에 노트를 붙여놓는다. 인경 : (사진 보며) 둘이서 친했어요? 창호 : 많이 싸웠어요. 인경 : 여자문제 같은걸로요? 창호 : 그런것도 있고.. 고등학교 땐가 옆집에 예쁜 여학생을 좋아해가지고 한참 연애편지를 쓰고 있는데 창혁이가 들어와가지고 한판 붙재요 갑자기. 또 왜 그러냐? 그랬더니 자기도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인경 : 둘이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 비슷한가봐요. 창호 : 그런가...? 인경 : 그래서 누가 이겼어요? 창호 : 싸움은 내가 이겼는데, 그 여자는 창혁이랑 같이 가출했어요. 흠흠.. 그 새끼 그때부터 사기를 잘쳐가지고. 여자들이 원래 그런 남자를 좋아하나봐요? 소파등받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자켓을 벗는 인경. 허리를 펴고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그런 인경을 바라보는 창호. 인경에게 반한 모습이다. 인경 : 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런 남자들은 뭐라고 해야 되나?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면서도 짜릿하고.. 그냥 끝까지 따라가고 싶기도 하고. 창호 : 인경씨도 창혁이가 그랬어요? 인경 : 모르겠어요. 저도 창혁씨가 싫진 않았죠. 괜히 우연히 만나고 싶고, 그런 거 있잖아요. 위 장면 대사가 흘러나오는 동안, 달리는 인경의 모습이 보이고, 대사가 끝나면, 인경 뒤로 갑자기 나타난 창혁이 인경 옆에서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창혁 : 어? 이런 우연이 있나? 러닝머신만 뛰는 줄 알았더니. 그날 잘 들어갔어요? 인경 : 예. (웃음) 풋- 뛰는 폼 엉망, 숨 헐떡, 그런 창혁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인경. 인경이 속력을 높이자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창혁. 급기야 옆 잔디밭에 드러누워 버린다. 인경 다가와 창혁 머리맡에 선다. 인경 :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라면서요. 흡흡 후후~ 창혁 : 휴-, 날 싫어하는 이유가 뭐야? 인경 : 나 창혁씨 좋아해요. 근데 창혁씬 사기꾼이고 희망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창혁 : 하 나 이거 참.. 내가 희망이 뭔지 보여줘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창호. 인경에게 줄 맥주를 몰래 흔드는 창호. 창혁 : 앉아요. 인경 : 그냥 서있을래요. 삼촌때메 빨리 들어가 봐야 되는데. 창혁 : 삼촌이 알면 큰일 나나? 인경 : 예. 죽어요. 창혁 : 그럴려면 왜 왔어? 창혁에게 건내받은 맥주캔을 뜯자마자 거품이 튀어오르고, 깔깔대는 창혁과 인경. 창혁이 인경을 침대에 앉힌다. 창혁 : (나직이) 누워봐요. 인경 : (웃으며) 싫어요. 창혁 : 아까 뛰다 허릴 다쳐서 그래요. 창혁에 말에 속아준다는 듯, 인경. 침대에 눕더니 뭔가를 발견한 듯, 미소 짓는다. 천정에 붙은 바닷가 사진.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이미지. 창혁 : 우리 형이랑 약속 비슷한 거 하나 했는데 저기다 집하나 짓는거. 인경 : 아름답다~ 창혁 : 항상 그렇게 지내요? 인경 : ? 창혁 : 교회 가고, 뛰고, 삼촌 빨래나 해주고. 하루하루 똑같잖아? 내가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좀 아는데.. 알려줄까. 이거 내가 아주 우연히 발견한건데... 남자는 배 여 자는 항구라고. 목덜미를 쓰다듬다가, 눈 마주치고, 키스할려는데, 창혁 애무가 간지러운지 웃는 인경.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창혁 : 누구세요? 김선생 : 나야. 인경. 화들짝 놀란다. 급하게 맥주와 신발 챙기고, 화장실로 숨는 인경. 창혁. 문을 열어준다. 김선생 : 여자랑 있었어? 창혁 : 아뇨. 김선생 : 문 열어주는 시간이 대충 여자 숨는 시간하고 맞아떨어지는데? 창혁. 김선생 바라보다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듯, 호쾌하게 웃는다. 창혁 : 맥주 드실래요? 김선생 : 좋지. 당좌수표 오리지날 구하는 거 말인데.. 창혁이 맥주를 건네주자, 김선생은 창혁에게 쪽지를 건네준다. 쪽지를 읽은 창혁.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운다. 김선생 화제를 돌리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천정 사진을 발견한다. 김선생 : 저거 뭐야? 창혁 : 우리 고향인데 일 끝나면 저기 짱박혀 있다가 조용해지면 음식점이나 할라구요. 김선생 : (비웃으며) 음식점을 한다고? 하하 음식점? 창혁 : 꿈. 드림~ 그런 거 없어요? 김선생 : 이 나이에는 딱 세가지지. 돈. 배. 자존심. 아! 화장실이 여기야? 창혁 : 예 화장실로 들어간 김선생을 바라보는 창혁. 그냥 맥주만 마시고 있는데, 오줌 누는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들리더니 김선생 별일없이 나온다. 김선생 : 아침에 건너와. 밥이나 같이 먹게. 김선생 나가자마자 황급히 화장실로 가는 창혁. 반쯤 닫힌 욕실 커튼을 열자 마른 욕조에 처량하게 앉아있는 인경. 인경 : 이거 알아요? 난 옛날부터 남자복이 없었어요. 창혁 : 이젠 아냐. 인경 : 그럼 약속해줘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 (반응이 없자) 약속해줘요. 창혁 : .... 오라이. 이번이 마지막이야. 카메라는 서서히 천정에 붙은 사진으로 다가간다. 천정에 붙어있던 사진이 창호집 탁자위에 올려져있다. 사진에서부터 카메라 빠지면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창호와 인경이 보인다. 창호 : 저기가 원래 우리 아버지 땅이었는데.. 이제 살 수 있게 됬네요. 인경 : 그 보험금 받으면요? 창호 : 아 참! 주무셔야죠. 전 1층에서 잘게요. 침대는 저기구.. 이쪽이 화장실이구. 인경과 눈이 마주친 창호. 인경의 발에 반쯤 걸린 슬리퍼는 흔들흔들.. 그녀의 다리는 유혹적이다. 창호는 애써 인경의 눈을 피하며 계속 말을 잇는다. 창호 : 바람 쐬고 싶으면 저문 (베란다쪽) 열고 나가면 돼요. 인경 : 네. 창호가 내려가자, 우아하게, 긴장된 팔 다리 어깨를 풀며 집안을 살피는 인경. 여기저기 서랍을 열다가 통장과 도장을 발견한다. 달력을 한번 보더니, 조용히 서랍을 다시 닫는다. 인경 얼굴이 들뜬다. 1층에 내려온 창호. 작고 낡은 소파에 몸을 누이고, 책 몇 장을 읽는데, 인경이 아른거린다. 이때,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울린다. 2층. 인경은 벨이 울리는 전화를 바라보는데, 1층에서 받았는지 벨이 멈춘다. 호기심에, 조용히 수화기를 집어드는 인경. 차반장 : 거시기.. 서인경이가 거기 가있다는 첩보를 받았는디, 최선생 조심하시라고 내가 노파심에 전화 한번 했어요. 갸가 보통내기가 아니고 접시요. 접시. 창호 : 접시가 뭐죠? 차반장 : 아이고 소설 쓰는 양반이 그런것도 아셔야지. 접시가 뭘로 만들어졌어요? .. 사기로 만들잖아요. 사기. 응? 사기꾼! 창호 : 에이. 그런 여자 아닐 겁니다. 수사는 어떻게 잘 되고 있습니까? 차반장 : 그것들이 어디 꼭꼭 숨어버려 갖고는 쪼끔 힘이 드네요. 쪼끔. 창호 : 숨통을 터줘야 기어 나오죠. 그런 사람들은. 차반장 : 아~ 숨통을 터준다? 허허허. 제가 한 말 그런줄알고 계시구요잉. 소설 쓰고 있는디 방해한 거 같아갖고 허허허 담에 쏘주나 한잔 어떻게. 창호 : 예. 생뚱맞은 차반장 전화에 헛웃음을 켜는 창호. 전화를 끊는다. 그런 후, 2층에선 인경이 전화를 끊는다. 인경 : 재수없는 새끼. 별게 다 끼어들어. 쯧~ 인경이 1층서점으로 내려오면, 소파에서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창호가 보인다. 이불 차내고 어린애처럼 잠들어있는 창호가 순진하고 안쓰러워보이는지 소파 밑으로 떨어진 이불을 덮어주려다가 왜 신경쓰나싶어 이불 포기하고, 천천히 서점을 돌아다니는데, 오래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눈에 띈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뭘 찍을까?... , 창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창호가 깬다. 창호 : 일찍 일어났네요. (찰칵~) 사진 찍는 거 싫은데. 인경 : 늦게 잤나봐요. (웃음을 터뜨리며) 풋~ 창호 : 왜요? 인경이 왜 웃는지 영문 모르는 창호. 거울에 자기를 비춰보면, 머리카락이 눌려 딱따구리처럼 솟아있다. 인경 : 아침 해놨어요. 창호 : 원래 아침 안 먹는데. 호강하네. 창호가 머리를 눌렀다 떼면 다시 솟아오르는 머리. 그 모습에 가볍게 웃는 창호와 인경. 창호가 2층으로 가면, 폴라로이드 사진을 계단벽에 붙이고 너는 내 밥이다라는 듯, 사진에 총 쏘는 시늉을 하는 인경. 병원밥 먹고 있는 얼매. 차반장 : 너! 제비랑 똥구멍 맞출려고 한 놈이 어딨는줄을 몰라? 넌 아무래도 안되겄다. 얼매 : 형님 제가요. 카프카 좀 아는데요 차반장 : 그래서? 얼매 : 부조리! 예? 부조리! 저 제비랑 친해요. 근데 집을 몰라요. 그냥 만나야 되겠다 생각 들면 전화오고 어떤 때는 안 만나고 싶다~ 그럼 또 한 일년 안 만나고. 차반장 : 제비가 최근에 사기 친 여자가 누구라고? 김형사 : (자료를 보며) 조경란이란 여잔데요. 차반장 : 갸도 한번 찾아봐. 김형사 : 근데 말입니다. 설마 지가 사기친 여자랑 같이 있겠습니까? 차반장 : 어~ 남녀관계는 본인들도 모르는 거여. 김형사 나간다. 얼매는 연신 기침을 해대고, 차반장 : 너는 약을 끊었다는 놈이 언제 다시 했냐? 얼매 : 아~ 그니까 인생이 부조리하단 거 아닙니까? 마약 끊는 거 쉬워요. 백번도 넘게 끊어봤어요 나는. 창혁이가 약 좀 구해줄 수 있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야! 이 사람아! 마!자 들어가는 거에 맛들이면 좇된다. 경마... 얼매 : (위 장면에 이어서) 마작. 마리화나. 대마. 마약. 창혁 : 하나면 돼. 추위도 좀 타는데 맛만 보자고. 얼매 : 그게 뭐 맛있는 거라고 맛을 보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하철이 머리위로 지나가고, 철교 밑 어둠 속에 서있는 얼매. 창혁. 낮선 차 한 대가 원을 그리며 주위를 한바퀴 돈다. 얼매가 라이터를 몇 번 켜서 위치를 알리고, 차쪽으로 걸어간다. 곱상하게 생긴 젊은 마약상이 창문을 연다. 마약상 : 나 안본다면서? 얼매 : 내가 평생 안 보자 그랬냐? 요즘 한작대기 얼매냐? 마약상 : 싸게 주께. 얼매 : 약이 뭔데? 마약상 : 루바인. 얼매 : 바인? 좋지. 두작대기만 줘봐. 마약상이 비디오테잎을 흔들어 보인다. 앰플병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마약상 : 다섯 개씩 파는 거야. (경과) 얼매차 속. 비디오테이프속에 앰플 네 개가 놓여있다. 혼자 앉아있는 얼매. 고개가 자꾸 루바인쪽으로 돌아가자 눈을 질끈 감으며 참다가, 급기야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툭 쳐본다. 빠르게 보여지는 지포라이터 불. 달궈지는 주사기. 포커스 인되면, 눈을 감고 앉아있는 얼매. 휘파람을 불고 있다. 제비가 얼매를 툭 치며 시계를 보여준다. 오전 8시 40분. 약 기운에 피식거리면 웃기만 하는 얼매. 제비 : 너 왜 그래? 얼매 : 뭐가 개새끼야?... 쯥. 동시에 복면 쓰고, 엽총 들고 은행으로 들어가는 얼매와 제비. 은행 안에선, 행원들 원탁에 앉아 커피 마시며, 누군가 농담을 했는지 한창들 웃고 있다가 얼매. 제비가 들어오자마자 쏜 총소리에 놀라 엎드린다. 얼매는 창구를 털고, 제비는 창구를 넘어 금고로 간다. 제비 : 금고문 열어 지점장 : 지금 열쇠가 없습니다. 제비 : 이 새끼가. 지점장 : 진짭니다. 창구를 뒤지던 얼매가 갑자기 지점장에게 가더니 엽총으로 복부를 강타. 넘어져 있는 지점장을 마구 찬다. 얼매 : 뭘 봐 자식들아. 제비 : (조그맣게) 십새끼 약했지? 얼매 : 기초상식이 없어 새끼. 콜록콜록. 얼매를 잡아끌고 나가는 제비. 나가던 얼매가 지점장에게 총을 들이대며 위협하는 시늉을 하자 움찔하는 지점장. (경과) 움찔하던 지점장 얼굴에서 카메라 빠지면,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지점장.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자신을 금고로 데려가서 차고, 밀고 하는 시범을 보인다. 경찰들은 범인들 발자국 체취하고,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느라 은행안은 어수선하다. 직원 : 지점장님! 저기 감사팀에서 따로 물어볼 게 있답니다. 지점장 : 그래? 지점장이 직원을 따라 지점장실로 들어가면 <금감원 특별감사팀>이라고 적힌 완장을 찬 김선생. 창혁. 휘발류. 까탈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류를 뒤적거리는 김선생과 창혁. 휘발당좌수표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휘발류. 당좌수표를 넣으면서 손가락으로 종이질을 느낀다. 김선생 : 당좌수표 금고안에 다시 넣어두세요. 지점장 :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점장과 악수하고, 경찰들 득실대는 은행을 나오는 김선생. 창혁. 휘발류. 얼매 NA : 내가 볼 땐 이래요. 형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기라는 게... 예? 도박이라고 쳐봅시다. 털어먹을 놈이 테이블에 앉았다! 그 자체로 끝나는 거예요 그 순간에 그거는. 문제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 얼매나 공을 들이느냐! 휘발류 : 테이블에 앉히면 뭐허냐고? 니네가 날 개좆으로 보는데...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거야? 다들 너무 몰라. 그래 안 그래 이 자식들아. 휘발류가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혼잣말에 만족한 듯, 컴퓨터에 눈을 고정시키는 휘발류. 모니터에 뜨는 당좌수표 부분 그림들. 컴퓨터 옆에는 빳빳한 종이에 인감도장이 찍혀있다. 제비가 소형차를 몰고 주차장에 오면, 주차요원 나타나 제비의 차를 끌고 간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제비. 주차장으로 소나타가 들어오자, 주차요원인 척 하고 열쇠를 받아서 그대로 차를 끌고 도로로 나가버린다. 훔친 소나타 안을 뒤적거리는 제비. 만원짜리 몇 장이 나오자 좋아하며 주머니에 넣는다. 테이프 하나를 꽂아 넣자 음악이 나온다. 웅장한 클래식. 제비 : 어어~ 음악 좋고. 제비 건들거리며 차 뒤로 가면, 얼매 번호판을 바꿔달고있다. 얼매 : 음악 좋네. 모차르트. 제비 : 아아- 모차르트. 얼매 : 니가 모차르트를 알아? 제비 : 그럼. 2년 전에 접시 돌린 여자가 모차르트 빵집 했었거든. 옷을 걸치고 폐차장을 나가는 김선생. 휘발류. 창혁. 김선생 : (나가며) 모차르트가 아니라 쇼스타코비치다 이놈들아. 오늘 술 마시지 말고 푹 자둬. 내일이 월급날이니까. 제비 : (조그맣게) 시발놈 아는 척은 좆나 해요. 나도 가야 되겠다. 혼자 남은 얼매. 기침 몇 번 하고, 주머니에서 앰플을 꺼내면, 세 개다. 주위를 살피고, 작은 가방에서 주사기와 지포라이터를 꺼내 바늘을 달군다. 넥타이를 고쳐 매는 얼매. 휘파람 불고 있다. 얼매에서 카메라 빠지면 모여 앉아있는 사기꾼들. 창혁과 얼매는 양복. 제비와 휘발류는 청경복장이다. 김선생이 입을 연다. 김선생 : 모든 은행에는 지급준비율이라는 게 있다. 그게 뭔지 알아? 얼매 : 상식이지 그런건. 김선생 : 말해봐. 얼매 : 법이 정해놨지. 고객이 돈을 인출해야 되는데 응? 은행에 돈이 떨어지면 안되잖아? 응? 그니까 은행은 전체예금에 10내지 15프로를 항상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된다 이거 아냐. 김선생 대사 중간 중간에 인터컷으로 도로를 달리는 두 대의 차가 교차편집되며 보여진다. 김선생 : 그렇지. 만약 은행에 현금이 부족하면 한국은행에서 현금을 타온단말야. 에브리 바디 오케이? 굳! 그래서 한국은행은 각 은행에게 언제든지 돈을 받아갈 수 있도록 미리 당좌수표를 나눠주고, 그 당좌수표를 제시하면 돈을 내주고 연말에 결산하는 식이지. 우리가 위조한 게 바로.. 그 당좌 수표야. 당좌수표를 내미는 창혁. 당좌수표를 받은 대리. 수표를 확인하고 각 은행별로 찍혀있는 인감도장 목록을 찾아 직인을 비교한다. 김선생(na) : 한국은행에는 미리 연락을 해뒀으니까 당신들은 연기만 잘하면 돼. 진짜 은행원과 청경처럼 서있는 사기꾼들. 김선생(na) : 만일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으면 창혁이한테 넘겨. 대리 : 십분이나 일찍 오셨네요? 사기꾼들 모두 창혁을 바라본다. 창혁 : 차가 안막히더라구요. 대리 : 예. 오셨다고 확인전화를 드려야 되겠죠? 단자함 박스가 열려있고 전화국 직원 복장을 한 김선생. 신호가 울리자 번호를 확인해보는 김선생. 지체 없이 전화를 받는다. 김선생 : 네. 은행입니다.... 예 도착했습니까? .... 50억 맞습니다. 현금 10억. 무기명 채권 40억. 예 수고하십쇼. 대리 : (전화끊고) 이쪽으로 오시죠. 대리를 따라 들어가면 돈 보관소가 나오고, 입이 딱 벌어진 제비와 휘발류. 덥석 돈에 손을 데는 제비. 김선생(na) : 1억이 11kg이야. 다해봤자 110kg밖에 안된다고 덥석 들지말고 카트를 주면 카트에 싣고나와. 여유있게. 창혁이 제비를 말리자, 제비 뒤로 물러나고, 직원들이 카트에 돈을 싣는다. 대리 : 현금으로 10억이라.. 확인해보시구요. 무기명 채권40억이면 5억짜리로 여덟장! 대리의 지시에 따라 카트에 돈을 싣는 제비와 휘발류. 봉투에 넣어진 채권은 창혁이 받는다. 땀을 흘리는 얼매. 창혁 : (조그맣게) 괜찮아? 김선생(na) : 일이 다 끝나면 사인을 하라고 할거야. 사인은 창혁이가 해. 대리 : 사인은 어느 분이? 창혁 : 이대리님이 하시죠. 얼매 : 내가? 대리 : 올라오시죠. 얼매가 대리를 따라가고, 창혁과 휘발류 제비는 카트를 밀고 밖으로 나간다. 두 대의 승용차에 돈을 나눠 싣는 접시들. 제비. 기분 좋은지 살살 춤 스텝을 밟는데, 창혁이 노려보자 “알았어~” 하며 돈을 싣는다. 대리를 따라 사무실로 가는 얼매. 이때 다른 은행에서 온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가는데, 그중 청원경찰 한 사람이 얼매를 유심히 본다. 그 청원경찰은 얼매가 은행 사기칠 때 화장실 앞에서 부딪쳤던 (프롤로그) 청원경찰이다. 얼매를 알아본 청원경찰. 혹시? 하며 머리를 기우뚱거린다. 사무실 안. 대리가 내민 서류를 익숙하게 작성하는 얼매. 연신 땀을 닦아내며, 대리를 보고 웃는 얼매. 사무실로 머리를 디미는 프롤로그 청원경찰 청원경찰 : 잠깐만요. 저 보신 적 있죠? 얼매 : (애써 여유 부리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때, 대리의 전화벨이 울린다. 대리 : 예, 이석원대립니다.누구시죠? 예? ..... 예... 프롤로그 청원경찰은 아직 의심을 풀지 않고 사무실에 머리를 디밀고 있고, 얼매는 얼굴은 웃고 있지만, 흘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고, 대리는 전화에 귀를 기울이며 얼매를 유심히 보는데, 차반장과 얼매 목소리 외부음으로 들린다. 얼매 : 그 전화! 니미럴. 차반장 : 내가 얘기안힜냐? 니네 한국은행 들어간 그 시간에 제보전화가 왔어. 얼매 : 그년이 누굽니까 그게? 차반장 : 어떤 여자랜다. 얼매 : 여자? ... 다시 은행 앞. 건물 안에서 청경 둘이 무전을 치며 걸어오는 걸 본 창혁. 창혁 : 휘발류형 출발해. 제비 : 얼매는? 창혁 : 먼저 출발하라니까. 휘발류와 제비의 차가 막 출발하면, 창혁도 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잘 걸리지 않는 시동. 재차 시동을 거는 창혁. 은행 안. 대리가 옆 직원에게 귓속말을 하자, 직원은 얼매를 힐끗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다시 전화에 대고 말 할려는 대리. 하지만 전화는 끊어져있다. 대리 : 잠시만 기다리시겠습니까? 얼매 : 뭐 잘못됐습니까? 대리 : 아뇨. 대리. 서류를 읽는 척 하면서 얼매에게 억지로 웃어준다. 얼매. 눈치 살피는데 사무실 열린 문사이로 한국은행 청원경찰 몇명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갑자기, 얼매가 대리를 밀어붙이고 반대편 문으로 뛰어나간다. 쫒아가는 사람들. 프롤로그 청원경찰도 동참한다. 옷깃을 잡는 청경을 밀어제치고, 내달리는 얼매. 출입문이 보이고, 십여발짝후면 창혁의 차에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동이 걸린 창혁의 차는 얼매가 막 올라타기전, 매정하게 출발한다. 당황한 얼매. 내친김에 길을 건너뛰는데, 달리던 차에 치여 바닥에 뒹군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서 얼매의 진술이 끝난다. 얼매가 탄 휠체어를 밀며 화장실로 가는 차반장. 얼매 : 창혁이가 날 안태우고 그냥 가더란 말입니다. 그니까 뒤지지 불쌍한 새끼. 근데 혹시 그 년? 전화한 년이 서.인.경 아닙니까? 형님. 차반장 : 어떻게 내가니 형님이냐? 얼매 : 아이 그럼 뭐 동생입니까? 얼매 대가리를 한대 갈기고, 화장실로 밀어 넣고, 전화를 받는 차반장. 차반장 : 응. 뭐 나왔어? 김형사 : 조경란 말입니다. 32세. 십년정도 술집에서 일하다가말입니다 그동안 모은돈으 로 가게를 장만했다고 그러는데 지금 가게에 안 나온지 꽤 됐답니다. 전화에 집중하고 있는 차반장 뒤로 우스꽝스럽게 휠체어를 밀며 도망가는 얼매가 보인다. 차반장 : 가게에 없으면 집에 있겄구만. 김형사 : 얘기로는 지금 부산 엄마집에 가 있을거랩니다. 차반장 : 그럼 부산에 가봐야지. 김형사 : 지금 부산 가고있습니다. 차반장 : 그려. 항상 운전 조심허고잉. 전화 끊고 화장실로 들어간 차반장. 텅 빈 화장실. 바닥을 살펴보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걸 발견한다. 휠체어 버려놓고 뒤뚱거리며 뛰던 얼매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을 빠져나간다. 택시가 지나가면 뒤로 보이는 이형사. 택시를 따라간다. 이형사 : (전화) 지금 택시 탔습니다. 차반장 : (전화) 몇 팀 따라가냐? 이형사 : 세팀요. 근데 형님 말씀이 딱 들어맞네요? 차반장 : 고런놈들은 숨통을 터줘야 기어 나오거든. 발상에 전환이 필요한거야 요럴때는. 항상 운전 조심허고잉. 박형사 시선을 따라가면 공중전화에서 통화하고 있는 얼매가 보인다. 얼매 : 망치형 좀 바꿔봐라... 박형사 : (핸드폰) 반장님 접니다. 지금 얼매가 여기저기 전화하고 있네요. 얼매 : 망치형! 나 얼매! 제비나 김선생 봤어요?.. 휘발류? 휘발류가 거길 매일 와? 오케이~ 아 그리고 나한테 전화 왔었단 얘기 일절 허지 말아요. 박형사 : (전화) 아무래도 정보를 얻은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십쇼. 지금 밖에서 김형사하고.. (갑자기 어조 바뀌며) 그러니까~ 김형~ 사고친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알았어.... 걱정하지 말래니까, 내가 일 잘못되게 하는거 봤어? 끊어. 박형사에서 카메라 빠지면 바로 박형사 옆에 앉아있는 얼매를 볼 수 있다. 박형사 시침 뚝 떼고 앉아있고, 얼매는 자기 옆에 앉은 아줌마 눈치만 살살 본다. 옆 아줌마는 동전자루와 핸드백을 옆에 놔두고 잡지에 열중해있는데- 얼매가 슬쩍 동전자루를 밀자, 와르르- 쏟아지는 동전들. 놀란 아줌마 핸드백 그대로 놔둔 채, 동전만 줍고 있다. 몇몇 사람들 동참. 그때, 여유있게 아줌마 핸드백 들고 은행을 걸어 나가는 얼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던 박형사. 갑자기 청원경찰이 얼매를 발견했는지, 얼매에게 다가가자, 괜히 박형사가 급해진다. 청원경찰을 막을 틈이 없자, 돌진하는 박형사. 청원경찰과 부딪쳐 넘어진다. 김형사 문을 두들기자 허름한 차림의 조경란이 문을 열어준다. 김형사 : 조경란씨? 경찰입니다. 김철수씨라고 아십니까? 가명을 썼을수도 있고 말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사진을 꺼내려는데) 조경란 : (다 안다는 듯) 옷 좀 갈아입어도 돼죠? 집을 둘러보는 김형사. 가스렌지 위에서는 국이 끓고 있는데, 곧, 채비를 하고나온 조경란. 말없이 렌지를 끄고 김형사를 돌아본다. 조경란 : 가시죠. 김형사 : 몇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조경란 : 가서 얘기할게요. 체념한 조경란과 당황스러운 김형사. 집을 나선다. 2층. 깊게 잠든 인경. 창 밖에선 심한 바람이 몰아치는데.. 인경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는 손. 놀라 잠이 깬 인경. 짙고 어두운 방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경 : 최창혁? 불을 켜보면, 방안에 아무도 없고, 목덜미에는 정체모를 촉감만 남아있다. 빠른 동작. 거실로 나가보는 인경. 인기척을 느끼는데, 거실 불을 켜 봐도 아무도 없다. 바람 때문인지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열려져, 삐걱거린다. 베란다에서 주위를 살펴보면, 산쪽 언덕에는 철조망. 그 옆 좁은 길엔 인적이 없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인경. 신경이 날카로운지 손에 힘이 들어가 목걸이가 끊어진다. (경과) 1층. 소파에서 자고 있는 창호를 깨우는 인경. (경과) 2층. 목걸이를 탁자에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묻는 인경. 인경에게 가디건을 덮어주는 창호. 창호 : 그냥 창혁이가 꿈에 나타난 거겠죠. 인경 : 난 민감한 여자예요. 분명히 창혁씨 손이었단말야. 창호 : 인경씨! 창혁이는 죽었어요. 인경 : 아니예요. 창혁씨는.. 아마 경찰을 따돌리고 지금 어딘가에서... 창호 : 경찰이 비디오를 보여줬어요. 창혁이가 도망가고 경찰은 쫒아가고 차는 불타고... 그거 끄지도 못하고.. 인경씨가 그걸 못 봐서... 인경 : 미안해요. 창호가 말을 이으면서 점점 슬퍼하자, 인경이 창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렇게 오랫동안 안고 있던 둘. 어색한지 황급히 떨어진다. 이제는, 인경이 더 당황스럽다. 창호 : 진짜 창혁이가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인경 : 네. 창호 : 알았어요. 내가 여기저기 알아볼 테니까 들어가서 푹 자요. 인경 : 저기.. 창호씨! 2층에서 자도 돼요. 창호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인경이 들어가자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던 창호. 인경을 덮어줬던 가디건 냄새를 맡아본다. 야산 후미진 곳에 지어진 조립식 건물(비닐하우스?)을 바라보고 있는 차반장과 이형사. 목발을 짚고 힘들게 야산을 올라가는 얼매가 보인다. 차반장 : (핸드폰) 사건자료하고 최창혁 사고 난 비디오요? 최선생이 거 뭐하시게... 아~ 소설 쓰실라고 그러는구만. 아... 내가 지금 전화가 왔네요. 그럼 내일 한번 서로 들리시든가. 예 예. (삐-) 어 그래 이형사. 부산에서 조경란 데리고 올라온다고? 뭐 나오것구만. 야야야 운전 조심허고잉. 이형사 : (경찰들에게) 빨리 삼단봉하고 개스총 챙겨! 차반장 : 준비 됐으면 봐봐. 저기를 확 삥 둘러버리라고. 다 잡어버려야여. 여기저기 벌어진 포커판속에 휘발류를 발견한 얼매. 얼매가 말을 붙이려하자, 얼매 허리를 잡고 바닥에 팽개치는 휘발류. 얼매 : 휘발류! 나 좀 봐. 케켁... 휘발류 : 신경쓰지들 말고.. 히든 돌려요. (얼매에게) 이런 후려상려르새끼. 잠깐만 기둘려봐 넌 죽었어. 얼매 : 나도 강간당했어. 아! 옆구리. 이때, 경찰 들이닥치며 “손 뒤로.. 벽에 붙어... 돈 숨기지 마.” 소란한 와중에 급히 가방에 돈을 쓸어 담고 창문을 여는 휘발류. 휘발류는 재빨리 창문으로 튀고, 얼매는 들이닥친 이형사에게 허리띠를 잡힌다. 이형사 : 이 새끼가 공무원한테 사기를 쳐? 얼매 : 아- 옆구리. 아- 대퇴골 전자개방 골절이래니까. 한편, 밖으로 도망가던 휘발류도 결국 경찰에게 잡혀 땅바닥에 얼굴을 쳐박힌다. 차반장이 휘발류에게 수갑을 채운다. 차반장 : 야! 시발류! 너 진짜 반갑다. 변호사 데꼴 수 있고 불리한 얘긴 안해도 되는데 김선생 어디 있는지는 빨리 얘기해. 일그러진 휘발류 얼굴. 한국은행에서 먼저 출발한 제비 차량. 뒤를 돌아보는 휘발류. 핸드폰을 걸어본다. 휘발류 : 잠깐 기다려봐. 제비 : 잔소리 좀 하지마. 알아서 오겠지. 반대편 차선에서 경찰차들 몇대가 경광등을 울리며 달려간다. 휘발류가 핸드폰을 걸어보고는 제비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핀다. 휘발류 : 얼매가 안받는고 만. 잠깐 세워보라고. 제비 : (차를 세우고) 전화 안받아? 휘발류 : 뭐가 잘못됐나벼. 제비 : 차도 좀 이상한데. 뒷바퀴 좀 봐줘. 조수석 문을 열고 뒷바퀴를 보는 휘발류. 제비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제비의 발에 맞는다. 그러나 힘이 센 휘발류. 버팅기면서 제비의 얼굴을 강타한다. 두어 대 맞더니 넋이 나간 제비. 아예 휘발류에게 멱살을 잡혀서 계속 맞는다. 휘발류 : 후레상려르 새끼. 너 접때 4스페이드였지? 4스페이드였냐고? 제비 : 맞어. 차문을 열고 도망가는 제비. 휘발류가 제비를 쫒아 차를 한바퀴 돈다. 돌다보니 운전석쪽으로 도망간 제비. 다시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 차를 출발시킨다. 망연자실한 휘발류 모습위로 김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속보에서는 불탄 창혁의 차가 보여지고, 범인중 한명은 병원으로 후송중이지만 중퇴라는 소리가 들린다. 티브이 뒤쪽으로 김선생에게 맞고 있는 휘발류가 보인다. 급기야, 엽총을 꺼내 휘발류에게 겨누는 김선생. 김선생 : 솔직히 말해. 너 제비랑 똥구멍 맞췄지? 휘발류 : 아니요. 김선생 : 내 눈을 보고 말해봐. 니네가 날 속여? 나를? 휘발류 : 하- 나 정말 하- 아니란게요. 한참을 노려보던 김선생. 총을 거둬 테니스채 가방안에 찔러두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긴다. 김선생 : 너 모아논 돈은 있냐? 휘발류 : 삼천 ...정도. 김선생 : 일본에라도 가있어. 일본말 할 줄 알지? 휘발류 : 그럼요. 와따시노 헤야니 아까이 덴와가 산다이 아리마쓰.... 우리방에 빨간 전화가 세대 있습니다. 김선생. 피식 웃더니, 가방 들쳐 메고 나간다. 차반장 : 그래서? 그 이후로는 못봤어? 휘발류 : 아마 외국으로 나갔을거요. 여권이 한두개가 아닌게. 차반장 : (주위를 둘러보며) 맞지? 내가 외국으로 튄다고 그랬지? 김형사. 문 발칵- 열고 들어온다. 김형사 : 반장님. 조경란이가 말입니다... 차반장 : 왜? 차반장 다급하게 복도를 걷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갑 찬 조경란.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다. 차반장 : 조경란씨 담배 태우죠? 조경란 : 한 대 주세요. 담배를 받아 피우는 조경란. 많이 놀아본 폼이다. 차반장 : 걱정허지 말고 있는 그대로 얘길 허면 되요. 김철수가 사기쳐 가지고.. 조경란 : 저한테는 박형식이라고 했어요. 차반장 : 박형식이라고혀. 삼성생명 다닌다고 그러고잉? 조경란 : 예. 차반장 : 우즈베키스탄인가 가갖고 마누라 구한다고 그러고잉? 조경란 : 예. 제가요... 반장님! 제가요 남자새끼들 안다면 아는 여자거든요... 근데 인간 조경란이가 이렇게 당할줄은... 인서트 - 텅 빈 결혼식장. 망연자실 주저앉은 조경란. 그 위로 차반장과 조경란 대화. 차반장 NA : 어떤 여자가 전화를 해서 알려줬냐고? 제비집을? 아는 여자여? 조경란 NA : 첨 들어본 목소리였는데.. 자기도 형식씨한테 당한 사람이라면서 그 주소로 가면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제비의 차가 (한국은행 사기때 탔던 차) 집 앞에 멈춘다. 청경복장을 한 제비. 트렁크를 몇 번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 죽는다. 예의 그 춤동작을 선보이며 집으로 들어가는 제비를 보고 있는 조경란. 채 못다 꾸민 신혼방. 가구에는 경매딱지가 붙어있고, 어질어진 제비 은신처. 가방을 챙기며 옷을 갈아입던 제비가 조경란을 보고 흠칫 놀란다. 조경란 : 형식씨! 제비 : 쉿! 쉿! 쉿! 들어와. 내가 다 얘기해줄게. 조경란 : 어떻게 된 일이예요? 제비 : 복잡해. 그렇지 않아도 내가 연락할려고 그랬는데. 들어 오래니까. 조경란 : 형식씨 진짜 이런 사람.. 아니였잖아요. (눈물) 제비 : 알아 알아 나도. 제비의 품에 안긴 조경란. 조경란 : 나 아직 형식씨 사랑해요. 제비 : (미친년 아냐? 하는 표정) 그래 그래.. 내가 카드로 쓴 돈이 천이백정도 되냐? 그거 주면 돼지? 조경란 : (바둥거리며) 박형식 이 나쁜 자식아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제비 : (밀치며) 그럼 뭐가 문제야? 조경란 : (밀치고 때리며) 삼성생명 다닌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여긴 또 어떤 여자 집이야? 전부 다 거짓말이잖아 이 새끼야. 달겨드는 조경란 얼굴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내리치는 제비. 제비 : 서른두살이나 쳐먹은년이 나이롱뽕으로 살았나? 이 시발년이. 조경란 : (겨우 몸 일으켜) 사랑한단 말은 거짓말은 아니었죠? 제비 : 야! 내가 너랑 빠구리칠 때 눈뜨고 한적 있냐? 조경란 : 좋아! 내가 사기당한 거 아는데. 형식씨. 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제비 : 나는 박형식이 아니고 김철수야. 내가 너 같은 냄비들 숱하게 아는데 지네들이 무슨 양귀비 뒷다린 줄 알어. 뭘 다시 시작해? 뭘? (다시 발로 조경란 밟으며) 바빠죽겠구만. 너 거기 가만 있어. 짐 챙기고 천이백만원 바로 줄 테니까. 너 오늘 땡잡았다. 내가 원래 돌려주는 사람 아닌데. 제비와 어떤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액자가 바닥에 방치되서 깨져있는 걸 발견한 조경란. 조경란이 천천히 깨진 유리조각을 들고 일어난다. 조경란 : 불쌍한 년 보지에 뭍은 밥풀을 때먹어? (차갑게) 넌 죽어야 돼. 제비 : 알아요 알아. 그래도 폼 나게 죽게 협조 좀 해줘.. 조경란 고함을 지르며 유리조각으로 제비를 찌른다. 새어나오는 피를 막는 제비. 조경란 : (절규하듯) 왜 나야? 하필이면 왜 나야? 제비 : 으.. 조경란 : 말하지마. 경동맥이야. 이 새끼야? 왜 하필 나냐구? 제비 : 으... 그게 조경란 : 말하지 말라니까. 유리조각을 떨어뜨리고 나가는 조경란. 제비 : 내 돈.. 10억. 조경란이 떨어뜨린 유리조각을 줍는 이형사. 쓰러진 제비 시체옆에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서있는 차반장. 차반장 : 뭐허냐 창문 안 열고. 형사들이 창문을 열고, 이형사가 유리조각을 들어 보인다. 인상 찌푸리며 차반장이 밖으로 나간다. 입구에 세워둔 제비의 차. 트렁크를 열어보면 흙묻은 삽 한자루만 달랑 남아있다. 홧김에 차를 발로 차는 차반장을 말리는 이형사. 차반장 : 이 사건 끝났다. 김선생! 이 개새끼. 아~ (시적으로) 하늘은 저리 맑은데 왜 내 마음에는 먹구름이 끼는 것일까~ 복사기가 설치된 어두운 방. 소파에 앉아있는 창호. 차반장과 뢰하(점퍼형사)가 문열고 들어온다. 차반장 : 최선생 내가 바로 보고들어가야 된 게 이친구가 복사해줄거요. 담에 소주나 한잔 헙시다. 창호 : 예. 복사기 돌리는 점퍼형사를 보고 있는 창호얼굴위로 복사기 빛이 간헐적으로 비춰진다. 화면 밝아지면, 쨍하니 맑은 날씨. 한적한 놀이동산. 짧은 머리. 옅은 색 선글라스를 쓴 김선생이 모습을 드러낸다. 광장 중앙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는 점퍼형사(강력2반)쪽으로 걸어오는 김선생. 주위를 둘러보고는, 김선생이 점퍼형사를 데리고 놀이기구쪽으로 걸어간다. 김선생 : 잘 지냈냐? 점퍼 : 공무원이 뻔하죠 뭐. 김선생 :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 점퍼 : 종결이예요. 돈은 사라졌고. 제비 죽은 거 아시죠? 김선생 : 알아. 점퍼 : 김선생이 제비 돈 챙겨서 외국으로 떴다. 이렇게 결론이 났죠. 김선생 : 제비 돈 챙긴 게 내가 아냐. 부탁한 거 가져왔어? 점퍼가 쇼핑백을 건네주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소란스런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아보는 김선생. 보면, 철없는 애들 몇이 카이홀맨 인형하고 놀고 있다. 김선생 : 알아보라는 건? 점퍼 : 저기.. 더 이상 도와드리기가 좀... 김선생 : 쉰소리 까지마 새끼야. 너한테 해준 건수가 얼마고 대가리가 몇 갠데. 점퍼 : .... 병원에서 사체도난은 없었구요 안산쪽에서 무덤하나 파헤쳐졌다는 신고가 들 어와 있긴 있어요. 김선생 : 그게 언제야? 우리가 한국은행 들어가기 이삼일 전쯤이지? 점퍼 : 하루전요. 김선생 : 오케이. 애 잘 크냐? 점퍼 : 애야 뭐.. 김선생 : 내가 잡히면 너도 죽는거야. 다 같이 잘 살자. 점퍼 등 두드려주고 사라지는 김선생. 점퍼한테서 받은 가방을 쏟는 김선생. 경찰 수사자료. 핸드폰. 비디오테잎. 테이프를 데크에 집어넣고, 위스키 온더락을 재빨리 준비한 후, 자리를 잡는 김선생. 경찰이 비디오로 찍은 추격 장면이 나온다. 김선생 : (여유있게) 자~ 최창혁! 어디 한번 보자. 그러다 교차로에서 창혁차량을 놓친 순찰차들이 주위를 살피며 무전을 급히 날리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와 함께 멀리서 창혁차가 코너를 도는 모습에서 스탑시키는 김선생. 김선생 : 뭐냐? 따라오란 얘기야? 계속 비디오를 보는 김선생. 창고로 들어간 창혁 차가 폭발하기까지 장면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리와인드. 창혁차가 창고로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기까지 시간을 재고 나서 기록한다. 다시 리와인드해서 비디오로 찍은 순찰차가 창고 입구에서 창고 끝까지 달린 기록을 잰다. 창혁 차가 10초정도 더 걸렸다. 김선생 : 저 창고 안에 10초 동안 뭘 한거냐 최창혁? 생각하는 김선생. 묘안을 찾을 요량으로 재빠르게 위스키 한잔을 붇고, 잔을 흔들어본다. 얼음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에 박자에 맞추듯, 점퍼가 준 사건자료를 훑어보는 김선생. 김선생 : 형이 있다고 했지? ... 최창호... 최창호? 최창호가 누구더라?... 이때 중국에 있었고... 소설가? ..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 자막 : 4년전. 김선생이 [유한엔터테인먼트] 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얼매가 재빨리 다가온다. 김선생 : (나직하게) 몇 명 왔어? 얼매 : (나직하게) 장사 안되네. 두명 걸렸어. 김선생 : (나직하게) 오후에 돈받고 저녁에 철수해. 제비가 30대 초반남자 (수학선생)를 김선생에게 인사시킨다. 제비 : 김대표님! 이번에 오신 투자잡니다. 고등학교 수학선생님. 김선생 : 아 예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수학선생 : 저도 좋은 기회죠. 저희 국어선생 한 분도 관심이 있다고 해서 같이 왔거든요. 김선생 : 잘하셨습니다. 제비 : 김대표님! 저기 국어선생님이 이번에 소설을 내셔가지고 몇 권 가지고 오셨어요. 김선생 : 어~ 그래. (책 받고) 여기 서실장이랑 말씀 나누세요. 전 가수들 공연허가 때문에 시청에 들어가봐야되니까.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힐끗 국어선생을 보는 김선생. 등을 보인 국어선생이 제비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사무실 문을 닫고 제비가 준 책을 보면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라고 적혀있다. 관심없는 듯, 쓰레기통에 책을 버리는 김선생. 창혁의 차가 통과했던 창고를 걸으며, 생각에 잠긴 김선생. 창고 중간쯤, 바닥. 선명하게 난 타이어 급정거 자국앞에서 뭔가를 찾기 위해 이쪽저쪽을 살피다보니, 한쪽에 쪽문이 있고, 쪽문 근처 진흙바닥에 두사람 신발자국이 있다. 김선생 : 두명.. (다 안다는 듯, 피식~) 요것들 봐라? 누가 도와줬단 말이지? 1층서점. 걸어가는 창호를 따라가는 카메라. 창호가 의자에 앉으면 그의 발 밑창을 보여준다. 앞장면에서 나온 발자국과 같은 밑창. 창호가 커피 한잔을 건네면 맞은편에 어느 신사가 앉아있다. 하지만 우린 그 사람의 등밖에 볼 수 없다. 신사 : 난 좀 걱정했었는데 얼굴보니까 안심되네. 좋아 보여. 창호 :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신사 : 경찰들 때문에.. 혹시 최창혁이 어디 있는지를 알면. 창호 : 사건자료 쭉 훑어봤는데 걔네들 최창혁 절대 못 찾아냅니다. 신사 : 김선생도 아직 안 잡혔잖아. 창호 : 김선생정도야... (서점 문 열리는 소리에) 쉿! .. 창호가 일어나고, 알 수 없는 신사는 책뒤에 숨는다. 조깅을 마치고 들어오는 인경. 창호 : 많이 뛰었어요? 인경 : 예. (탁자위 비디오 발견) 이게 그 비디오예요? 창혁씨 사고 난 거? 창호 : (괴롭다는 듯) 예... 보세요 인경씨도. 인경 : (동의를 구한다) 혹시라도 창호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인경도 기대가 무너진 듯, 고개를 내려깔다가, 풀죽은 얼굴로 계단을 오른다. 인경이 2층으로 사라지자, 책뒤에 숨어있던 신사. 창호등을 두드려주고 서점을 나간다. 창호도 신사를 따라나가 배웅해준다. 아직 신사의 얼굴은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창호 : 조심해서 가세요. 걱정 마시고. 60대 신사. 뒤돌아보지 않고 주차된 차쪽으로 걸어가는데, 건너편 옥상에서 김선생이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로 서점쪽을 바라보고 있다. 김선생 카메라가 창호쪽을 보면 창호 얼굴이 어둠속에 묻혀있어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차에 타는 신사를 보는데 그의 얼굴 역시 어둠속에 묻혀있다. 2층 창문너머로 인경의 모습이 보이고, 창호 들어가면서 서점앞 불이 꺼진다. 신사의 차가 출발하자, 재빨리 카메라를 접고 차에 올라 신사가 탄 차를 따라가는 김선생. 신사가 탄 차뒤를 따라가던 김선생. 횡단보도에 신사 차가 서자, 차에서 내린다. 김선생의 손에는 엽총이 든 테니스채 가방이 들려져있다. 신사 차 창문을 두드리자, 처음 본 신사 (60대)가 창문을 내린다. 재빠르게 차안을 둘러보던 김선생. 예의바른 태도로 바뀐다. 김선생 : 여기서 부천으로 빠질려면 어디로 가야 됩니까? 60대신사 : 여기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신 후에 고가 타시면 됩니다. 김선생 : 고맙습니다. 60대 신사의 차가 직진하자, 김선생 우회전해 멈추고 핸드폰으로 점퍼에게 전화한다. 김선생 : ... 나다. 차 남바 하나 떠봐라. 적어. 서울 가에 0000... 직업. 가족관계. 고향. 니가 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보고... 그래. 내일까지 전화해. 전화 내팽개치고, 깊은 숨 들이쉬면서, 창혁 요 쥐새끼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창혁과 나눈 대화들이 떠오른다. 김선생 집 - “4년전 일때메 그럽니까? 소문에 확 쪼그러들었다고 그러더만” 여관 - “나는 믿습니까?” “우리 고향인데 일끝나면 저기 짱박혀있다가 조용해지면 음식점이나 할라구요” 순간, 김선생 감 잡았다. 창혁이 머물던 여관 천정에 붙어있던 사진으로 김선생 시선이 간다. 사진속 바닷가사진이 점점 현실장면으로 바뀌더니 김선생 그 공간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진 속 바닷가에 온 김선생. 빨갛게 충혈된 눈. 흐트러진 매무새로 보아 밤새 달려온 듯 하다. 김선생 뒤돌아보면, 바닷가에 면한 00읍이 펼쳐져있다. (경과) 몇 개의 여관 카운터에 창혁 사진을 들이미는 김선생의 모습이 몽따쥬로 보여진다. 분명히 이곳에 창혁이 있음을 확신한 듯, 김선생 약간씩 초조해진다. 화면을 뒤덮는 붉은 천. 그것은 베란다에 널린,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빨래. 붉은 천이 바람에 젖혀지면, 베란다 한켠 간이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창호와 빨래를 널고 있는 인경이 보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인경의 치마가 살랑거리면, 창호 책 덮고, 인경을 빤히 바라본다. 인경 : (시선 의식) 왜요? 뭐 묻었어요? 창호 : 아뇨. 인경. 쑥스럽지만 약간 우쭐, 나른한 햇살을 즐기는 듯, 기지개를 편다. 창호. 인경 옆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인경도 그렇게 서 있는 게 맘에 드는지 난간에 기댄 폼이 기분 좋아 보이는데, 창호 : 우리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요? 인경 : 좋죠. (경과) 담배 한대 빨면서 벽에 기대 침실 쪽을 보는 창혁. 화장하는 인경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다. 이때, 1층 서점 문여는 소리가 들리고, 창호가 계단을 내려가면, 박형사가 기다리고 있다. 박형사 : 실례하겠습니다. 서인경..씨가 여기 있죠? 사무실엔 차반장. 박형사. 조경란. 조사계장. 한국은행 대리가 있다. 인경 : 이걸 내가 왜 읽어야 돼죠? 차반장 : 읽으라면 그냥 읽으라는갑다 하고 읽어 좀. 인경 : 조경란씨? 박형식씨라고 차반장 : 점심 안 먹었냐? 크게. 인경 : 조경란씨? 박형식씨라고 아시나요? 당신이 결혼할려고 했던 그 남자. 제가 누군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요. 조경란 : 아니예요. 대리 : (고개를 가로젓는다) 조사계장 : 아냐. 차반장 : 조경란씨! 이 여자 알어? 조경란 : 아뇨. 모두 나가고 차반장과 인경만 남는다. 인경 : 왜 자꾸 불러? 당신 혹시 나 좋아해? 차반장 : 너 왜 최선생집 가있냐? 홀라당 껍딱 벗겨먹을라고 간 거 아냐? 그 보험금. 인경 : 그 사람....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차반장 : 니가 뭐 사람이 좋아서 가있겄어? 하여튼 너는 안 해도 안 되고 해도 안 되고 어떻게 해도 안된다. 그런줄만 알고있어. 차반장을 째려보며 문 닫고 복도로 나온 인경. 얼매와 휘발류가 조사받고 나가던 중 이형사와 함께 가던 조경란과 마주치자, 조경란. 얼매 머리끄댕이를 잡고 발로 찬다. 조경란 : 니가 은행원이야? 뭐? 서울대 경제학과? 얼매 : 난 책임 없어.... 옆구리~ 아- 아- 옆구리. 이형사는 대충 뜯어말리는 시늉만하고, 얼매는 완전히 바닥에 쓰러져 매를 맞는다. 소동을 뒤로 하고 경찰서를 나가는 인경. 터벅터벅. 카페 앞을 지나가려는데, 혹시나 싶어 돌아보는 인경. 카페안에는 창호가 없자 실망하더니, 실망하는 자신이 쑥스러워 계면쩍은 웃음짓는 인경. 걸음을 재촉하는데 저 멀리 창호가 서있자, 그녀의 표정이 환하게 빛난다. 둘은 걸으면서 가까워진다. 창호 : 인경씨가 삼촌 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인경 : 근데 여기까지 뭐하러 나왔어요? 창호 : 저녁먹기로 했잖아요? 인경 : 아! 그랬지. 인경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창호. 창호 : 머리가.. 경찰서에서 고문 받았어요? 인경 : (장난스럽게 창호를 툭 치며) 창호씨 농담도 할 줄 아네. 물구덩이를 피해 잠시 떨어졌다, 다시 붙어 걷는 둘. 인경 :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계속 궁금했는데.. 그 여자 말이예요. 창호 : 누구요? 인경 : 고등학교때 창혁씨랑 같이 가출했다는 여자. 이름이 정인숙이죠? 창호 : 어떻게 알았어요? 인경 : 그럴 줄 알았어. 소설에 나오잖아요. 동생의 애인 이름이 정인숙이라고. 정말 작가들은 자기가 겪은 일을 쓰는구나. 창호 : 상상력이 부족해서요. 20대 후반 여인이 일하고 있는 식당에 들어선 김선생. 김선생 : 정인숙씨 되십니까? 인숙 : 예. 누구세요? 김선생 : 경찰이예요. (경과) 인숙 : 저기 저.. 좆바위 있는 데 바다보이는 땅요? 그게 옛날 창혁이네 땅이었어요. 김선생 : 다시 산다고 그랬던가..? 인숙 : 말도 말아요. 입만 열면 저 땅 다시 산다고.. 다시 사면은 나랑 셋이서 같이 살자고 했는데.. 피~ 다 어릴 때 얘기죠. 김선생 : 예전에 창혁이랑 같이 연애도 하고 그랬다면서? 인숙 : 피~ 죽은 새끼 얘길 왜 물어요? 괜히 생각만 나게. 김선생 : 근데 여기가 최창혁 고향인데 동네사람들이 최창혁을 모르대. 인숙 : 이 근처 개발 되가지고 사람들 다 나가고 외지사람들이 와서 사니까. 김선생 : 인숙씨는 왜 안나가고? 인숙 : 뭐 객지 쫌 떠돌다가 올 초에 컴백했죠. 같잖은 듯, 인숙을 보고 슬며시 웃는 김선생. 김선생 : 창혁이 어딨어? 인숙 : 무슨 얘기예요? 창혁이 죽었대니까. 김선생 : 그래? 너 지금 장난하냐? (격해지며) 최창혁 본 사람도 있어. 인숙 : 누가 봤대요? 김선생 : 누가? 계네 형 최창호가 봤겠지. 인숙 : 창호오빠가요? (어이없다는 듯) 아저씨 경찰 아니죠? 김선생 : 어딨냐니까? 인숙 : 아저씨! 사람이 그러면 안돼요. 창호오빠 4년전에 죽은 사람인데 누가 뭘 봐요? 김선생. 한 대 맞은 표정. 김선생 : 최창호가 죽었어? 인숙 : 가세요 아저씨. 진짜 경찰 부르기전에. 일어나려는 인숙을 거세게 잡아채고,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김선생. 김선생 : 다시 말해봐. 4년전에? 인숙 : (기세에 눌리며) 이거 놔요. 김선생 : (버럭) 4년전에? 인숙 : 4년전에 .. 학교 공금 .. 사기당했다구 .. 같은 학교 수학선생 자살했다는 전화 받고 창호오빠도 ... 자살했어요. 김선생 : (버럭) 그래서? 인숙 : (울먹거리며 주저앉는다) 나랑 창혁이랑 발견했는데... 너무 늦어서..너무 늦어서.. 김선생. 핸드폰이 울리는데도 받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실실 웃는다. 겨우 핸드폰을 켜면, 점퍼다. 김선생 : (맥빠진 소리로) 왜? 점퍼 : (전화) 부탁하신거요. 차주는 김인기. 나이는 61세. 현재 부인하고 살고 있구요 아들은 고등학교 수학선생이었는데 4년전에 자살했답니다. 김선생 : 알았어. 점퍼 : (전화) 그리구요 집안은 좋아요. 성형외과도 하나 가지고 있고. 조용히 전화를 끊는 김선생. 축 쳐진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아직 살아있다. 인경과 함께 식사하고 있는 창호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인경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예전 창호처럼 순진함 대신 여유만만함이 묻어난다. 인경 : 이집 음식 맛있죠? 창호 : 으음. 먹을만해요. 인경 : 두부는 하나도 안 먹네. 두부 싫어해요? 창호 : 두부요? 좋아하죠. 두부를 베어먹는 창호얼굴에서 인터컷으로 빠진다. 인터컷 1. 차반장에게 한 창호 진술 배경인 교도소 앞 식당. 후경에 식당 아줌마, 전경엔 창혁 혼자서 두부찌게를 먹고 있다. 창혁 : (일어나며) 아줌마! 아무리 여기 뜨내기들 먹는대라지만 이거 뭐 두부찌게가 라면보다 맛이 없어. 별놈 다 본다는 듯, 창혁을 쳐다보는 아줌마. 그 위로 낄낄거리는 남자들 웃음 들린다. 인터컷 2. 창혁과 인경이 함께 간 빠. 빠텐더와 창혁이 낄낄거리면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빠텐더 : (화장실쪽 가리키며) 쟤 냄비 죽인다. 창혁 : 신경 끄고, 너 중국이나 한번 갔다 와라. 우리 형 여권으로. 빠텐더 : 또 왜? 창혁 : 한달 놀다와. 갔다오면 얘기해줄게. 창호여권과 돈봉투를 건네주는 창혁. 다시 식당. 창호 : 근데 인경씨 삼춘은 진짜 어딨어요? 인경 : 글쎄요. 온다간다 얘기 안하는 양반이니까. 근데~ 아마 일본에 가 있지 않을까~ 창호 : 유명한 사람이라면서요? 그쪽 계통에서는..... 인경 : 전 잘 몰라요. 창호 : 화장실 좀. 창호 일어선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다 씩~ 웃는 창호. 그런 창호 얼굴로 C.U되면서 창호 회상 시작된다. -1. 경찰에게 추격당하는 창혁의 차가 해안가 쭉 뻗은 도로를 달린다. 창고가 점점 가까워지자 창혁 “오라이 오라이” 하며 가속페달을 밟는다. 지지대를 부러뜨리며 창고 안으로 돌진하고, 창고 문은 닫힌다. -2. 창고 안으로 들어와 창혁차가 급정거하면, 60대신사 나타나 창혁과 똑같은 옷과 시계를 찬 남자시체(수의를 입은 상태)를 운전석에 앉히고 쳐진 머리를 핸들위에 얹어놓아 핸들을 고정시킨다. 이 모든 동작이 10초를 넘지 않는다. 액셀에 가방이 올려지고 차가 출발하면, 곧장 앞을 향해 돌진.. 열려진 창고뒷문밖으로 달리다 기름통에 부딪쳐 폭발한다. 창고옆 쪽문 열고 나가는 60대신사와 창혁. 두명의 발자국이 찍힌다. -3. 병원. 수술침대에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는 창혁. 의사가 기계를 점검하고, 의사부인(60대)이 들어와 수술준비를 한다. 의사 : 시작할까? 의사부인 : (걱정스럽게) 여보! 의사 : 괜찮아. 걱정하지 마. 창혁 : (쪽지 주며) 사모님. 전화 한통화만 더 해주시겠어요? 의사부인 : (읽어보며) 조경란씨? 박형식씨라고 아시나요?.... 당신이 결혼할려고 했던 그 남자.... 제가 누군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요. 의사가 여러각도에서 찍은 창호 사진을 붙인다. 창호 사진으로 다가가는 카메라. -4. 창호 집. 얼굴에 붕대를 붙이고 책을 읽고 있는 창호. 서점 문 두드리는 소리에 살짝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 이형사가 문을 두드리길 포기하고 사라진다. -5. 창호 집. 붕대를 푼 얼굴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창호. -6. 창호 집. 햄버거 조각을 먹고 있다가 창밖으로 이형사와 차반장 걸어오는 모습을 본 창호. 황급히 1층 서점으로 내려가 책을 한아름 안더니, 문 열기를 기다리다, 문이 열리자 평상시 같은 표정으로 형사들을 맞이한다. 이형사 : 계쇼? 창호 : (쾌활하게) 들어오세요. 차반장 : 최창호씨? 경찰입니다. 창호 : 무슨 일이시죠? -7. 경찰서. 차반장 앞에 앉아있는 창호. 하이힐 소리에 뒤돌아보면 인경이 걸어 들어온다. -8. 경찰서 앞 카페. 인경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던 창호. 주저하며 인경을 불러 세운다. 카페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인경. 회상속. 카페에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인경과 창호 모습부터 현재. 화장실에서 나와 우두커니 인경을 바라보는 창호 모습까지 아래 나래이션 흘러나온다. 창호 NA : 예전에 어떤 신문팔이 소년이 이렇게 외쳤다. 호외요 호외! 50명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신문을 샀지. 근데 신문에는 그런 기사가 없는거야. 그 사람이 물었지. 50명이 사기당한 기사가 없잖아? 소년은 그냥 다시 신문을 파는 거야. 호외요 호외! 51명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웃음) 서인경! 밤에 피는 장미! 안 그런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론 안달이 났지. 어떻게 하면 내 보험금을 챙길까하고. 그럼 우린 또 적당히 속아줄 수 있지. 지금까지도 속아줬는데. 서인경이 나한테 했던 거짓말을. 인경을 보는 창호의 눈길과 나래이션의 마지막 대사를 받아 창호 회상 다시 시작된다. 창혁이 처음 김선생 집에 찾아온 날. 김선생이 창혁의 쪽지를 찢자, 창혁이 가방을 들고 일어나는데, 인경 : 잠깐만요. 우리해요 그거. 김선생 : 시끄러 너는. 창혁은 의외라는 듯, 인경을 바라보더니 씩- 웃는다. 인경 : 전도사님! 오늘 말씀 좋았어요. 전도사 : 고맙습니다. 첨 나오셨어요? 인경 : 아녜요. 저 두달 됐어요. 전도사 : 아멘! 다음주에 봐요. 전도사가 멀리 걸어가자, 창혁. “밤에 피는 장미” 노래 부르며 인경에게 다가간다. (경과) 인경 차 안.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르고 대기하는 짧은 와중에 인경과 창혁이 대화한다. 인경 : 그래. 삼년 살았다. 최고라고해서 뭐 좀 줒어먹을까 하고. 근데 별 거 없더라고. 창혁 : 그래서 날 보자마자 파트너로 찍은 거구나. 인경 : 내가 누군지 쪼끔 보여줄게. 창혁 : 흐흐흐 무리하진 마. 창혁을 보며 낄낄대던 인경.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순간 억양. 목소리 바꾼다. 인경 : 전도사님? 저 혹시 기억나세요? 장면 바뀌면, 전도사 집. 전도사 : (전화) 아까 교회에서..? 아~ 그 아가씨구나. 청년부예요? 인경 : 아뇨 청년부 활동은 안 해서 전도사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제가 너무 괴로운 일이 많아요. 인경 차안. 창혁. 키득거리며 인경에게 “제법인데”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전도사 : 편하게 말해봐요.... 회사에서? ... 괴롭히는 과장이 있는데 .... 예, 그러다가 (깜짝) ..강간을 당했어요? ... 울지말고 차근차근... 여관에서? 인경 : (울먹이며) 제가 좀 취했었는데 과장님이 강제로... 물론 마음은 반항 해야겠다 하는데 몸이 이상하게... 예~ 넥타이를 풀어서 제 손을 침대에 묶고는 천천히 치마를 벗기는 거예요. 귀에다 이상한 말을 하면서... (흐느낌으로 변한다) 연기에 도취되어가는 인경. 장난기 어린 눈으로 인경을 바라보던 창혁도 인경의 연기에 도취되어간다. 전도사 : ... 어떻게 그런 말을.. 여자로서 부끄러운 부분은 빼고 그니까 피상적으로 개요만 ... 다섯 번이나? 아니 그 사람 나이가?... 마흔셋. 마흔셋에 어떻게 다섯 번이나.. 휴-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건데 다 주님의 건사하심에 따라... 임신했어요? 인경 : 전도사님 저 어떻게 해요? 네? 저 자살도 생각해보구요.. 전도사 : 자살은 안 되고, 힘들겠지만 축복받지 못한 애는 떼야죠. 그거 다 주님도 용서하십니다... 한 오십만원 든다구? 지금 어디야? 내가 나갈게... 어 거기? 인경. 전화 끊고, 숨 한번 들이쉬더니, 눈물 닦고, 화장 고치면, 순식간에- 요염한 표정의 인경으로 돌아간다. 임신중절비를 들고 나온 전도사. 인경의 손에 쥐어주고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랍시고 인경을 안아주자, 전도사 보내고 병원으로 들어온 인경. 병원 로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창혁에게 돈을 들어 보이는 인경. 인경 : 어때? 창혁 : 오라이 오라이. 좋은데. 침대에 누워서 발만 까딱거리는 인경. 창혁이 커피를 타주고, 인경은 담배 두 개에 한꺼번에 불을 붙여, 창혁에게 준다. 인경 : 프림 없이 설탕만 둘. 창혁 : 너 냄비 좋다. 꽤 하는데. 인경 : 너도 좀 하는데. 창혁 : 쫙 읊어봐. 어떤 놈들이랑 했는지. 인경 : 이러지 마. 나는 내 과거를 오려내고 싶은 여자야. 창혁 : 애 난적 있어? 인경 : 난 여자니까 여기까지만 얘기할게. 창혁 : (귀엽다는 듯, 쓰다듬어주며) 너 나 사랑하지? 인경 : 사랑? 남자들이 사랑을 알아? 창혁씨 나 사랑하는구나? 그러니까 목걸이 줬지. 창혁 : 나? 쪽팔리게 사랑은.. 우린 그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야. 인경 : 어찌됐든 우리는 한 이삼억 벌 때까지는 파트너야. 창혁 : 좋아. (더듬으며) 인경 : 호호 그 속에서 뭐 찾아? 창혁 : 찾을 게 있어. 창혁 니트만 입은 인경. 가볍게 창혁을 밀치고 사뿐거리며 침대주위를 맴돈다. 창혁이 잡으려하면, 깔깔대며 도망가고, 카세트를 틀어 흘러나오는 노래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인경. 창혁.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경을 바라본다. 앞장면과 디졸브되면, 식탁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인경을 바라보고 있는 창호. 인경에게 걸어가 목걸이를 내미는 창호. 인경 : 어머! 언제 고쳤어요? 창호 : 아까. 인경 : 이런건 직접 걸어주는건데. 인경 뒤쪽으로 다가가 목걸이를 채워주는데- 창호. 그 하얀 목덜미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인경이 살짝 창호 손을 잡아준다. 막걸리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늙은이.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복덕방 늙은이다. (이후 서사장) 서사장 : 이거 이거 대한민국 경찰들 일을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경과) 서사장 : 어하하 김선생. 옛날이 좋았지. 그땐 세상이 어리숙했잖아. 지금은 개새끼들이 주식시장 살린다고 부동산을 죽이고 난리야. 진짜 돈 있는 놈들. 주식하나? 부동산 하지. 개만도 못한 개 같은 세상이 참 개판이야. 있는 놈들... 김선생 : 서사장! 나 강간당했다. 서사장 : .. 강도집에 도둑 든다 그러더만 천하에 김선생한테? 누구야? 김선생 : 있어. 어떤 개새끼. 수술한번 시킬려고. 서사장 : 나랑? 내가 할줄 아는게 뭐있나? 땅팔아먹는 재주밖에. 김선생 : 그래서 서사장이 필요한거야. 서사장 : (건배하며) 허~ 술맛 좋다. 지적도를 꺼내는 김선생. 서사장이 전문가 자세로 그걸 자세히 본다. 서사장 : 이천평 정도 되네. 시세는 가만있어보자 여기가 평당 삼십오만원. 칠억 나오겠다. 김선생 : 여기다 사무실 내고 거길 매입해. 중간에 바지 하나 집어너서. 계약하면 중도금은 바로 준다고 하고 잔금날짜는 최대한 늦게 잡으라고. 서사장 : 잔금 주기 전에 팔자는 말인데.. 나 돈없어. 김선생 : 중도금은 내가 줄게. 20억까지 올려봐. 할 수 있겠어? 서사장 : 걱정마. 오뎅국물을 짬뽕국물이라고 팔아먹는게 나야. 근데 걔가 땅을 사러 와? 김선생 : 올거야. 서사장 : 만일 안산다 그러면 꼼짝없이 이거 우리가 사야 되는거야. 김선생 : 서사장 나 못 믿어? 나 김선생이야. 서점 앞. 인경이 앞서서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창호가 인경을 보면서 걸어온다. 마치 좁힐 수 없는 거리를 점점 좁히듯, 한발자국씩 천천히 걷는 둘. 서점안. 어둡다.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는 인경뒤로 바짝 붙는 창호. 인경의 손을 잡는다. 창호 : 인경씨! 불 키지 마요.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고, 인경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창호 입술을 받아들이는데, 뒤로 밀려 책꽂이에 부딪치자, 책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밀리고 밀려 계단을 올라가며 진하게 키스하는 둘. 2층에 올라가기도 전에, 계단에서 엉거주춤 옷을 벗기는 둘. 둘은 절정을 향해 가는데... (한참후, 새벽) 침대에 잠든 창호곁에 누워, 눈을 빤히 뜨고 창호를 바라보는 인경. (다시, 계단) 절정을 향해가는 인경과 창호. 둘의 발은 계단쪽으로 삐져나와있고, 2층 바닥에 몸을 눕힌채 서로의 몸을 탐한다. 밖에선, 차 한대가 헤트라이트를 방안에 뿌리며 멀어져간다. (한참후, 새벽)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인경. 거실로 나와 담배 한대 피면, 그녀의 시선에 창혁과 창호가 찍은 사진이 보인다. (다시, 계단) 창호의 어깨. 엉덩이. 등을 훑어가는 인경. 어느순간, 인경이 크게 놀란다. 이 남자? 창혁 아냐? (한참후, 새벽) 의혹에 빠진 인경. 지난밤 창호의 몸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꾸 창혁,창호 사진을 보는 인경. 혼란스럽다. (다시, 계단)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창호가 인경 머리 쓰다듬어주면, 인경 창호에게 웃어 보이고, 창호의 어깨에 입을 맞춘다. (한참후, 새벽) 알길 없는 의혹을 떨쳐버리려는 듯, 몸을 추스르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인경. 그런데, 뭔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물병을 떨어뜨린다. 창호는 물병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인기척이 없다. 자신의 슈트케이스를 열고 주섬주섬 쪽지를 꺼내는 인경. 그것은 창혁이 김선생을 첨 만난 날 한국은행 사기메모라며 줬던 쪽지다. 그 쪽지를 들고 냉장고에 붙어있는 요리메모와 비교하는 인경. 두 쪽지 글씨체가 똑같다. 쪽지 움켜쥐는 인경. 경악한다. 침대방에서 창호가 일어나는 소리 들린다. 황급히 쪽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인경. 그러나 생각난 듯, 요리메모는 잘 펴서 냉장고에 도로 붙여놓고, 아무 일 없었던 척 소파에 앉아 아무 책이나 집어 든다. 인경 뒤로 막 일어난 창호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창호 의식하며 태연한 표정을 짓는 인경. 창호가 다가와 인경을 뒤에서 안아준다. 창호 : 일찍 일어났어요? 인경 : 한숨도 못 잤어요. 창호 : 모닝커피? 인경 : 좋아요. 창호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인경은 음악을 튼다.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던 창호. 요리메모가 구겨져있는 걸 발견한다. 태연하게, 쓰레기 버리는 척, 쓰레기통을 여는 창호. 사기메모가 버려져있다. 잠시 생각... 창호와 인경 둘 다 내색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창호 : 왜 잠을 못 잤어요? 인경 : 우리 문제를 생각하느라고요. 창호 :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인경 : 창호씨는 실제로 창혁씨 ... .... ... 형이잖아요? 창호 : 응. 인경 : 그러니까 아무래도.. 내가 이집에 있는게.. 좀.. 창호 : 프림 없이 설탕만 둘? 인경 :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먹는 거? 창호 : 얘기해주지 않았나요? 인경 : 그런 기억이 없는데. 창호 : 했으니까 알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인경 : 그럼 했나보죠 뭐. 인경을 빤히 바라보는 창호. 뭔가를 떠볼려는 듯. 인경도 이에 지지않고 미소로 화답한다. 창호가 담배를 손가락에 넣고 빙빙 돌리는데, 창혁의 동작과 똑같다. 인경 : 그거 알아요? 창혁씨도 담배 그렇게 하고 그랬는데. 창호 : 날 따라 한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같은 집에 있는게 이상해요? 인경 : 모르겠어요. 창호 : 인경씨만 괜찮다면 나는 괜찮은데.. 인경 : 그럼 나도 괜찮구. 창호 : 만일에.. 내가 거기 사서 집지으면 올래요? 음식점 할 건데. 인경 : 음식점? 호호 생각 좀 해보구.. (커피 마시며) 커피 맛있네요. 창호 : 음악도 좋은데요. 인경 : 창혁씨가 좋아하는 음악이잖아요. 거리를 뛰는 인경.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른다. (경과) 숨을 헉헉대며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인경을 어린것들 몇이 꼬라본다. 인경 : 안 꺼져? 이 새끼들아. 언니 담배 피는 거 첨봐? 마저 담배를 피던 인경앞에 또 나타나는 그림자. 욕한마디 해주려고 쳐다봤다가 그저 담배만 피는 인경. 그 그림자는 김선생이다. 김선생 : 잘지 냈냐? (대답없자) 우리 고양이 화났구나? 인경 : 일본으로 안 갔어? 김선생 : 사업 얘기나 하자. 저 새끼 보험금 5억. 인경 : 내가 자빠트릴거야. 김선생 : 그렇게 안 되게 되있다. (경과) 한적한 골목에 세워진 서사장 차. 김선생 : 저 새끼가 창혁이야. 몰랐냐? 인경 : (과장된 거짓말) 난 진짜 몰랐어. 김선생 : 그러니까 내가 너보고 3류라고 그러는 거야. 지금 쟤가 널 가지고 놀잖아... 너 쟤랑 잤냐? 인경 : 안 잤어. 잤으면 알았지. 김선생 : 밤에 피는 장미 많이 약해졌네. 인경 :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고? 김선생 : 보험금 언제 나오냐? 인경 : 일주일안에. 김선생 : 저 새끼가 땅산다는 얘기 안하디? 인경 : 했었어. 김선생 : 여기? (바닷가 사진 보여주며) 인경 : 나보고 옆에서 빨리 사라고 살살 사발 풀란 얘기야? 김선생 : 옆에서 이빨만 까주면 20프로 줄게. 인경 : 30프로. 김선생 : 으허허. 나니까 너한테 20프로 주는 거야. 김선생. 인경을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의 턱살을 만지작거리다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김선생 : 인경아! 오랜만에 샤워나 한번 같이 하자. 인경 : 이러지 마. 땀 많이 났어. 김선생 : 그래 비즈니스가 우선이지. (툭 치며) 가서 시작해. 빠르게 보여지는 인경 샤워장면. 샤워가운을 입고 소파에 누워, 책을 보는 창호를 방해하는 인경. 인경 : 그곳에다 식당 차리면 나한테 올 거냐고 물었잖아요? 창호 : 음. 인경 : 그런 촌구석은 싫은데.. 우리 서울에 차려요. 좀 천천히 알아봐서. 창호 : 거길 사야되요. 창혁이가 원했던거니까. 인경 : 이해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실망스러운 인경. 창호가 달력을 바라보면, 하루 이틀 날짜가 지나가듯, 달력 날짜를 훑는 카메라. 하루하루 훑을 때마다 디졸브되면, “환영. 촬영세트장”이라고 적힌 플래그카드가 붙는 00읍. 서사장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비장한 표정의 김선생. 서사장 부동산에 집기가 들어오는, 분주한 00읍 거리. 달력 날짜는 마지막에 가서 멈춘다. 00읍에 모습을 드러낸 창호. 서사장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김선생 : 준비해 서사장.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다. 서사장 : 사이다 한잔 마셔볼까?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창호. 김선생 : 평상시처럼 행동하는데 조금 세게 나가도 괜찮아. 서사장 : 사장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요즘 여기 경기 괜찮거든요. 김선생 : 5분후에 다시 전화해줄까? 서사장 : 당연히 그렇게 해주셔야죠. 예 예. 창호 : 땅 좀 보러왔는데요. 매물 있는데가 여기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서사장 : 앉으세요. (경과) 지적도를 펼치고 탁자에 마주앉은 서사장과 창호. 창호는 창혁처럼 굴고 있다. 서사장 : 가만 있어보자. 매물이 나왔는데.. 이천평.. 여기가 좀 세죠. 평당 칠십만원 이니까 14억 정도 되지요. 창호 : 뭐 이렇게 비싸? 서사장 : 난리지요 지금. SBS인가 MBC인가 촬영세트장이 들어온다고. 여긴 무조건 사면 돈버는 데죠.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전화소리) 실례하겠습니다. (전화) 여보세요. 아 사모님. 돈 많이 버시죠? 음.. 거기 14억짜리~ 찾는 사람 많죠. ... 그럼 빨리 내려오셔야지 서울에서 전화로 됩니까. 땅이 사람 기다리는 거 아니죠. (끊고) 어떻게? 생각 좀 해보시게요? 창호 : 오라이 오라이. 계약합시다. 서사장 : 시원시원하시네. 지금 할까요? 계약금은 1억4천으로 하죠. 창호 : 지금 은행 닫았으니까 내일 아침 9시에 하죠. 서사장 : 에... 땅이라는게 무조건 계약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잔데 오늘 저녁에라도 서울에서 돈싸들고 오면 그 사람이 임자지요. 창호 : 하 나 이거 참.. 사장님만 믿어야지 뭐. 서사장 : 나야 얼굴보고 파나? 돈 보고 팔죠. 아홉시? 내가 믿고 기다려야지. 창호가 나가고, 서사장. 여유있게 전화건다. 김선생 : 게임 오바? 서사장 : 그럼~ 우리한테 걸리면 죽지. 크허허 김선생 : 수고했어. 계약서 보고 있는 창호. 볼펜을 내미는 서사장. 창호가 볼펜을 집으려는 듯 몸을 숙이지만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빼어 문다. 창호 : 계약을 하기가 좀 껄끄럽네요. 서사장 : 무슨 말씀이세요? 창호 : 사장님 이빨 까는 거 들어보니까 살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난 비싸서 못 사겠네. 서사장 : 내 이럴줄 알았어. 잘 모르실텐데, 이 땅이 어떤 땅이냐면.. 에.. 80년대 부동산투기가 한창일 때 알짜배기는 다 나갔지. 그런데 고 사이에 틈새가 있다고. 고걸 찾아내는게 현재 부동산업계에 당면과제라고 볼때, 남들이 미처 모르는 정보! 요런 숨어있는 땅! (창호가 일어서자) 내 말을 들어보래니까 젊은 사람이.. 꼭 사고 싶던 땅이라면서? 창호 : 내가 꼭 사고 싶던 땅이라고 언제 그랬습니까? 서사장 : 허허 그러게.. 그런 얘긴 하신 적 없지. 두사람 모두 선수처럼 웃기만 하는데, 실은 기싸움이다. 서사장 패배를 직감하고 고개를 떨구면, 창호 여유만만, 사무실을 나온다. (경과) 무심하게 천정만 바라보며, 소파에 몸을 푹 묻고 있는 김선생. 서사장. 서류 정리하랴, 짐 챙기랴, 사무실 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서사장 : (타령조) 늘그막에 마빡에 도끼날이 와서 박히는구나. 김선생 : (나직하게) 그 새끼. 처음부터 땅 살 생각이 없었지? 서사장 : (타령조) 그렇지요... 이게 뭔.꼴.이.냐. 허벌나게 강간이나 당하고.. 김선생 우리 시대는 끝났나부다. 서사장이 위로해주지만, 쓴웃음만 짓는 김선생. 각자 짐 들고, 사무실에서 나와 서사장 차까지 걸어가는 서사장과 김선생. 처량한 패배자 모습들. 서사장 : 김선생 어디로 갈거야? 김선생 : 어디로 가나... 일본에라도 가야되나.. 서사장 : 일본! 온천이 좋지. 일본말은 좀 하잖아. 김선생 : (자조섞인) 와따시노 헤야니 아까이 덴와가 산다이 아리마쓰. 휘발류가 뱉었던 말을 뱉는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김선생. 이대로 갈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김선생 표정너머로 창호와 인경이 부등켜안고있는 장면이 쉭- 하고 지나간다. (인터컷) 서사장 : 빨간 전화기 세대 어따 쓸라고. 김선생 : 서사장 차 좀 빌리자. 키를 뺏어 차에 오르는데, 가방에서 엽총이 쑥 빠져나온다. 서사장 : 김선생! 그거 약간 추하다~ 김선생 : (비장하게) 사람이 나이 먹으면 추해져도 괜찮아. 급출발하는 김선생. 조수석에 던져진 엽총은 차가 흔들리는대로 흔들리는데, 00읍 근처 어디선가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은 창호 얼굴이 떠오른다. (인터컷) 엽총끝에 선 창호 모습이 절묘하게 디졸브되고, 김선생 차는 계속 질주한다... 질주한다. 슈트케이스를 챙겨논 인경. 초조하게 시계만 보고 있는데, 베란다 문이 열리더니 엽총과 가방을 든 김선생이 뒤에서 나타난다. 놀라는 인경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 집을 돌아보는 김선생. 김선생 : (2층으로 올라오며) 창혁이는? 인경 : 아직 안왔는데.. 땅은 어떻게 됐어? 김선생 : 여기로 오는거지? 맞지? 인경 : 흥분하지 말고 앉아 봐요. 그사람이 여기로 오지 어디로 가겠어? 김선생 : 그 사람? .... (피식) 너 잤구나? 그 새끼랑. 인경 : 몰라도 돼. 김선생 : (툭툭 건들며) 어때? 좋드냐? 응?... 어딜 가? 여기있어. 그 새끼 올때까지. 김선생이 인경을 밀자,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소파에 스스로 앉는 인경. (경과) 저녁 어스름이 방안을 감싸고,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인경은 계속 소파에 앉아있었는지 몸을 뒤척이고, 김선생은 탁자에 앉아 위스키를 마신다. 1층 문 열리는 소리. 김선생이 엽총을 꺼내들고 계단참에 숨는다. 발자국소리... 창호가 2층으로 올라온다. 김선생 : 오랜만이다. 최창혁! 창호 : (창호답게) 누구십니까? 김선생 : 왜 이러시나 선수끼리. 담배에 불을 붙여 얌전하게 재떨이 위에 걸쳐놓는 창호.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창호 : (창혁답게) 하 나 이거 참.. 실망인데. 그런것까지 들고 오면 이건 당신이 진거야. 나는 질 패에는 배팅안한다고 했잖아. 같잖다는 듯 웃는 김선생. 갑자기 엽총으로 창호를 까면 의자와 함께 넘어지는 창호. (경과) 잠시 기절했다 일어나는 창호. 손은 수갑에 채워져 뒤로 묶여있다. 스탠드 불빛 하나만 밝혀진 거실. 김선생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고, 인경은 소파에 치마를 여미고 앉아, 둘을 번갈아본다. 재떨이에는 아까 창호가 놔둔 생담배가 반쯤 타고 있고, 김선생 : 자 최선수! 흠흠.. 이 나이쯤 되니까 사람 사는게 말야. 오해는 풀고 상처야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 돼. 근데 돈이란건 안그런거거든. (창호 통장과 도장 챙기며) 내가 말야 당신 가슴속에 원한. 이런 거 다 인정하는 사람이야. 사람인데... 당신 얼매랑 제비한테 너무했어. 창호 : 얼매야 약만 다시 하면 지가 알아서 인생 망가져줄거고. 제비.. 죄진게 많으니까 그냥 폴리스한테 잡혔으면 십년 살고 나오면 딱인데.. 조경란이가 죽일지는 몰랐지. 위 대사는 아래장면과 화면분할되며 펼쳐진다. -1. 얼매와 루바인 사던 골목. 얼매에게 루바인 앰플 네 개를 남기고, 하나만 주머니에 넣는 창혁. 미소 짓는다. 혼자 걸어가는 창혁. 앰풀을 길거리에 버린다. -2. 제비 은신처. 건들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은신처로 들어가는 제비. 제비 뒤를 따라온 창혁. 인경 :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너 나 첨 본날 까페에서 왜 불렀어? 창호 : (멋지게 웃어주며) 어쩔 수가 없더라고... 넌 그날 죽여주게 예뻤거든. 그제서야 창호 팔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러 몸을 일으키는 인경. 창호가 재떨이를 슬쩍 보면, 담배는 마지막 재를 떨구고 꺼진다. 김선생 : (인경에게) 넌 조용히 해라. (창호에게) 이제 제비가 삥땅친 현금 10개는 돌려줘야지. 땅때메 내가 손해가 많아. 창호 :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을 해? 제비가 어디 파묻었겠지. 김선생 : 그리고 무기명채권 40개도 돌려줘야지. 창호 : (조그맣게 노래를 흥얼거리다) ... 안주면 어떻게 할 건데? 김선생 : (잔에 가득 술을 따르며) 이 잔 다 비우면 알게 된다. 웃으며, 한모금 한모금 음미하듯, 천천히 잔을 비우는 김선생. 김선생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창호.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인경이 깬다. 인경 : 50억이라니? 보험금 5억말고 더 있단 말야? 창호 : 그 돈은 얘기 안했나보지? 김선생이 얼마 준다 그러대? 30%? 40%? 나 같으면 보험금 5개 너한테 준다. 인경 : 왜? 날 ... 사랑해서? 이윽고, 담배를 다 핀 김선생. 창호와 인경의 말을 비웃으며, 무언가를 예고하듯, 엽총 총구를 수건으로 동여맨다. 창호 :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 우리 파트너 하기로 했잖아. 그 정도는 해줘야지. 인경 : 무슨 댓가로? 창호 : 생각해봐. 이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차임벨소리. 마치 “무슨 댓가로?” 에 대한 답처럼, 인경을 바라보며 웃는 창호. 김선생은 재빨리 엽총을 창호에게 겨누며 귀를 기울인다. 차반장 : 불 어디서 키는 거야 이거. 최선생! 나 차반장이요. 이형사 : 최창호씨 계십니까? 김선생. 살짝 커튼을 열어보면, 서점 앞에 형사 둘(박, 김형사)이 주변을 살피고 있고, 두어대 차량이 도착하고 형사들 내리는데 그중 점퍼형사도 눈에 뛰인다. 나가려는 인경을 잡는 김선생. 김선생 : (나지막하게) 그냥 보내. 그리고... 저 새끼가 사랑 어쩌고 하는 거 다 거짓말인거 알지? 인경 : 지금 질투해? 김선생 한번 흘겨보고, 여유 부리며, 거울 앞에서 가볍게 루즈를 칠한다. 엽총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는 김선생. 김선생 : 같이 죽자는 거야? 창호 : 물론 같이 살아야지. 김선생 : 어딨어 돈? 창호 : .....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쯤에 선 인경. 인경 : 누구세요? 차반장 : 야 서인경. 최선생 있냐? 인경 : 술 한잔 하고 지금 자고 있어요.... 차반장 : 이 양반이 자면 안되지. 이 근처에서 김선생 봤다고 전활해놓구. 인경 : 내일 아침 일찍 오면 돼잖아요. 계단 벽에 붙은 폴라로이드 창호 사진. 인경은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차반장 : 좀 깨워보라면 깨워봐. 인경 : 내일 오래니까요. 말과는 다르게, 인경이 손가락을 들어 방안을 가리키며 총이 있다는 시늉을 한다. 차반장 천천히 총을 뽑아 계단으로 올라오고, 이형사에게 나가는 척하라고 손짓한다. 차반장 : 그려? 주무시나?..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한테 전화하라고 그래. 인경 : 알았어요. 이형사 크게 발자국 소리 내면서 서점문을 과장되게 열고 닫는다. 차반장. 2층을 박차고 올라와 날렵하게 총을 겨눈다. 차반장 : 가만있어라. 김선생! 그러나, 텅 빈 2층. 베란다로 나가는 차반장. 멀리 언덕에 두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황급히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추적하는 차반장. 창호를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김선생. 전혀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으로 자꾸 걸어가는 창호. 김선생이 멈춰 세운다. 김선생 : 잠깐. 돈이 여기다 뒀단말야? 창호 : 다왔어. 김선생 : 돈 여기 없지? 창호 : 풋~ ... 이렇게 합시다. 원래 김선생 몫이 10개잖아. 내일 내가 그걸 줄게. 근데 공짜는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네. 김선생 : 돈이 인생에 전부가 아냐. 창호 :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내가 그 돈을 주는데.. 다신 사기 치지 말고, 나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고, 오라이? 김선생 : 너! 그 돈.. 그 돈 헌책방 .. 헌책방에 있지? 수세에 몰려있지만 여전히 여유만만한 창호. 김선생에게 밀려 뒷걸음질치다, 비탈길로 주르륵- 미끄러진다. 순간, 창호를 잃어버린 김선생. 창호가 미끄러진 비탈길에 자신도 미끄러져 내려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주위를 살피는데, 웅크리고 있던 창호가 김선생을 덮친다. 엎치락 뒤치락하지만 수갑 때문에 불편한 창호가 김선생에게 눌린다. 창호 : 같이 삽시다. 돈이 전부가 아니래메. 김선생 :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단호하게 엽총을 겨눈 김선생. 결심한 듯 방아쇠에 손이 가는데, 주위에서 나무 밟는 소리 “딸깍” 소리에 돌아보면 점퍼가 나타난다. 가볍게 점퍼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김선생. 다시 창호를 바라보면, 김선생 몸이 순간 움찔하면서, 총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 총소리에 놀란 차반장. 황급히 산을 뛰어오른다. 한편, 김선생은 여전히 창호를 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털썩하며 쓰러지는 김선생. 김선생 가슴에 총구멍으로 피가 쏟아지고, 점퍼는 총을 든 채로 김선생을 무심히 바라본다. 차반장. 현장에 도착하고는 망연자실 한숨을 짓는다. 굳은 표정의 점퍼는 담배만 뻑뻑 피고 있고, 이형사는 창호팔에 압박붕대를 감아준다. 걱정할 거 없다며 점퍼 등을 두드려준 차반장이 창호에게 통장을 내민다. 인경 : 이 사람 아무 잘못 없어요. 김선생이 이 순진한 사람한테 보험금 뺏어갈려고 한거니까. 어차피 자기거라고. 차반장 : 최선생! 잠깐 얘기 좀 헙시다. 창호를 데리고 서점 한 귀퉁이로 가는 차반장. 앰블런스가 도착했는지, 빨간 불빛이 서점 안으로 스며든다. 차반장 : (뜸들이며) 이걸 내가 한번 보여드릴라고. (주머니에서 쪽지 꺼내며) 아이 이게.. 내가 쓴 시인데.. 틈틈이.. 난 뭐 아마츄어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읽어나보쇼. 막 나가려던 차반장. 책 한권이 눈에 띄자 반가운지 뽑아든다. 책이 뽑힌 자리 너머로 책꽂이 뒤에 숨겨 논 만원권 더미가 살짝 보이는데, 차반장은 책에 정신 팔려 못보고, 창호 살짝 책을 밀어 흔적을 감춘다. 차반장 : 이거? 내가 엄청 좋아했는데.. 창호 : 그냥 가져가세요. 차반장 : 연락줘요. 야! 뭐하냐? 최창호씨 앰블런스 태워서 팔 치료해드리고 철수해야지. 형사들. 하나씩 서점을 빠져나간다. 창호는 이형사 부축 받고 앰블런스에 타고, 홀로 남은 인경. 소파에서 자던 인경. 인기척에 몸을 일으키면, 언제 들어왔는지 창호가 휘파람을 불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인경 : 첨부터 내가 필요했지? 창호 : (웃기만)... ! 인경 : 내가 경찰한테 사발을 제대로 깠으면? 창호 : 너 똑똑하잖아. 아! 댓가가 있다고 했지? 통장을 인경 슈트케이스에 넣고 인경쪽으로 미는 창호. 창호 : 대신 차 좀 잠깐 쓰자. 그 카페 알지? 그 앞에다 버려놀게 알아서 가져가. 인경 : (피식) 가란 얘기야? 난 또 진짜 사랑하는 줄 알았네 이거. 창호 : (피식) 얘기했잖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고... 니가 나 좋아한 거 아냐? 인경 :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창혁이 아니라 .. 창호야. 창호 나가자, 인경은 슈트케이스를 내려다보고는, 자신이 과연 승자인지 패자인지 모르겠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광장. 벤치. 청룡열차가 굉음을 내며 맑은 하늘에 괴적을 그리며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창호. 점퍼가 다가와 창호옆에 앉는다. 둘 사이에는 묵직한 가방이 놓여있다. 점퍼 : 이거 쥐약 아냐? 창호 : 그냥 드쇼. 먹어도 안죽는거니까. 점퍼 : 정체가 뭐요? 안산에서 시체 하나 없어졌고, 성형외과 의사가 왔다 갔다 하고.. 창호 : 다시 보지 맙시다 우리. 당신도 김선생 일부러 쏜거 아니까. 창호가 일어서자, 점퍼도 가방을 가지고 공원을 빠져나간다. (경과) 허니문풍차를 타고 있는 창호. 전화를 받고 있다. 의사 : (목소리) 김선생은? 창호 : 사망... 의사 : (목소리) 얼매하고 휘발류는? 창호 : 6년쯤 받을 거예요. 얼매는 마약이 있으니까 그 이상 받고. 아! 그리고 그 땅 내가 팔아준다고 했죠? 의사 : (목소리) 어떻게 판 거야 그거? 창호 : 사게 만들면 돼죠... 이제 끝났네요. 의사 : (목소리) 그 여자는? 컷어웨이. 카페. 경찰서에서 나와 카페쪽으로 걸어오는 인경을 바라보는 창호. 그녀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다, 잠시 고민, 손을 내렸다가, 다시 창을 두들기는 창호. 의사 : 둘이 잘 어울리던데? 창호 : 끝났대니까. 건들건들, 꽃다발 하나 들고, 납골묘가 늘어선 복도를 천천히 걸어오는 창호. 창호가 한 납골묘에 멈추면, 거기에 환하게 웃는 진짜 창호 사진이 붙어있다. 금연 표시가 있음에도, 담배 하나 꼬나무는 창호. 창호 : 씨발. 내가 형 복수 해줬다. 좋냐? 이 병신... 직원이 걸어가자 냉큼 담배를 꽃다발 속에 숨기고, 연기를 꾹 참다가, 직원 사라지자 연기 내뿜는 창호. 창호 : 형! 이거 알야야돼. 내가 진짜 멋있게 한건 했거든. 그냥 착하게 살라 그랬는데 존만 새끼들 지네가 최곤줄 알고 까불고 다니잖아? 그래서 작살을 내준거야.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근데 형은 좋겠다. 어떤 여자가 형을 사랑한댄다. 창호. 말해놓고도 웃긴지 피식거리다가, 갑자기 우울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심각해진다. 창가 옆 예전 그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창호. 마치 진짜 창호처럼 보인다. 저리 멀리서 인경이 슈트케이스를 끌고 오고 있다. 창호는 그런 인경을 지켜보다가, 예전처럼 창문을 두들겨 인경을 부른다. 인경. 창호를 돌아보는데,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창호와 인경. 그렇게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 인경이 슈트케이스를 끌고 그대로 창호를 지나쳐간다. 창호는 마치 창호처럼 인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점점 창혁처럼 웃더니, 창혁으로 되돌아간다. 창호 : 하 나 이거 참.. (괜히) 아줌마 이 커피가 왜 이렇게 맛이 없어? 창호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천천히 담배, 옷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간다. 화면 어두워진다 終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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